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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국보법 반대했던 조선일보, 오늘날 개폐 반대 - 반언론적 작태[고승우의 국보법 연재(12)] 조중동 2004년 “국보법 폐지 절대 반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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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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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이 문제가 있느냐, 또는 그것을 고치거나 폐기해야 하느냐 하는 논란은 이 법이 만들어진 1948년 이래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법이 논란이 되고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그 법이 지닌 태생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나 그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경우 등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정부기관 등이 상반된 견해를 표명하면서 힘겨루기를 하는 일이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다.

국보법 찬반론의 경우 특이한 것은 조선일보가 1948년 이 법이 상정된 날에 쓴 사설에서는 이 법에 대해 격렬히 반대한다고 해놓고 최근에는 국보법 개폐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보법이 제정될 당시나 오늘날의 상황이 근본적으로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도 이 신문이 손바닥 뒤집는 듯한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언론의 모습이 확인된다. 조선일보가 ‘국가보안법을 배격함’이라는 제목으로 1948년 11월14일자에 보도한 장문의 사설 가운데 앞부분만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방금 국회에 상정된 국가보안법은 광범하게 정치범내지 사상범을 만들어낼 성질의 법안인 점에서 우리는 단호히 반대한다. 단순히 북조선의 소련점령내의 정권이 대한민국의 존립과 그 발전을 해하려고 하는 모든 수단에 대한 방비를 위한 것이라고 입법의 동기가 설명되고 있으나 그러한 직접 파괴의 행위나 그 예비의 거조(擧措)에 대한 처벌이라고 하면 일반형법으로서 충분할 터인데 구태여 이러한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법안의 조문이 명시한 바와 같이 ‘국헌에 위배하여’운운한 급사(給社), 집단(集團), 그리고 그러한 결사의 지령으로 ‘협의(協議), 선동, 또는 선전을 한 자’운운을 적발한다면 그 운용의 실제는 일찍이 광무11년의 보안법이나 기미삼일운동 당년의 일본 제령(制令)제7호, 그후의 치안유지법 같은 성격을 가지고 다수의 정치사상범을 만들어내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publishDate=1948-11-14&officeId=00023&pageNo=1). --

조선일보는 그러나 ‘국보법 불편 느낄 국민 아무도 없는데 왜 이리 서두나’라는 제목의 2018년 10월 10일의 사설에서 아래와 같이 그 개폐를 반대하고 있다.

--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여당과 그 주변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등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보법은 남북 화해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니 손을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은 국보법의 존재 이유부터 호도하고 있다. 국보법은 대남 적화 시도 같은 북한의 안보 위협 때문에 존재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북한 핵의 완전 폐기가 이뤄지고 북의 남침 가능성이 명백히 없어져 한반도 평화 체제가 정착된다면 국보법도 개폐(改廢)될 수 있다. 그런데도 집권당과 그 주변이 벌써부터 국보법 개폐론을 내놓는 것은 북의 안보 위협은 제거되지 않았는데 우리부터 무장해제하자는 것이다.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확인하고 난 뒤 국보법 개폐 문제를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

위의 사설은 조선일보가 국보법이 ‘모든 권력의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정신을 원천적으로 짓밟고 있고 국민이 정상적인 사리판단을 못하는 열등한 존재로 전재하고 있다는 점을 100% 수용한 것으로 대단히 부당하다 할 것이다. 또한 국보법에 의한 탄압과 가짜간첩 양산 등의 폐해가 자심하며 국제사회가 악법이라고 지탄하고 있고 이 법의 조문이 1948년 사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부작용이 심각한 것도 외면한 채 북한의 비핵화가 될 때까지 이 법의 개폐 논의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 비핵화는 북미간 논의주제가 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라는 점이다. 특히 21세기 인공지능 시대는 사상과 상상의 자유가 필수조건이다. 조선일보가 이런 점을 깡그리 무시한 채 국보법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채 궤변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사회적 지탄을 면치 못할 중차대한 반언론적 작태라 하겠다.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국보법 존속 주장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더 묶어 두자’는 폭력적 발상

국보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그 폐지 견해를 밝혔다가 보수층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방침을 밝혔던 2004년 10월로 되돌아가 보면 반대 세력이 얼마나 극성스러웠는지가 확인된다.

당시 조중동은 국보법 폐지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수구 보수 세력과 함께 “국보법 폐지절대 안 된다”는 폭력적 논리로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식으로 저항했다. 이 신문들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보법 합헌 결정에 맞서는 모양은 좋지 않고, 이 법이 없이 북한의 위협에서 대한민국이 견딜 수 있겠나 하는 등의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 검열의 불합리성 등과 관련한 교과서적 논리를 전면 부정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 등을 좀 더 묶어 두자는 조중동의 집요한 반대와 비이성적인 태도에 대한 반론은 유럽에서 이미 17세기부터 제기된 바 있다. 우리에게 실낙원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국의 시인이자 청교도 사상가 존 밀턴(1608~1674년)은 360년 전 자유로운 논쟁을 통해서 진리와 허위가 구별되어 결국 진리가 승리한다는 ‘사상의 공개시장’ 개념을 제시했다.

그 후 영국의 사회학, 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인 J. S. 밀(1806~1873년)은 가장 바람직한 사회는 최대 다수가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사회며, 그런 사회에서 소수의 의견도 자유롭게 공표되어야 한다는 공리주의를 천명했다. 1859년 밀은 자유론을 발간했는데 이는 그 후 언론자유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인용되었다.

▲ 존 스튜어트 밀. 사진=위키백과

그는 자유라는 이름을 가질만한 유일한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 한, 우리 자신의 선을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추구하는 그런 자유라고 갈파하면서 휴머니즘은 선택의 자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인간의 자주성은 당연히 절대적이고, 개인은 그 자신에 대해서 그의 몸과 정신에 대해서 지고한 존재이다…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의견을 가지고 있고 오직 한사람만이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그 한사람이 힘이 있다고 해서 나머지 모든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여론의 압력이 결과적으로 사회를 순응자들의 사회로 만들지 모른다. 순응은 신선한 생각의 도래를 제한하고 사회를 무지하게 만들고 새로운 사고의 도입으로만 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둘째, 자유로 인한 중요한 혜택 중의 하나는 틀릴 수 있는 권리, 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인간의 지식이란 결코 완전하지 못하며 항상 거짓일 수 있다.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은 개연성 있는 해답에 불과하다.

셋째, 자유언론은 가장 중요하다. 인쇄된 글로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권리는 자유 가운데 가장 신성한 권리가운데 하나다. 언론을 검열하려는 노력은 언론만이 유일한 안전장치인 무지와 어리석음을 부활시킨다. 어떤 견해가 아무리 사악하고 가증스럽다 해도 그것을 억압하는 것은 결국 인류에게 손해가 된다. 자유는 인류가 열망하는 목적이다.

이상에 밀의 견해는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 논리적 한계, 즉 언론의 사회적 책임론과 같은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 해도 양심과 사상, 언론 출판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할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처럼 지난 수십 년 간 독재체제의 불행을 겪었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틴 이명박근혜 시대를 경험한 사회에서는 깊이 음미해볼 내용이다. 거기에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시대가 외면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국보법 폐해와 문제점은 강정구, 송두율 교수 등에 의해 확인돼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리를 전제로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론에 대해 제기된 헌법재판소, 대법원을 포함한 수구 보수 세력의 반대 논리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후진적인가 하는 것이 자명해진다. 국보법이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은 이 법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교수들에 의해 거듭 확인된다.

강정구 동국대 전 교수는 “국보법은 법치주의에 의한 법의 보편성 기반을 아예 외면하면서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재단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 법”이라며 다음과 같이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 “이 법은 찬양, 고무, 동조 등의 의사만 있다고 판단하면 처벌한다.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도 사상과 의식이나 마음까지 예단하고 처벌하는 것이 국보법이다. 국보법이야말로 觀心(관심)법이다. 관심법은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법으로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사실에 의해 검증을 받는 과학적 지식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보법은 참이나 진실을 전제로 하지 않은 법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법이다.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법 아닌 법이다.”(위클리 서울 2007년 12월6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국보법이 있는 조건에서 사실 자가당착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어떤 행위를 국보법에 의해서 처벌할 수도 있고, 같은 행위를 ‘남북교류촉진법’에 의해서 권장할 수도 있다. 같은 행위를 이처럼 달리 해석하는 법이 있는 조건에서 행위자는 항상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북이 ‘평화통일의 동반자’라고 하면서도 이를 동시에 ‘주적’이라고 보는 모순의 구체적인 표현인 국보법을 미래지향적으로 폐지하지 못할 때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의 사고와 정치행위도 적극적으로 될 수 없다. 바로 이점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송두율 교수가 2004년 8월5일 오후 독일로 출국하며 석방운동을 벌여온 대학생들로부터 선물을 건네받고 있다. ⓒ 연합뉴스

송 교수는 이어 다음과 같이 국보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국보법의 ‘고무, 찬양’ 은 가령 학문적 판단이나 주장도 처벌할 수 있다. 즉 사상과 양심에 근거한 주장도 ‘친북’이라는 정치적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친북’과 구별된 종북’이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이 개념을 보수우파만 아니라 이른바 좌파도 사용하고 있다. 친북’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을 인정하는데 반해 `종북`은 아예 이조차 인정하지 않고 순전히 수동적으로 따라하는 맹신적 행위라고 여긴다. 국보법은 그러나 이 둘 사이에 어떠한 의미론적인 차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둘 다 ‘고무, 찬양’에 속하고 처벌될 수 있다. 따라서 ‘친북’이나 ‘종북’을 두고 설전하기 이전에 국보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철폐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나는 ‘친북’도, 더구나 ‘종북’이 아니기에 국보법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사실 국보법을 지금까지도 온존시켜왔지 않았는가.”(위클리 서울 2008년 5월20일).

이상에서 발췌 소개한 두 교수의 논리를 통해 국보법의 독소조항이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것이 명백해진다. 이 법이 지닌 문제점과 함께 고려할 사항은 이 법이 실행되고 있는 21세기 시대 상황이다. 90년대 전후해서 소멸한 냉전시대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이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법은 그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보법 없으면 대한민국 견딜 수 있겠나’라는 거짓 주장 이젠 사라져야

국보법이 시대 상황에 걸맞지 않는 부정적 특성 가운데 하나가 나날이 발전하는 지구촌의 정보화 수준이다. 세계는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은 광장의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고 각계각층의 민주화 욕구 수위를 높이는 의식화 작업의 수단으로 제시되어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같은 첨단 과학문명 시대를 맞아 국보법을 개폐할 경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자유까지 허용해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유포될 것이며 북한을 찬양 고무 하는 사태가 과연 우려할 수준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난해 4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국보법은 한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을 외면하고 저능아 집단이라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최악의 인권 탄압 법 이자 야만적인 악법이다. 거짓과 허상은 진실한 정보 앞에 가장 허약하다.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보의 바다는 계속 넓고 깊어지고 있다. 손바닥으로 진실의 하늘을 가리려는 폭력적 어리석음은 타파되어야 한다. 국보법의 폐지에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의 대오각성이 이뤄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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