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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개폐 필요성 언급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고승우의 국보법 연재(13)] 박근혜 씨, 황교안 시켜 국보법 위반혐의로 통합진보당 해산
  • 관리자
  • 승인 2022.08.0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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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현직에 있을 때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개폐 필요성을 언급한 경우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기간 후보 간 토론 등을 통해 국보법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경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일하고 홍준표, 황교안 등은 국보법 존속을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9년 8월 8·15 경축사에서 국보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앞장서 극력 반대했다. 당시 박 대표는 “간첩을 알고 있는데도 신고할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분단 조국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냐”며 당시 개정 논의가 있던 불고지죄 부분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통령의 국보법 개정 언급은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진전이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 1999년 국보법 개정의 필요성 언급하자 박근혜 극렬히 반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04년 9월5일 밤 MBC 시사매거진 2580 특별대담 말씀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형법 몇 조항 고쳐서라도 형법으로 하고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대한민국이 드디어 야만의 국가에서 문명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강한 어조로 공식화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에 당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와 수구정치인, 보수언론 등이 앞장서 반대했다.

▲ 2004년 9월5일, MBC 시사매거진 2580 특별대담 말씀 ‘대통령에게 듣는다’ 갈무리. 사진=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씨는 2004년 9월9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을 막아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보법 폐지는 친북활동의 합법화”라며 “일부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유감이지만, 국보법의 순기능마저 없앨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 후 십 여일이 지난 그해 9월20일 ‘정부참칭’ 조항(국가보안법 제2조)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으며, 국가보안법의 명칭도 바꿀 수 있다고 종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후 소속 당내 일부 의원들이 “국보법의 ‘정부 참칭’조항과 법안 명칭은 체제 수호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박 대표를 비판했고, 박 대표도 자신의 발언이 오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노무현 대통령 국보법 없애자 발언 후 박근혜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

노 전 대통령이 국보법을 없애자는 발언을 한 이후 그 개폐를 놓고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폐지 후 형법 보완'과 ‘별도의 대체 입법’을 주장하는 쪽으로 나뉘는 등 엄청난 논란과 갈등이 벌어지면서 단일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은 국보법의 폐지·개정안을 논의하였으나 거대야당의 반대로 유보되었고 이듬해 5월, 여·야의 국가보안법 폐지·개정안이 각각 상정되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났고 국보법 개폐 논란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2013년 12월 실시된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뒤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던 황교안 전 부산고등검찰청장을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황 장관은 대검찰청 공안 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역임하며 공안부에서 잔뼈가 굵은 ‘공안통’으로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해설’, ‘법률용어사전 2009’등의 저서를 출간해 국보법을 찬양하는 태도를 보여 ‘미스터 국보법’으로 통해왔다.

황 전 장관은 옛 통합진보당을 국보법 위반 등 이적행위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이 당을 강제 해산 시켰고 20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도했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 2015년 6월18일 오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청와대에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2019년 1월, 통진당이 황 전 법무장관의 제소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2014년 헌재에서 국보법 위반혐의 등으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아 해산된 것과 관련해 황 전 법무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해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독립적이지 않고 불공정하게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처리하게 함으로써 고소인들의 공무담임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의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와 법무부 간의 내통 의혹이 있으며, 정부 측 증인 김영환(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사법권을 침해하고 훼손한 것으로 의심 된다”며 고소이유를 설명했다.

옛 통진당 의원들의 고소는 황 전 장관이 2019년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진당 해산은 자신이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통진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 정당입니다. 해산을 해야 합니다’(라고) 건의를 했고 대통령께서 ‘합시다’라고 결단했다. 그래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매일일보  2019년 1월23일).


문재인 국보법 폐지 당장 어렵다는 입장 퇴임까지 지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17년 4월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는가’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물음에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2017년 4월19일).

당시 문 후보는 그러나 당장은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을 시사했고 ‘국보법을 왜 폐지할 수 없는가’라는 물음에 “지금 남북관계가 엄중하니 여야 의견이 모이는 범위에서 국보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찬양·고무’ 관련 조항인 국보법 7조를 악법 요소라고 규정하면서도 “(국보법 폐지는) 남북관계가 좀 풀리고 긴장이 해소돼 대화국면으로 들어갈 때 가능한 얘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는데도 국보법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치 않았다.

20대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인 2018년 3월 당 지도부 회의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에 대한 답례 형식을 빌어 대북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데 대해 “대북 대화 구걸 정책을 취하고 있는 이 정권의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청와대 주사파들은 좌파 정권이 끝나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프레시안 2018년 3월2일).

홍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지금은 미중 대결구도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때”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등을 사법적으로 단죄한다면 대북 대화 구걸정책 또한 대통령의 통치행위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 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2017년 5월1일 오후 대전시 서대전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국보법 21대 국회말까지로 연기 후 대선, 지방선거 다 패해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4석을 얻어, 민주·진보세력을 모두 더하면 190석에 달하는 상황이 되었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은 2021년 5월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동의 청원’ 캠페인을 벌여 10만 명 서명을 9일 만에 달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이번 청원이 단기간에 달성된 것은 국보법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021년 11월9일, 계류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2024년 5월29일까지로 연장’하는 안을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해 이 법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를 크게 실망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총선에서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도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부정적 영향이 미칠까 우려해 국보법 개폐논의를 뒤로 미뤘지만 두 선거 다 패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뒤 촛불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국보법 개폐에 대해 외면했고, 21대 국회는 21세기 국제사회가 국보법의 야만성에 대해 손가락질하며 비웃는데도 국민을 저능아 취급하는 국보법의 개폐에 대해 소극적이다.

한편 UN이 네 차례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를 권고한 국보법 7조는 1992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나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2017년과 2019년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잇따르면서 헌재가 심의를 하고 있다. 국회가 국보법에 대해 후진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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