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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대통령만이 통치행위차원서 그 적용 안 받아-국민주권 침해 문제 심각[고승우의 국보법 연재(10)] 자의적 법집행 가능성 크고 죄형법정주의 위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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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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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과도하게 적용되면서 ‘막걸리 국보법’이라고 불렸다. 이 법은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 죄형법정주의 위배에 따른 인권 침해,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위축, 형벌과잉 초래, 국제 규약과의 상충 등의 문제점이 있다. 국보법은 북한의 법적 위상에 대한 혼선을 심화시킨다.

북한은 국보법 등 국내법에 의하면 ‘적’이지만 남북이 유엔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국제법적 차원에서는 대등한 국가다. 북한은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다. 이처럼 북한의 법적 실체가 이중적·모순적이어서 혼란스럽다. 국내권력자가 북에 대해 하는 언행을 일반 국민이 하면 범죄가 된다. 대통령만이 통치행위차원에서 국보법의 적용이 예외가 될 뿐이다. 이는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과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사상을 허약하게 만든다. 불평등한 사회라는 인식을 심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다.

국보법은 동서이념 대결이 냉전시대처럼 사상과 이념 대결이 격렬해야 존립 근거가 합리화되는데 지구촌의 국가사회주의 자체가 실패하면서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 법은 세계 사상사적 관점에서 볼 때 오래전에 역사의 무덤 속으로 들어갔어야 할 법이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들이 앞장서서 이 법은 현행 법체계와 부딪히지 않으며 계속 적용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후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지배질서가 완강한 사회다. 세계가 비웃으면서 손가락질할 그런 모습이다.

국보법은 그 독기가 전 방위적이고 특히 원초적인 민주주의의 기반을 파괴한다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 법의 여러 조항이 문제가 심각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이 바로 제7조 ‘찬양·고무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 실시한 ‘국가보안법 적용상에서 나타난 인권실태조사’에 의하면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10년간(1993년 2월25일~2003년 2월24일) 국가보안법 관련 전체 구속자 3047명중 제7조 관련 구속자는 2,762명으로 90.6%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국보법 관련 구속자 413명 가운데 92.3%인 381명이 7조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집권 2년 차인 1999년에도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 286명 가운데 91.3%인 261명이 제7조의 적용을 받았다. 일반 형사사건의 실형 선고율이 30%를 웃도는데 비해 국보법 제7조 위반 사건의 경우, 겨우 10% 안팎에 불과했다. 이는 당국이 무리하게 7조를 적용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 국가보안법 갈무리.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국보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7조, 제10조 문제 심각

국보법의 문제는 국가인권위가 2004년 국보법 폐지를 권고하면서 내놓은 관련 자료에 잘 나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국보법 각 조항들 중에서도 특히 제2조, 제3조, 제4조, 제7조, 제10조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이자 근대 시민형법의 최고 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양심·언론·출판·집회·결사·학문·예술의 자유 등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

국보법 제2조, 제3조 및 제4조 (반국가단체)의 내용을 보면, 국보법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범죄행위 실행 전단계의 ‘예비·음모’까지 광범위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근대형법의 ‘행위형법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 형법이 아닌 심정 형법이다. 또한 이 법은 반국가단체의 규정 자체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위배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국보법 제7조는 헌법상의 언론·출판·학문·예술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와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또한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고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으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심각한 반인권적 조항이다.

국보법에서 반국가단체 등 특정조항에만 해당되는 제10조 불고지죄는 헌법에 규정한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대표적 악법 조항으로 비판받는다. 침묵의 자유 혹은 묵비의 권리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내심의 영역을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나오는 인권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입장에 따라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1991. 4. 1 89헌마160)라고 선언한 바 있다.

▲ 헌법재판소. ⓒ 연합뉴스

국보법을 폐지할 경우, 그 동안 북한 관련 안보 범죄를 처벌할 때 이용해온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관련 개념을 형법 내용으로는 담아낼 수 없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그런 지적이 근거없다는 점을 밝혀왔다. 즉 북한 관련 안보 사범의 처리에 있어서, “북한은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고 판결(대법원 선고 4292형상180, 71도1498호, 82도3036호 등)했던 것이다.

즉 국가 안보 사범에 대하여는 형법상의 간첩죄(98조)로 의율하면서 북한을 ‘준 적국’으로 취급해왔기 때문에 이는 형법상 ‘외환의 죄’에 의한 규율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추종하거나 간첩행위를 하면 형법상 간첩죄로, 그리고 국헌문란, 변란을 일으키면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되고 있는 만큼 국가보안법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제시되었다.

국보법은 한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조약(UN 권고)과 헌법 제6조의 관계에 비춰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 특히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다. 그런데 국보법은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9조, 제18조, 제19조와 양립할 수 없어 폐지되어야 될 법률이라는 것이 국제인권기구,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지속적인 권고를 통하여 확인되고 있다.


남북한 유엔 가입과 국보법의 반국가단체 개념은 모순되는 법체계 초래

국보법은 북한이 평화통일의 대상이며 유엔에 남북한이 가입되어 있어 엄연한 국가로 공인되어 한국의 헌법 등에 규정된 반국가단체라는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등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걸맞지 않다.

남북한 양측은 1991년 9월18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였으며, 유엔헌장 제4조에 따르면 유엔가맹국의 자격조건은 국제법상의 주권국가로서 유엔헌장의 의무를 수락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시 북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국제법적으로 공식 인정된 독립국가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유엔 가입 이전에도 국제관습에 비추어 보자면 북한 당국이 북한 지역에 대하여 사실상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실이다. 즉 북한은 ‘한반도의 북측 지역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는 ‘사실상의 국가’로 보는 것이 변화된 시대적 환경과 국제법 질서에 맞는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남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동반자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즉 1972년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사상, 제도, 이념의 차이를 초월하여 평화적 방법에 의한 민족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2000년과 2007년,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정치·경제·군사·사회 분야에서 남북총리급회담, 남북고위회담 등이 총 수 백회 진행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

▲ 2000년 6월13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남한 내부에는 냉전과 반북을 전제하는 국보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탈냉전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존재함으로써,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개의 법 가치·체계가 병존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은 ‘반국가단체’,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인 이중적·모순적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상태다. 국보법이 처음 등장한 분단 당시 및 냉전 체제 당시와는 그 시대적 환경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보법 없으면 사회혼란 초래 우려 근거 없어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는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없다고 주장한다. 위의 행위들이 국가의 기본질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고 집단화되어 폭력성을 가질 경우에는 형법 제115조(소요), 116조(다중불해산) 등의 ‘공안을 해하는 죄’로 처벌될 수 있으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도로교통법, 경범죄처벌법 등으로도 다스릴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전략 및 법체계의 변화 없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같은 안보특별법이 없으며, 북한 헌법 제9조는 사회주의 건설의 범위를 북한지역으로 한정시키고 있다.

그리고, 북한 형법에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무장 폭동, 테러, 간첩행위 등 ‘국가주권을 반대하는 범죄’와 ‘민족해방에 반대하는 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들은 우리 형법의 내란· 외환·간첩죄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북한 법체계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이상의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자료와 기타 관련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이에 대한 반대 견해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국제법과 국내법 그리고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광범위하고 균형 있게 살펴야 하고 그래야 국소적 부분에만 코를 박는 식의 바보짓을 생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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