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연합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상임이사들의 사업 수사 의뢰, 보수성향 시민단체의 고발, 이사장 해임 시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 내부 구성원 절대다수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임이사들의 이사장 해임 시도에 대해서도 직원 94.8%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이사들의 비상식적 행태를 성토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재단에 가득하다”며 상임이사들이 “막장 경영”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11일 공개됐다. 설문조사 참여율은 70%에 달했다. 조합원 95.5%는 상임이사들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자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에 대해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혀 합당하지 않다”는 88.7%, “거의 합당하지 않다”는 6.8%였다. 이번 수사 의뢰로 민간단체 지원사업 담당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직원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수사 의뢰가 합당하다고 여기는 응답자는 3명(2.3%)에 불과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노동조합이 11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외풍을 막아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임원들이, 직원들을 태풍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 열심히 일했을 뿐인 직원들은 부지불식간에 수사 대상이 되어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설령 의혹이 있더라도 정식감사를 우선했어야 한다. 심지어 이사들은 수사 의뢰에 앞서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며, 자체 조사 후속조치를 묻는 노동조합에는 수사 의뢰 사실을 감쪽같이 숨겨 직원들을 기망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지표 조작 의혹을 두고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언론재단은 보수 언론을 통해 관련 보도가 나오자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반박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또 상임이사들은 표완수 이사장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 99.2%는 “언론재단의 대응이 합당하지 않다”(전혀 합당하지 않다 92.5%, 거의 합당하지 않다 6.8%)고 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1명이었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몇몇 특정 매체들에는 일방적인 입장을 담은 내부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최소한의 반론권도 제공되지 않은 채 기사화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응당 나서야 할 일은 도리어 막고 정작 단속하고 대응해야 할 일은 방치하는 이사들의 모순에 직원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또 언론재단은 이달 16일 이사회에 표완수 이사장 해임 안건을 상정했다. 해임 안건은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 임명된 상임이사 3인(조선일보 출신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 연합뉴스 출신 유병철 경영본부장, 중앙일보 출신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합원 94.7%는 “이사장 해임은 합당하지 않다”(전혀 합당하지 않다 88%, 거의 합당하지 않다 6.8%)고 응답했다. 이사장 해임이 매우 합당하다는 조합원은 1명에 불과했다. 6명은 “보통”이라고 했다.

표완수 이사장 임기는 올해 10월18일까지다. 해임 안건 상정 이유는 △정부광고 지표 조작 논란으로 인한 리더십 와해 △허술한 보조금 관리 정황으로 인한 경영책임 등이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사장에 대한 우격다짐식 해임 절차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언론보도로 드러난 해임 추진 사유는 언어도단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사들은 자신도 해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가”라고 했다.

언론재단의 변화는 지난 3월 상임이사들이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조합원 95.5%(전혀 그렇지 않다 85.7%, 거의 그렇지 않다 9.8%)는 이사들이 상식적이고 합당한 경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사들이 상식적이고 합당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은 3명뿐이었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이사들에게 △수사 의뢰 철회 △정부광고 지표 관련 자료 유출자 색출 △이사장 해임 추진 사유 공개 등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1주일 이내에 수사 의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이사 3인은 더 이상 우리 직원들을 존중하며 함께 일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보수언론에 유출된 정부광고 지표 관련 자료는) 허위정보와 일방적 주장이 상당수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문건과 동일한 내용이 기사화됐고 이는 한 단체의 고발 근거가 되었다. 조합은 논란의 시발점이 된 괴문건의 작성 배경과 유출 경로, 아울러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이사장 해임 안건이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통보되고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정작 재단 직원들은 명확하고 합당한 해임 추진 사유를 모르고 있다”며 “정관 등 명확한 규정과 근거에 입각해 사유를 공개하라. 모든 것은 낱낱이 기록될 것이며, 우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완수 이사장 해임안의 결정권은 비상임이사들 손에 달렸다. 언론재단 이사회는 총 9인(이사장, 본부장 3인, 비상임이사 5인)으로 구성된다. 재적 이사 과반수(5명)가 찬성하면 안건이 의결된다. 안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상임이사 3인에 비상임이사 2인이 찬성표를 던지면 이사장 해임이 현실화된다. 비상임이사는 김동훈 기자협회장(한겨레 기자), 김의철 방송협회장(KBS 사장), 이준웅 언론학회장(서울대 교수), 임채청 신문협회장(동아일보 사장), 추승호 신문방송편집인회장(연합뉴스TV 상무이사) 등이다.

* 이글은 2023년 08월 14일(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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