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천 위원 퇴장 속 방통위 TV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민주당 추천 위원 의결거부 퇴장, 정부여당 추천 위원 2인 찬성

김현 위원 “용산 비서실 하명 받은 추진, 방통위 느닷없이 입장 바꿔”

전기요금 고지서에 합산 청구돼온 TV수신료가 29년만에 방송통신위원회 의결로 분리징수된다. 분리징수가 이뤄져도 집에 TV가 있다면 수신료를 내야 하지만 납부 거부 가구 증가, 각종 비용으로 KBS는 기존 6000억 원 규모의 관련 수입이 1000억 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정철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효재)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이 “용산 비서실 하명을 받은 졸속 추진”이라며 중간에 퇴장한 상태에서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대통령 추천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다.

의결 후 방통위는 〈TV수신료, 전기요금과 분리하여 국민의 권리를 보장한다〉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분리징수가 국민의 선택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 의결은 양당 추천 의원들의 공방 끝 일방 가결됐다. 김현 위원은 방통위 사무처에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까지 분리징수가 불합리하고 통합징수가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입장을 표명해 오다가 느닷없이 입장을 바꿨다”며 “사무처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고지할 경우 징수 비용이 상승할 우려가 있고 통합징수의 합리성이 인정돼 법원에서도 통합징수의 공익성이 더 크다고 판시한 바 있다는 공식 입장을 냈었다”고 말했다.

▲ 5일 방통위 보도자료 갈무리

김현 위원은 “논리를 보면 (분리징수를 통해) ‘수탁자(한국전력공사)와 위탁자(KBS)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인데 이 당사자들이 원활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거기에 징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때문에 분리징수가 아닌 통합징수를 했다는 게 방통위의 기존 입장”이라며 “객관적 근거도, 과학적 토대도, 법률 자문도 없이 하루아침에 달랑 내려와서 분리징수가 원활한 수행이라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나. 이건 궤변”이라고 말했다.

분리징수 시행령의 ‘비중요규제’ 대상 논란, 유예기간 부재, 의결사항에 법률 미기재, 입법예고기간 단축 등 의결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던 김현 위원은 “(위원들이) 3인 이하가 있을 때는 서면 회의를 3번 했고, 2인이 있을 때는 회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동안 방통위가 운영돼왔던 전통이고 관행이고 법정신”이라며 “제가 더 이상 심의 의결하는 장소에 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퇴장하겠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반면 대통령 추천 이상인 위원은 “수신료 관련 법령들에 절대불멸의 원칙이 있는 건 아니다. 수신료 징수 방법 관련 조항은 본질적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행령 개정으로서 가능한 사안”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입법예고 기간까지 단축한 그런 사안이다. 개정안의 공익적 목적이 KBS 등 일부 당사자의 손해 내지 이익 침해보다 더 우월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별도의 경과 규정을 두지 않고 바로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상인 위원은 “수신료 관련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유는 현재 KBS 보도 제작 등 방송에 대한 불신과 방만한 경영 형태에 대한 비판에 더해 전기요금과 통합으로 수신료가 부과된 지 30년이 지난 오늘 국민의 불편 호소와 시대적 변화 요구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KBS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분리징수만으로 KBS가 경영위기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한 일반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KBS가 스스로 체질 개선과 자기 혁신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조승래 의원 등이 7월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과 면담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다. ⓒ 연합뉴스

김효재 직무대행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신료를 내지 않을 것이란 KBS의 판단은 이미 상식”이라며 “사실 수신료는 그렇게 큰 돈이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 한 개 값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문제는 액수가 아닌 KBS가 그만큼의 수신료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그럴 염치가 있는 건지를 국민들은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산가족행사와 같이 한때 국민들과 함께 웃고 울던 KBS는 더 이상 기억조차 희미해져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화석이 돼버린 지 오래”라고 했다.

▲2023년 7월5일 언론단체들이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모여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앞서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전 김효재 직무대행을 항의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 장악 시도”라며 시행령 강행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인 단체들과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 또한 이날 오전 방통위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법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아랑곳 않는 묻지마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의결로 이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개정안이 공포돼 시행될 전망이다. 이날 가결된 원안에 따르면 개정안은 공포되면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된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에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권고했고, 방통위는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입법예고 의견수렴 결과 제출된 의견(4746건) 중 분리징수 반대 의견이 89.2%로 나타났다. 앞서 대통령실 국민제안 참여토론 결과 TV수신료 통합징수 방식 개선에 96.5%가 찬성했다.

* 이글은 2023년 07월 05일(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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