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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제 2의 한국전쟁 대비하는 한미일 군사관계의 핵심축[고승우의 한미관계 탐구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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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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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는 1950년 6·25전쟁 발발을 계기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설치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다. 유엔사는 유엔안보리나 사무총장의 통제를 받지 않고 미국 정부의 관할 하에 있다. 유엔사가 미국 정부 어느 곳의 통제를 받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미 국방부 조직 산하기구로 추정된다.

유엔사는 유엔이나 유엔 안보리를 대표하지도 않지만 유엔기를 사용하면서 대외적으로 유엔에 소속된 것처럼 행세하면서 ‘가짜 기구’라는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유엔사의 실질적인 정치적 상위기관은 유엔이 아닌 미국 정부라서 미국 소속 기관이나 다름없다. 유엔사는 제 2의 한국전쟁 발생에 대비하는 미국의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유엔사는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군사령부에 우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뒤 지금은 정전협정 이행과 관련한 △군사정전위 가동 △중립국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파견·운영 △비무장지대(DMZ)내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의 임무만 맡고 있다.

유엔사가 1953년 서명한 정전협정 제4조 60항은 ‘정전협정이 조인되어 효력을 가진 뒤 3개월 안에 한반도로부터의 외국군 철수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토의할 고위정치회담을 열도록 건의’하도록 되어 있지만 70년 동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유엔사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존속하는 한시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날 정전협정을 유지시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유엔사는 한국군 전방부대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정전협정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활동을 실시한 사실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하면서 대외적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엔사 지난 3월 “유엔사는 철원 및 한강하구 인근 비무장지대(DMZ) 전방부대를 대상으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이런 점검은 한국군이 한반도 평화·안정을 뒷받침하는 규칙들을 이행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뉴스1. 2023년 03월22일).

유엔사는 미국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반도 군사상황의 현재와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지를 상징하는 커다란 구조물의 일부일 뿐이다. 미국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는 등의 큰 변화가 오는 것에 대비해 자국 사령관 1명에게 세 개의 사령관 모자를 씌워놓고 적절한 연기력을 발휘하고 한국 정부나 사회가 침묵 속에 추종하도록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 놓고 남한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령관은 주한미군,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맡고 있다. 미군 장성 한 사람이 모자 세 개를 쓰고 있으면서 미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군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엔사는 2018년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그 존재감이 비판적 여론 속에서 부각되었다. 미국 정부는 시치미를 떼고 한국정부도 그런 제스처에 대해 정면 항의하지 못하는 것도 미국이 구축한 남한에서의 통제 시스템이 가동된 덕분이라 하겠다.

미국은 유엔사 운영 방식 등을 통해 미국과 유엔사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도록 애를 쓰고 있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유엔사 부사령관이다. 부사령관의 경우 미군 장성들이 맡아왔으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캐나다 육군 장군이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영국군 장성이 맡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사 소속 군인은 미국,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콜롬비아, 태국, 튀르키예, 프랑스, 필리핀, 호주 등 6·25 참전국이 참여하고 있다(뉴스1 2023년 03월07일).

미국이 유엔사 기지 근무 군인을 다국적으로 둔 것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제2의 한국전쟁에 1950년대와 유사한 외국군의 참전이 가능토록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정부로부터 특혜를 인정받고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7개 일본 항구에 만들어 놓았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 정부의 주권행사가 미치지 못하게 제도화 되어 미국의 장래 포석을 수행할 수 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주일미군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유엔대북제재를 위반하는 항공기나 선박 감시업무에 동원되고 있다. 이런 점을 살피면 유엔사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가동될 실질적인 한미일 삼각 군사관계의 핵심축이 되고 있다.


일본 유엔사후방기지, 배보다 배꼽이 큰 꼴

유엔사 후방기지의 경우 미래의 한반도 군사적 충돌 발생 시 과거 한국전쟁 참전국 등의 해외 군사력을 일본 정부와 협의 없이 일본 7개 기지에 진출시키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불평등 관계를 일본에서 보장받고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군사적 치외법권 지대’의 성격으로, 한국으로 이동할 해외 군사력을 이들 7개 기지에 진주시킬 때 일본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적용된다(McCormack, Tony (2014). Air Power in Disaster Relief. Royal Australian Air Force. Archived from the original (PDF) on December 9, 2018). 향후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가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가동시키면서 과거 한국전 참전국들의 파병 등을 성사시킬 경우 주한미군 못지않은, 어쩌면 더 막강한 군사적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 참전국들이 미래의 한국전쟁에 부대를 파견할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의무감에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에서와 같이 다국적군의 형식으로 군사행동을 할 경우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미국 우방국들의 동참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엔사 후방기지를 일본에 두고 미래의 한국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엔사가 일본 정부와 체결한 주둔군지위협정(SOFA)으로 일본에서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기지 7개를 관할하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일본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을 지원할 군사력을 이들 7개 기지에 진입시킬 수 있다(Park, Won Gon (December 2009). "The United Nations Command in Korea: past, present, and futur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1 (4): 485–499. doi:10.1080/10163270903298959).

이들 7개 기지는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 89개 중 규모가 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일본 본토에 있는 후방기지 4곳은 요코스카(해군), 요코다(공군), 캠프 자마(육군), 사세보(해군) 기지이고 오키나와에 있는 3곳은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기지다(https://www.tokyoreview.net/2018/02/relevance-despite-obscurity-japan-un-command/).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에 파견될 참전국들의 지휘부와 병참 기지역할을 하면서 이들 국가의 군사력의 잠정 주둔 지역으로,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대피장소로 제공된다. 그밖에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군사적 조치 등에 협조하는 것도 포함된다(Degville, Lianne (July 1987). "United Nations Forces in Northeast Asia United Nations Command and United Nations Command (Rear) Their Missions, Command Structures and Roles in Regional Security").

유엔사 후방기지는 향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준수되지 않고 적대행위가 발생할 경우 파견국들이 군사력을 파견하는데 이 때 일본이 이들에 대한 주요한 편리를 제공하게 된다. 일본의 이런 역할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관련된 각서 교환으로 이뤄졌고 그에 따라 유엔사 회원국 9개 국가는 유엔과 일본이 제정한 SOFA의 서명국이 되어 있다. 이들 나라는 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타이, 터키, 영국, 미국이다(https://www.tokyoreview.net/2018/02/relevance-despite-obscurity-japan-un-command/).

유엔사 후방기지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나온 안보리 결의 84호에 의해 유엔사가 일본에서 만들어질 때 그 존립근거가 포함됐다. 이어 1951년 미국과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할 때 일본에서 한국 방어에 나서는 유엔군을 지원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그 위상이 굳어졌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정전협정 기간 동안 일본을 경유해 유엔군이 보내는 이송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로 일본 7개 지지에서 유엔기를 사용해 가동되고 있다(https://www.unc.mil/Organization/UNC-Rear/).

유엔사 후방기지는 1954년 2월 일본과 수개의 유엔참전국간에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할 때 그 속에 포함됐다. 유엔사 후방기지관련 SOFA에 의하면 △유엔사는 일본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고 유엔사 후방기지는 다국적군이 주둔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유엔군 참여국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지를 상호합의에 의해 일본에 지정해야 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이들 기지를 사용할 때 유엔기를 달아야 한다. △유엔사는 유엔군 참가국들이 이들 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7개 미군기지는 병참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유엔사가 1957년 도쿄에서 서울로 이전하면서 일본에 잔류한 부대가 7개 유엔사 후방기지를 관리하게 되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을 경유한 유엔참전국의 부대 이동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유엔참전국들은 일본에 정기적으로 함정이나 비행기, 인력을 이들 기지에 파견, 방문토록 한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유사시 관련 업무를 훈련하면서 주일미군이 유엔참전국들의 준비태세를 강화토록 하는데 있다. 모든 방문국 병력들에 대한 병참 지원은 주일미군이 하게 된다. 주일미군은 주요  파트너이자 실행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https://www.unc.mil/Organization/UNC-Rear/). 유엔사가 일본에서 특권을 누리는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주일미군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유엔사가 몇 명 되지 않는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본에 만들어 놓은 유엔사 후방기지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매년 한국 국방부 고위 관리와 국회의원, 언론인 등을 초청해 7개 기지를 방문토록 하면서 유엔사의 위상을 확인시키고 있다. 한국의 국방관련 여론 주도층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 그리고 각 군 소속의 군수·작전 분야 장성급 지휘관들이 지난 10~13일 주일미군의 주요 육해공군 기지를 방문했다. 오래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2019~2021년 중단됐다 재개되었고 상반기엔 장성급 지휘관들이, 하반기엔 영관급 장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문화일보 2023년 05월17일).

▲ 일본에 주둔중인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 자마 기지, 요코타 공군기지, 요코슈카 해군기지, 사세보 해군기지, 가데나 공군기지, 오키나와의 후텐마 해병대기지, 화이트 비치 해군시설 등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yokota 홈페이지


유엔사의 한국 정부 대북 사업 통제

유엔사는 평상시 정전협정 유지 관리를 주 임무로 하면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통과·출입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2018년 남북 철도 공동점검단의 방북이나 2019년 1월 인도적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북한에 제공하려고 할 때 싣고 갈 화물트럭의 통행을 막아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유엔사는 심지어 남북 교류협력 관계나 심지어 경기도청의 시설 설치에 대해 상급기관과 같은 행동을 해 논란이 되면서 그 정체성이나 미래의 역할 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유엔사는 실질적인 미국의 주도하에 있다는 점에서 유엔사의 남북 교류협력 간섭 등은 미국의 간섭이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CBS노컷뉴스 2020년 11월23일).

유엔사가 군사 분야 외에 대해서도 한국정부 행정에 허가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등은 한국 정부와 어떤 관계이냐에 의해 결정된다. 현실을 살피면, 유엔사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유엔사도 미국과 대등한 위상을 한국에서 보장받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유엔사가 한국 정부와 논란을 일으킨 뒤 공개되는 그 해법이나 조정 내용을 보면 유엔사의 주장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한반도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유엔의 지휘를 받지 않고 단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일 뿐이라는 점 등은 유엔사의 탄생과정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미국은 유엔사 발족 당시의 미흡한 유엔과의 관계에서 파생된 논란 – 유령단체 또는 가짜 국제기구 등 - 을 의식해 한국, 일본 정부와 맺은 관계를 통해 그 정체성 시비를 방어하면서 버티고 있다.


유엔사 가짜 논란 불구 그 법적 위상 한국 정부가 보장해줘

유엔사가 유령단체냐, 가짜냐의 법적 위상에 대한 논란이나 향후 역할은 한국정부가 유엔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유엔사에 어떤 자격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느냐에 따라 ‘현실’이 된다는 점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3년 전 한국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의 관련 발언과 같은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정 장관은 46대 국방장관재직시설인 지난 2020년 7월24일 유엔군사령부 창설 70주년 축하 서신을 통해 “유엔사가 한국군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를 상호 협력과 존중의 정신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을 지속해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데일리 2020년 7월24일).

정부는 유엔사의 정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이 유엔사의 합법성과 그 역할 수행을 계속 존중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정 장관의 발언처럼 유엔사의 역할이 보장될 경우, 한국 정부가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려 해도 유엔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엔사의 승인 없이는 남북이 철도·도로를 연결하는 것도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이 완강히 주장하고 한국이 동조하는 유엔사의 역할과 위상은 미국이 동북아 전략으로 추진해온 한미일 군사적 유대관계의 핵심 고리가 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유엔사는 그 부대가 한줌도 되지 않지만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확보해 놓은 군사력 동원 잠재력은 가공할 정도다.

미국이 유엔사와 ‘유엔사 후방기지’를 운영하는 방식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미래에 대비한 미국의 전략이 얼마나 촘촘하고 겹겹이 만들어졌는가 하는 점을 드러낸 한 사례이다. 양파껍질을 벗기면 또 다른 껍질이 나오듯이 미국은 한반도의 정전상태와 전쟁발생 가능성, 평화협정을 맺었을 때 등 다양한 경우를 대비했고 그 결과 주한미군사령관이 3개의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 유엔사, 한미연합사령부 등 3 가지의 군 주둔 형태를 유지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발판삼아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을 살펴 미국의 한반도 개입현황을 분석, 지적할 때 미국이 가장 아파하고 그래서 진지하게 나올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지혜가 중요하다.

미국이 무시 할 수 있거나 외면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형태의 문제제기나 통일운동의 실효성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를 위해 발동할 수 있는 이 조약 6조는 상대국가와 사전협의나 전제조건 충족과 같은 절차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이 한국에서 누리고 있는 결정적인 군사적 카드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절차를 밟지 않고 미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는 대북 선제타격권이 있다. 두 번째는 한국방어에서 핵심적 역할을 독점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여부를 미국 대통령이 협상카드로 휘두르거나 결정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유엔사가 향후 유사시 한국전쟁 당시의 권한을 부활해 활용하려 할 경우 등이다. 이런 부분은 쉽게 그 해결책이 나올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대등한 주권국가의 역할을 하면서 법치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야 할 난제인 것이다.


유엔사의 등장과 정당성 논란 및 그 역할

유엔사는 몇 년 전, 유엔의 깃발을 사용하지만 유엔과 관련이 없는 유령기구가 아니냐 하는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된 원인을 따져 보기 위해 유엔사가 등장한 70 여 년 전 당시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유엔 안보리는 1950년 6월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결의안 82호를 채택해 북한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38선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고 이틀 뒤 결의안 83호를 채택해 유엔 회원국들이 한국을 지원해 군사적 공격을 격퇴하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소련은, 중국 대륙을 통일한 중공이 대만으로 쫓겨 간 중화민국을 대신해 안보리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면서 안보리 참여를 거부하고 있었다.

안보리는 1950년 7월7일 결의안 84호를 통해 한국에 군사력 등의 지원을 하는 유엔회원국들은 미국의 연합지휘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에게 유엔의 기치아래 연합군 지휘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은 한국전에 투입된 전투부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엔사는 이처럼 유엔안보리 결의 82, 83, 84호에 의해 만들어진 다국적 군사기구로 1950년 7월에 창설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한국군 59만 명을 포함해 17개국 총 93만 2964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뒤 그 역할이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 임무로 축소됐다. 유엔사는 한미연합사령부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넘긴 이후 정전 협정과 관련한 임무만 맡고 있는데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측 2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통제 권한 및 관할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사는 1992년 군사정전위원회 대표로 한국군 장성을 지명하자 북한과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 참여를 거부했다.

미국이 연합군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1994년 북한 외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Jun-suk, Yeo (December 10, 2017). "A glimpse into US forces in Japan on standby for contingencies in Korea". The Korea Herald. Retrieved December 9, 2018).

-- 유엔안보리는 한국전쟁에 참전할 연합군을 하부조직으로 결성하지 않고 단지 그 지휘권을 미국이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추천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연합군의 해체는 유엔에 있지 않고 미국 정부의 권한 문제일 뿐이다. --

이후 코피 아난 총장은 1998년, 디칼로 유엔사무부총장도 2018년  유엔사는 유엔과 무관한 조직임을 공식 확인했다(오마이뉴스 2020년 6월14일).

미국은 유엔사 정체성이 논란이 되자 1지휘부에 외국군 장성을 증원하는 방식 등으로 방어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사의 해체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2013년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안보리에 ‘유엔사는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전쟁 도구에 불과하다’며 그 해체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고 유엔사는 유엔 결의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현재도 존재하면서 유엔 깃발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통일운동 진영의 손가락질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엔사의 존립 근거는 유엔사의 홈페이지에 압축되어 있다. 즉 정전협정의 발효를 선도하고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기간 동안 충돌방지라는 국제사회의 오랜 과제를 수행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인도하는 대화와 행동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분쟁과 충돌에 대해 참전국들의 기여를 가능케 하는 효과적이고 실행 가능하며 지속적인 플렛폼을 제공한다면서 유엔사의 우선적 사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https://www.unc.mil/About/Our-Role/).

-- △정전협정을 집행되도록 하고 보전하며 △참전국들의 유대와 한미동맹의 지지를 위해 국제적 지원이 유지되도록 하며 △‘유엔사 후방기지’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유지하고 △참전국들의 군사력의 이동과 산출을 한국합동참모본부와 협력해 역내에서 그 군사력을 지원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효과적 방법을 확립한다. --

유엔사와 유엔의 관계에 대한 논란의 정답은 무엇일까? 이는 전문가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거나 상반되어서 헷갈리지만 2019년 당시 유엔사 웨인 에어 부사령관의 발언이 참고할 만하다. 그는 그 해 5월 8일 캠프 험프리의 미군기지에 있는 유엔사 사령부에서 외신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https://asiatimes.com/2019/05/in-south-korea-a-un-command-that-isnt/.).

“유엔사는 유엔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고 단지 유엔사는 유엔 깃발을 사용하고 매년 미국 정부를 통해 유엔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이 지난 수십 년 간 유엔사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고 유엔사와 유엔의 관계는 이제 비밀도 아니다. 유엔사가 해체될 방법은 유엔의 결의안이나 미국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가능할 뿐이다.”


미국 1975년 유엔의 유엔사해체 결의 외면하고 한미연합사 발족시켜

유엔 안보리로부터 연합군 지휘를 위임받은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유엔사와 유엔을 연결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 허약한 정체성을 보강하려 시도했다. 즉 1953년 정전협정이 조인되었을 때 유엔사는 유엔에 이 사실을 전달했고 그 해 8월 유엔총회는 정전협정에 동의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총회에서 정전협정이 채택된 것은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관장하는 역할을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가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유엔사를 1976년 1월 1일까지 해체토록 건의하는 총회결의안 3390호를 결의했다("Question of Korea". United Nations Digital Library. United Nations Digital Library. 1976. Retrieved 27 February 2021.).

미국은 유엔총회의 결의가 있자 유엔군 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의 기능과 권한을 분리해 껍질뿐인 UN군사령부를 존속시키는 한편,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지휘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했다. 유엔사는 이 총회결의를 외면하고 현재까지 그 기능을 지속하고 있다(Salmon, Andrew (May 8, 2019). "In South Korea, a UN Command that isn't". Asia Times. Retrieved April 10, 2021.).

미국은 1977년 제1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연합사령부 설치를  합의하고 1978년 제1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합의로 발족한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에 의거해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도록 했다. 한때 유엔사 소속이었던 주한미군 병력 2만 여 명은  한미연합군 소속으로 간판을 바꿨다. 이런 과정은 한국의 동의하에 이뤄진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미연합사 발족에 합의해준 한국 정부가 유엔총회의 유엔사 해체 결의에 대해 미국 쪽 대응에 동조한 것이다.

유엔사는 한 번도 유엔 회원국이나 안보리를 대표한 적은 없지만 주한미군, 한미연합군이 하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사는 미국이 유엔의 깃발아래 DMZ를 면밀히 감시하면서 그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에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지닌 유엔사 후방기지의 상위조직으로 버티고 있다.

유엔사 본부는 용산에 있다가 현재 평택 미군기지에 있고 소속 인원은 90 여명이다. 유엔사는 그 규모가 작지만 DMZ에 대한 밀접한 감시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안의 적법성 등에 대해 미국 정부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 2018년 1월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당시 유엔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장군(중앙)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 지휘관 교체 식에 참석한 모습. 3명의 군인 뒤에 놓인 미국기와 일장기, 한국 평택에 주둔한 유엔사기가 보이는데 이는 한미일 군사 연합체의 상징처럼 보인다. 사진=위키미디어

유엔사가 2018년 남한의 기차가 북한으로 향하려는 것을 중단시키면서 논란을 빚었는데 당시 유엔사는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것에 대한 허가권은 유엔사에 있고 이는 정전협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당시 한국정부는 사전에 통보하거나 관련 서류를 유엔사에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정부는 유엔사 조치에 공식항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문점에는 미군이 아닌 유엔사 소속의 대대단위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누구나 DMZ 남쪽의 영역에 출입하려면 유엔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미군의 군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의 모자를 쓰고 인허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엔에서의 유엔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북한이 그 회원국이기 되면서, 그리고 유엔 회원국 가운데 비동맹 국가들이 많아 꼬리를 물고 이어졌었다. 한국에서는 유엔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안보를 저해한다는 차원에서 억제했고 보도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실상이 소상히 소개되어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유엔사가 논란의 대상이 되자 유엔사는 적극적인 태도로 유엔사의 위상에 대해 외국 언론인들에게 밝히고 있다.

유엔사는 그 부대가 한줌도 되지 않지만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확보해 놓은 군사력 동원 잠재력은 가공할 정도다. 유엔사는 국내에서 극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이지만 그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인데다가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 7개의 군사적 비중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이나 미래의 역할 등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유엔사와 유엔사 후방기지를 운영하는 방식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얼마나 촘촘하고 겹겹이 만들어졌는가 하는 점을 드러낸 한 사례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반도 미래의 모든 사태에 대비하면서 군사적 지배권을 행사할 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감상적, 일과성인 통일논의나 단순한 외세배격 논의는 정당한 분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 해도 충분치  않다. 냉철하게 한미군사관계의 현실을 파악해서 구체적, 실질적인 대책이나 전략이 나와야하고 그것이 한미 두 나라 정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동력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엔사 역할 부풀리는 미국 장성들

전직 유엔군사령관들은 2019년 여름, 앞으로 유엔사가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따른 정전 유지라는 기존 임무 외에 한반도 평화 구축과 유지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7월27일).

빈센트 브룩스 전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2019년 7월27일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미국 민간단체인 주한미군전우회(KDVA)가 주최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에 대한 화상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의 목적은 항상 동일하다면서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적대행위 중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는 정전 유지 외에도 남북한 그리고 미 북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티스 스카파로티 전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같은 날 화상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는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 갈등 해결에 국제사회가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유엔군사령부에 소속된 18개국들이 군사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외교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유엔군사령부를 재활성화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맡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미 간에 전작권이양이 완료된다 해도 유엔군의 권한을 앞세운 미군사령관에 의해 한국군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려한다면 유엔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유엔사의 승인 없이는 남북이 철도·도로를 연결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협정은 1953년 7월27일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 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사이에 맺어져 미국이 반대하는 한 평화협정 체결은 어렵게 되어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시도하는 남북교류협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고 기회만 있으면 제동을 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미국 국무부는 2020년 5월 한국 정부가 남북 접촉과 대북사업 활성화 방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북한의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국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과 관련해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남북협력은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동맹인 한국과 조율한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5월27일). 이는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남북협력은 불가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경우는 매우 직설적, 노골적으로 언급해 말썽이 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 관광 허용’ 등 남북 협력 추진에 대해 ‘반드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광을 허용할 경우 또 다른 ‘제재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뉴시스 2020년 1월17일).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언급 역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야 하는 남북교류의 특성상 이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거부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측이 고민해야 할 유엔사 관련 사항들

미국이 수년전부터 적극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유엔사는 평화협정 체결 이전까지 한반도에서 미국 이익을 보장받을 조치를 담당하는 기구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 학계, 언론계 등은 그 실상을 규명해야 한다.

유엔사는 북한에 대한 공격권 또는 북한 지역 점령 시 그 영토 관할권을 주장하는 등 미래에 미국의 이익을 대행할 장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관도 겸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유엔사 사령관 모자를 쓰고 한반도에서 주한미군과 차이가 있는 형태의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가져가더라도,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남북교류에 개입하거나 대북선제공격 등의 전략 유지를 도모하게 될 경우의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향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하여금 유엔사령관직을 앞세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보장된 미군의 특권을 계속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국가 간 관계는 힘의 관계로 유지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이 지난 수년간 유엔사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향후 미국 장성이 유엔사령관의 입장에서 한국에게 갑질을 할 개연성을 의심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 상하원이 2020년 여름 주한미군을 현 상태에서 계속 주둔시키는 국방수권법을 경쟁적으로 통과시킨 것도 주목된다. 동시에 한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고 지휘관인 유엔사의 위상을 인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군사력을 수단으로 한반도 미래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기반을 굳혀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방안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국방주권을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계나 학계, 언론계는 국력이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나라의 군사주권을 확립해 평화통일을 달성할 자주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미관계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과학적 타당성에 입각한 자주성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전방위에 걸친 대치와 힘겨루기를 전개하고 있고 두 나라의 무력충돌 시 한국도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미국 쪽 전문가의 입에서 거론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한반도 미래 전략이나 동북아 평화안정을 정착시킬 방안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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