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추천 위원 2명이 결국 선을 넘었다. 언론시민사회가 그토록 경고했건만 눈과 귀를 닫고 이성마저 잃은 채 수신료 분리고지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3월 9일 여론조사를 위장한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이 시작된 이후 118일만이다. 한국 방송사에 임기 종료를 앞둔 5기 방통위가 정권 청부 졸속 의결을 내렸다는 오명을 스스로 뒤집어 쓴 날이다. 언론현업 5단체는 김효재, 이상인 이 두 명의 이름을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이제 절차는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만 남았다. “공영방송을 보지 않는 시청자는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말 한 마디로 이 파국을 부른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대통령에게 묻는다. 분리고지 시행으로 공영방송 초유의 적자를 내고, 경영평가를 빌미로 이사회와 사장을 흔들어 입맛에 맞는 방송이 되면 통합징수를 지시할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대통령이다. 최종 재가를 거부하라. 그것만이 당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법치주의의 실현이다.

국회에 요구한다. 반쪽짜리 방통위가 시행령으로 입법권을 침해한 이 사태를 그저 방관할 것인가. 박근혜 정권이 시행령 정치로 국정농단을 벌일 때 마비되었던 국회의 흑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헌법이 정한 입법권자로서 공영방송 재원 특위를 구성하여 어떤 권력도 개입할 수 없는 공영방송 재원 제도를 속히 만들라. 여당에게 경고한다. 오늘 방통위 수신료 분리고지 의결은 당신들의 입법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직무유기다. 국회의원의 자격을 망각하지 말라.

헌법재판소에 요청한다. 방통위의 오늘 의결은 십수년 동안 수신료의 법적 성격과 통합징수의 적법성을 확인한 헌재 결정을 뒤엎은 폭거다. 이미 접수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정지 가처분 신청과 입법기간단축 헌법소원을 어제 언론현업5단체가 제출한 의견서를 조속히 검토하여 빠른 결정을 당부한다. 헌정질서의 마지막 수호자인 헌재의 권위를 증명하라.

언론현업5단체는 오늘 의결이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고지를 넘어, 공영방송 전체와 한국 미디어 생태계의 대혼란을 일으킬 엄중한 사태로 받아들인다. 이제 전국언론노동조합 1만 5천 조합원과 현업단체 모든 회원들은 방통위 뿐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전면적 대응을 선언한다.

2023년 7월 5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