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란색1’ 중징계에 “여당 선거운동기관” 비판

▲ 2024년 2월27일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 갈무리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파란색 숫자 1’로 표현한 MBC ‘뉴스데스크’에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의결하자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편파·월권 심의의 결정판”이라고 반발했다.

선방심의위는 4일 지난 2월27일 ‘뉴스데스크’ 일기예보에 대한 MBC측 의견진술을 들은 뒤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일기예보는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며 파란색의 숫자 1을 크게 띄웠다. 이를 두고 ‘특정 정당에 유리한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고, 다수의 심의위원들은 MBC의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5일 공동 논평을 내고 “누가봐도 억지에 가까운 심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선거와 관련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보도에 심의위원들 각자의 자의적 해석을 갖다 붙이며 ‘선거방송의 공정성 심의’라는 선방심의위 설치 취지를 몰각했다”며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한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위원들은 날씨예보에서 통상 쓰는 ‘극값’ 표시를 왜 ‘나쁨, 보통, 좋음’으로 하지 않았냐고 질책하는가 하면 환경부가 맑은 날 표시에 쓰는 파란색에 대해서도 특정정당 기호를 연상했다는 자의적 느낌을 바탕으로 ‘왜 1을 부각해서 썼냐’고 따져 물었다”며 “모든 보도의 문장 하나하나, 스크립트에 대해 보도지침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송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도프로그램의 속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심의”라고 지적했다.

해당 안건엔 ‘파란색 1’외에도 여러 민원이 포함됐다. <“무언가 연상하기에 충분”··방심위 제소>, <방심위,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MBC만 ‘과징금’> 등 총 8개의 리포트에 대한 민원을 하나의 안건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민언련은 “선방심의위는 (MBC에 대해) 최종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도 서로 다른 내용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올려 마치 ‘떨이’하듯 심의했다”며 “의견진술자의 진술이나 찬반 토론 전에 이미 중징계라는 답을 정해놓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선방심의위는 역대 최다 법정제재 건수인 18건을 달성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에 집중된 것은 물론이고 선거방송이라고 볼 수도 없는 보도에조차 심의의 칼날을 들이대 법정제재를 남발했다”며 “차라리 여당의 선거운동기관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정직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기자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제재의) 수적 증가 못지않게 문제인 것은 정치 심의, 편파 심의, 표적 심의로 의심되는 숱한 결정과 논의들”이라며 “일부 위원은 방송사 구성원들의 소속 노조를 언급하는 등 심의 내용과 무관한 질문을 하는가 하면, 또다른 위원은 심의대상이 될 수도 있는 특정 종편사의 추천을 받아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제 역할이 의심스러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를 대신해 선방심의위가 특별히 선거 기간에 특정 정파에 유리하도록 보호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방심의위를 꾸린 방통심의위의 내용 규제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고 본다. 방통심의위 개혁에 본격 나서야 할 사유와 명분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24년 04월 07일(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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