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언론역사 조선동아 대해부
제16대 대선- ‘노무현 떨어뜨리기’(2)동아일보 대해부 5권 - 6장(2)
  • 관리자
  • 승인 2023.06.14 12:15
  • 댓글 0


노무현의 ‘언론 관련 발언’ 파문

동아일보 4월 5일자 1면 머리에는 「“집권 땐 메이저 신문 국유화” / 노무현 후보 ‘언론 발언’ 파문」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메이저신문’인 동아·조선·중앙일보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 ‘사유재산’을 국가에 ‘헌납’해야 할 것이다.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4일 노무현 후보가 지난해 8월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일부 중앙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내가 집권하면 메이저(주요) 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특보는 “당시 모임에 참석한 기자가 소속 회사에 보고한 내용을 입수했고 다른 기자들에게도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의 유종필 공보특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작이다”라고 부인했다.
  김 특보에 따르면 노 후보는 당시 “나라의 발전과 국민통합, 그리고 강력한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내가 집권하면 메이저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 한국은행 국채를 발행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
  노 후보는 또 “언론사주 등의 주식 보유 제한이 필요하다. 과거 나는 동아일보를 참 좋아했다. 그러나 요즘 논조는 마음에 안 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김병관 명예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동아일보를 폐간시키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김 특보는 주장했다.
  이어 김 특보는 “사실이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사실이라면 노 후보는 정계를 은퇴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당시 저녁 모임에 참석했던 5명의 기자는 “기억이 안 난다” 또는 “얘기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한 기자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당시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면에 ‘노무현 메이저 언론 국유화 발언’에 관한 기사를 두 건 내보냈다.

  「이 측 “노, 국채 발행 신문사 매입 주장” / 노 측 “독재자라도 그렇게 할 수 없다” / 이인제·노무현 언론관 공방」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은 4일 노무현 후보가 ‘메이저(주요) 신문 국유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에 노 후보 측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작이다”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MBC <백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 기자가 찾아와 보도된 내용(국유화 관련 발언)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그 자리에 참석했던 5명의 기자가 대부분 일치된 이야기를 했다. 노 후보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 후보가 “(그런 말을) 안 했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그럼 이를 공개한 제 특보를 고발하라. 고발하면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다시 다그쳤다. 이에 노 후보는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응수했다.

  「작년 8월 노 후보와 동석한 기자들 / “악용될 수도···” 일제히 함구」

  지난해 8월 1일 당시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과의 저녁 자리엔 대한매일, 문화일보, 한겨레 등 3개 신문과 YTN, SBS 등 2개 방송사 기자가 참석했다. 노 후보 측의 유종필 공보특보도 배석했다. (·····)
  우선 노 후보가 당시 ‘국유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참석 기자들 대부분이 “들어본 바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다만 A 기자는 “노 후보가 당시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논조에 대해 상당히 비판을 가했고 사원지주제로 가면 어떠냐는 식의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 기자들이 ‘사원들이 무슨 돈이 있어 사원지주제로 가느냐’고 되묻자 노 후보가 ‘채권을 발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2면에 「노 후보 언론관 무엇인가」라는 사설을 올렸다.

  (···) 우리는 그동안 대선 경쟁에 나서려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이념, 정책 방향 그리고 과거 행적까지도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정의 막중함을 생각하면 그 같은 검증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와 노 후보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념 공방은 얼마간 도를 넘는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념 공방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가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후보 측이 제기한 노 후보의 언론관도 좀 더 엄정하게 검증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자연히 소유 구조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권력이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엄연히 사주가 있는 언론사의 소유 구조를 사원지주제화하거나 국유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일이다. 국가의 기본 틀을 거부하는 발상이다. (·····)
  솔직히 말해 노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이 제기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보안법 폐지, 대한민국 건국 역사관, 통일 이후의 체제 문제 등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때는 그렇고 지금은 다르다”는 식의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 노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의문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4월 6일자와 8·9일자(7일은 일요일로 휴간) 주요 지면을 노무현의 ‘언론 관련 발언’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기사의 제목들만 보아도 동아일보가 노무현에 대해 일방적으로 퍼부은 공격의 대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4월 6일자
1면: 「“메이저 신문 국유화” 노무현 후보 발언 파장 / 2 야(野) 국회서 진상 규명키로」
2면: “대주주 사퇴·폐간 분명히 언급했다” / 노무현 ‘신문 국유화 발언’ 파장」「이미 퇴진한 대주주 또 거론 / 언론사 소유 구조 개편 속셈 / 작년 8월 어떤 상황인가」
3면:「노 “신문 폐간 발언 내 기억 밖에 있다” / 이 “고발하면 검찰에 증거 내놓겠다”」「“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 실언 아닌 평소 언론관 드러낸 듯」「입 열다 만 한겨레 기자 / 대화 내용 발표하다 전화 받고 취소」「야 “독재·좌파적 발상” / 노 발언 진실 공개 촉구」

· 4월 8일자
1면: 「노무현 후보 “동아·조선은 경선서 손 떼라” / ‘언론자유 부정’ 발언 파장 / “동아서 언론사 소유 지분 제한 소신 포기 강요했다” / 본사, 노 후보에 발언 근거 요구···명확한 답 안 해」
2면: 「노무현 ‘폐간 발언’ 말 바꾸기 / 4일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나” / 5일 “술 먹어서 했을 수도 있다” / 6일 “대통령도 그럴 수 없다” / 7일 “참석 기자들이 발언한 듯”」
3면: 「노무현 언론관 파장 (본사 질문) / 노 주장 모순점 / 지분 제한 압력 여부 “취재 목적 질문이 압력인가” / 민주 경선 개입 여부 “경선 쟁점 보도도 비방인가”」
4면: 「이인제 “폐간 발언 확인···거짓말 말라” / 노무현 “이치에 맞지 않는 일로 모략”」「노 “조선은 반민주적 특권집단” / 92 총선 때 악연···취재·보도 거부-공·사석서 잇단 독설」「시론-신문을 맘대로 없앤다고?」

· 4월 9일자
4면: 「전문가들이 보는 ‘노무현 언론 발언’ / 소유지분 제한-“시대 역행···시장경제 원리에 위배” / 동아일보 폐간-“민주주의 토대 흔들겠다는 발상” / 경선서 손 떼라- “사회 감시 기능·국민 알 권리 침해”」 「본사·노 후보 대담 과정 전말 / ‘동아 경선서 손 떼라’ 확인 위해 / 7일 새벽 기자 2명 자택 방문 / “후보 되면 조선과 싸울 것” 발언 / 비보도 요구 없어 대화록 게재 / 8일 노 측 “사실과 다르다” 주장」

동아일보는 사설로도 노무현에게 극렬한 비판을 가했다.

「‘자유민주 원리’ 깨자는 것인가」(4월 6일자)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가 자신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 보여주는 자세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는 이인제 후보 측이 제기한 ‘메이저 언론사 국유화’ ‘동아일보 폐간’ 등의 발언과 관련해 ‘조작’이라며 부인하고 오히려 이를 보도한 언론을 성토하고 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
  노 후보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이런 문제는 의제화되는 것 자체가 서로 좋지 않다”고 했는데 떳떳하다면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언론보도 후에는 ‘막가파식 보도’라거나 ‘언론의 부당 공격에 맞설 것’이라며 언론사에 전의(戰意)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공감이 가는 것을 보도하면 왜 수긍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공감을 하고 안 하고는 독자의 몫이지 노 후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국유화든 사원지주제든 소유 지분 제한이든 권력의 입맛대로 언론사의 소유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을 거부하는 것이다. 실현 여부와 관련 없이 그런 발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발언 등으로 이념적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에 언론관마저 그렇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
  특히 문제의 기자들과의 모임에서 노 후보가 “집권하면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한 얘기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황당한 것이다. 그 모임은 지난해 8월 1일이었는데 김 전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이미 7월 27일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렇다면 이는 소유 구조 개편 속셈을 드러낸 것이며 그것은 단순히 노 후보만의 생각이 아니라 배후에 집권 세력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후보 도덕성 문제 있다」(4월 9일자)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노무현 후보의 도덕성과 정직성에 대한 의문이 부풀고 있다. 그의 말 바꾸기 때문이다. 그런 인격과 품성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후보는 6일 인천 경선에서 신문사 소유 지분을 제한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동아·조선이 포기하라 했다며 마치 두 신문사가 무슨 압력이라도 행사한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고 곧 이어 항의가 있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본보 폐간이나 언론사 국유화 문제에 대한 입장도 전혀 일관성이 없다. 본보 폐간 발언은 완전히 허위이며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가 “폐간 문제는 술김에 했을 수도 있어 기억을 더듬고 있다” “돈 없으면 문 닫는 거지”라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 언론사 국유화 발언 역시 노 후보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 말을 들었다는 기자가 있다. 노 후보는 논란이 되면 부인을 하다가 또다른 장소에서는 강변하는 등 적당한 상황논리로 윤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
  우리처럼 남북이 분단된 나라에서 새 세기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되려면 우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권 경쟁에 나선 사람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 그리고 그의 품성과 도덕성을 특별히 따지고 검증하려는 이유도 바로 그같은 우리의 독특한 환경과 시대에 적합한 대통령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노 후보는 그런 선택의 기준과 원칙에 비춰 볼 때 과연 합당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
  이제 민주당도 경선 분위기에만 도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해야 한다. ‘판’을 벌인 것은 민주당이다. 노 후보는 다른 당이 아닌 민주당 경선 주자다. 도덕성과 신뢰에 의심을 받는 인사가 당의 대권 주자가 되어도 민주당은 무관하다는 건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노무현의 ‘언론 국유화’ 발언을 기정사실화한 뒤 맹렬한 공격을 가한 데 대해, 문제의 ‘기자들 저녁 모임’에 참석한 바 있는 한겨레 기자 임석규는 <한겨레21> 4월 18일자에 다음과 같이 썼다.

  8개월 전 여러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히 기억해내기란 쉽지 않다. 술까지 곁들인 자리였으니 더욱 그렇다. 따라서 참석자들이 당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고 해도 그것이 100% 완벽한 진실일 수는 없다. 때문에 누구도 자신만의 기억이 진실이라고 고집하기도 어렵다. 다만 몇 가지 대화의 내용과 그 맥락은 떠오른다.
  참석 기자 5명은 기억이 일치하는 부분과 엇갈리는 부분 등을 종합해 있는 그대로 기사화하고 이를 다른 언론사에도 알리는 형태로 공동 의견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의 데스크(차장과 부장 등 간부)에서 이를 반대해 무산됐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입 열다 만 한겨레 기자」따위의 제목으로 4월 6일에 보도한 기사는 이런 전후를 왜곡한 매우 악의적인 기사다. 기사를 작성한 두 언론사의 기자들도 이후 기자에게 미안함을 전해왔다.

‘언론 관련 발언’을 소재로 동아일보가 노무현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던 4월 10일, 그 신문에 <동아희평>을 연재하고 있던 화백 손문상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그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동아일보를 떠나며」라는 글에는 아래와 같은 대목이 들어 있다.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최근 일련의 보도에 대해 시시콜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의 개인적 판단으로는 우리가 싸움의 주체가 돼버린 최근의 기사는 지난 세무조사 때보다도 내용 면에선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위험한 보도 태도가 짙게 함의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관점에서 문제는, 회사보다도 다시 ‘나’였고 ‘우리’였습니다. 이미 상황 논리의 함정에 깊숙이 빠져 있어 이제는 스스로조차도 얼마나 비겁해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나와 우리들을 보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혹자는 말할 겁니다. 이런 유의 ‘신파조’는 이미 오래 전에 ‘동아’가 용도 폐기한 가치들이고 이제 그만 징징대고 정신 차리라고 말할 겁니다. 이제는 기능적으로 뛰어나고 사고의 경쾌함을 갖춘 유능한 정보 세일즈맨이 새 시대에 필요한 기자상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오래 전부터 그렇게 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적으로 그 논리에 동의한다 쳐도 왜 ‘동아’는 그 사이 3등으로 전락한 것이며 그 책임은 어느 누가 졌느냐는 것입니다(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2000년대편 2권>, 49쪽).


‘노무현 대선 후보 확정’과 동아일보 보도

동아일보가 ‘품성과 도덕성’을 의심하면서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노무현은 2002년 4월 27일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동아일보 4월 29일자 1면 머리에는 「민주 대선 후보에 노무현 씨 / “지역주의 극복··· 새 정치구도 필요”」라는 기사가 올랐다.

  (···) 노 후보는 2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지역 경선에서 3924표(66.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동영 후보는 1978 표(33.5%)를 얻었다. 인터넷 투표(4만1018명 참가)에서도 노 후보가 1만7568 표(72.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득표 누계는 노 후보가 1만7568 표(72.2%)를, 정 후보가 6767 표(27.8%)를 기록했다.
  노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지역 분열의 정치 때문에 흩어져버린 개혁세력을 하나로 다시 뭉쳐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지역구도의 극복을 위해 지금의 정치구도는 새로운 정치구도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각종 게이트 사건은 특권의식과 반칙의 문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현 정부의 포용정책 계승 방침을 확인했고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이제 경제 성장과 분배의 정의를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2면에 실은「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라는 밋밋한 제목의 사설에서 그가 안고 가야 할 ‘짐들’을 강조했다.

  (···) 대선 후보로서 노 후보에게 닥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무엇보다 먼저 대통령 세 아들 문제를 비롯한 이 정권의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날이 새면 터져 나오는 지금의 정권 비리 문제가 척결되지 않고는 이완된 민심을 추스를 수 없고 이는 그대로 노 후보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의 맥을 잇는 여당 후보로서 결코 불구경 하듯이 문제를 넘길 수도 없다.
  둘째는 후보가 되면 추진하겠다고 한 정계 개편 문제다. 노 후보는 어제도 “지역 분열의 정치 때문에 흩어진 개혁 세력을 하나로 뭉쳐낼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선거전에 접어든 정치판에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지 예상해야 하고 그 후유증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명분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선거를 앞둔 인위적인 정계 개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일고 있으며 이에 대해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하는 것도 노 후보의 몫이다.
  세 번째는 외교·안보·남북 문제에 대한 노 후보의 소신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는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안보·외교 분야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노 후보의  경우 이 분야에 대한 입장이 아직은 명료치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쳤다고 하나 노 후보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모든 문제가 앞으로도 여러 차례 검증대에 올라설 것이다. 노 후보는 당내 경선 때와는 다른 보다 진지하고 솔직한 자세에서 국민이 던지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노무현은 민주당 안의 소외된 정치인으로서 언론과 정치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원들과 일반 국민들이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낸 결과였다. 그런데 동아일보 사설은 그런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했다.


노무현·정몽준의 갈등과 단일화 성공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노무현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민통합21’의 후보 정몽준과 단일화를 이루는 일이었다. 2002년 여름의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적적으로 4강까지 진출하자 축구협회장 정몽준의 인기는 높이 치솟았다. 그런 열풍에 힘입어 그는 국민통합21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던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무현과 정몽준이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에 각각 맞서면 패배는 명백한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당 안에서는 노무현에 비우호적인 일부 의원들이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를 만들어 정몽준에 유리한 단일화 작업을 벌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결국 노무현과 정몽준은 11월 15일 밤 10시 반부터 단독 담판을 벌인 끝에 16일  새벽 0시 20분께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11월 16일자 1면에 「노·정, 심야 담판 단일화 방식 전격 합의 / TV 토론 후 국민 여론조사」라는 기사를 실었다.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 후보는 15일 밤 국회 귀빈식당에서 심야 단독 회담을 갖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로 하는 등 8개 항에 전격 합의했다.  두 사람은 이날 밤 10시 30분부터 국회 귀빈식당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심야 회담을 가진 끝에 이 같이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두 사람이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함으로써 다자 대결 구도로  고착돼 가던 대선 구도가 양자 대결 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앞으로 대선 가도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또 두 후보의 합의는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거취와 자민련의 선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합의문에서 가능한 한 여러 차례 TV 토론을 실시한 뒤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했으며 TV 토론은 정책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두 후보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5차례 정도 실시하되 후보 등록일인 27일 이전까지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여론조사 방식은 실무협상팀에 일임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11월 18일자 2면에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를 부정적 으로 평가하는 사설(「단일화 합의, 짚고 넘어갈 게 있다」)을 내보냈다.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함으로써 대선 구도는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먼저 단일화가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그 정당성 여부는 최종적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의 방법과 절차 및 조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여론에 의한 단일화’는 대선의 의미를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 여론이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존재인데 특정 시점의 부분적 조사 결과로 공당의 대선후보를 정하는 방식은 투기성이 너무 강하다. 공약이나 이념에 간단히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는 두 후보가 그런 식으로 단일화 하면 정체성만 더욱 헷갈리는 ‘점박이 후보’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가 이제부터라도 정책적 접근을 위한 진지하고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는 게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차별성으로 심판받는 ‘정책선거’는 또 다시 실종될 수밖에 없다.
  둘째,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은 대선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들만의 TV 토론은 선거운동의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셋째, 단일화의 조건은 두고두고 정국에 불씨가 될 것이다. 이면합의의 유무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두 후보 진영 간엔 단일화에 따른 흥정이나 거래가 이루어질 게 틀림없다. 97년 DJP 연대의 조건이 이후 5년 동안 국정 파행의 주요인이 됐듯이 이번 단일화 조건도 향후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대선의 의미와 공정성, 대선 이후 정국 운영과 직결되는 이들 문제 역시 두 후보의 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동아일보는 11월 19일자부터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합의에 딴죽을 걸거나 재를 뿌리는 사설을 ‘시리즈’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단일화 부작용, 예견된 일이었다」(11월 19일자)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대통령후보 단일화의 세부 방식까지 완전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합의의 틀을 흔드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여론조사와 TV 토론조차 합의대로 이뤄질지가 불투명하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마저 일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너무 간단히 단일화에 합의한 것부터가 간단치 않은 시행착오를 예고했다. 정치적 배경과 성향이 전혀 다른 두 후보가 ‘대선 승리’를 지향하면서 일단 손을 맞잡긴 했으나, 각자 셈법은 달라 그들의 발은 어긋나 있었기 때문이다. (·····)
  아무리 시일이 촉박할지라도 향후 5년 간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겠다는 발상은 경솔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상 최초의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가 된 노 후보는 단일화 합의 직후라도 ‘경선의 정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여론조사라는 절박한 방법으로 단일화를 추진한 데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사과를 했어야 옳다.

「분란 책임 외부에 돌리지 말라」(11월 20일자)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언론의 이간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세부계획이 공개된 뒤 단일화 추진이 진통을 겪자 그 책임을 언론에 돌린 것이다. 세부계획 비공개는 양당 간의 약속일 뿐이고 취재와 보도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그의 언론관은 성숙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그는 또 “언론이 단일화를 깨려 한다. 단일화를 깨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간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막말을 했다. 언론의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르는 그의 ‘정치적 사시(斜視)’에 실망했다. (···)
  더욱 심각한 것은 책임 전가다. 따져보자. 단일화가 삐걱거리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책임 아닌가. 또 정 후보 측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단일화 협상단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대상도 바로 이 의원 아닌가. 실제로 합의 당사자인 양당의 누군가가 흘리지 않았다면 여론조사 세부계획이 보도됐을 리 없다. 의도를 갖고 흘렸다면 도덕성을 비난받아 마땅하고 실수로 나갔다면 능력을 의심받아 마땅하나 이 역시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언론의 문제는 아니다. 또 한 번 책임질 줄 모르는 정치인의 나쁜 속성을 보는 느낌이다.
  정 후보가 ‘4자 연대’에 의한 교섭단체를 추진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단일화에 대한 순수한 의지가 있다면 이 판에 그렇게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 일정도 숨 가쁜데 ‘딴 살림’을 차리려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후보 단일화 실체 밝혀야」(11월 21일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근본적으로 수순이 틀렸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본란에서 이미 밝혔듯이 두 사람의 단일화는 당사자들의 문제로서 그 정당성 여부는 결국 유권자가 판가름할 일이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의 목표가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라면 단순히 누구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느냐에 앞서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밝혀야 했다. 최소한 후보 단일화 이후 청사진을 내놓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데 누가 보다 적합한가를 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정 단일화에는 그런 청사진이 없다. 오로지 누가 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우세하냐는 기준밖에 없어 보인다. 단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게임은 두 사람에게는 중요할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부차적인 문제다. 국민이 보다 알고 싶은 것은 후보 단일화 이후 단일화 세력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에 대해서다. 그걸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무엇보다 단일화 이후의 행보가 모호하다. 두 정파가 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연대를 하겠다는 것인지부터 분명치 않다. 무조건 이겨놓고 보자는 식은 수권세력으로서 무책임하고 위험한 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권력 분점은 하지 않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 이기는 쪽이 대통령후보를 하고 지는 쪽은 선거대책위원장을 하기로 했으면 통합이 됐든 연대가 됐든 공동정권의 성격이 불가피하다.

「‘불안한 타결’, 넘어야 할 산 많다」(11월 23일자)

  지루한 진통 끝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 후보의 단일화 재협상이 타결됐으나 양당은 아직 어수선하다. 1차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사항 유출을 둘러싸고 빚어진 분란과 재협상 과정에서 쌓인 앙금, 단일후보 결정의 최종 수단인 여론조사 신뢰도에 대한 논란 가능성 등 타결의 뒤끝이 꽤 불안하다.
  모든 의심과 불신은 하나로 모아진다. 여론조사에서 뒤진 쪽이 정말 흔쾌히 물러서겠느냐 하는 것이다. 단일화가 현실화될 때까지 성사 여부에 대한 전망을 유보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어젯밤 TV로 중계된 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경제·복지·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노선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 ‘단일화 이후’에 대한 의문부호를 던졌다.
  변수와 제약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양당의 정치적 생존과 미래가 걸려 있는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기에 이 같은 사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합의문의 ‘독소조항’이 특히 문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에 의한 지지율 교란을 우려한 ‘여론조사 무효화 조항’은 어느 쪽이든 마음만 먹으면 단일화를 파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괴상한 조항은 여론의 가변성마저 무시한 것으로, 그렇다면 토론은 왜 하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여론조사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유권자들에게는 “묻지 말고 선택이나 하라”는 식이어서 비판의 대상이다. 합의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두 사람의 합의 준수 및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다. 만약 또 다시 양당이 오락가락 하면서 유권자들을 우롱한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동아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이 부정적인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는데도 여론조사가 별 탈 없이 이루어져 11월 25일 노무현이 단일후보로 확정되었다. 동아일보는 그 날짜 1면 머리에 아래와 같은 기사를 실었다.

  (···) 민주당 노 후보 측과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측은 24일 오후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노 후보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서 46.8%를 얻어 42.2%를 얻는 데 그친 정 후보를 따돌렸다.
  노 후보는 또 월드리서치 조사에서 38.8%를 얻어 37.0%를 얻은 정 후보를 눌렀으나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낮은 이회창 후보 지지율(30.4%)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올 경우 무효화한다”는 양측의 합의에 따라 이 조사는 무효 처리됐다.
  단일후보 발표 뒤 노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일 먼저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면서 “특히 불투명한 전망 하에서 단일화 결단과 함께 축하메시지를 보내주고 협력을 약속한 정 후보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 후보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 노 후보가 당선되도록 열심히 돕겠다”면서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기사 바로 밑에는 「노 41.1%-이 37.5% / 본보 어젯밤 긴급 여론조사」라는 기사가 나와 있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25일 대선 단일후보로 선정한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를 3.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당의 후보 단일화 조사가 실시된 24일 저녁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단일후보 노무현’을 가정한 가상대결에서 노 후보가 41.1%로 37.5%를 기록한 이 후보를 3.6%포인트 앞섰다.
  노 후보는 20대, 30대, 40대 연령층에서 이 후보를 앞섰고 이 후보는 50세 이상에서만 노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1월 27일자 2면에 「노 후보, ‘분권형 대통령제’에 답해야」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대통령후보 단일화 합의 직후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제의한 데 대해 민주당 측은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은 좋지만 당장 이 문제를 거론하면 ‘자리 나눠먹기’로 비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길게 뜸을 들여서는 안 된다. 노·정 선거 공조가 달린 핵심사항이라는 것은 그들의 문제다. 그보다는 유권자인 국민이 노·정 단일화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후보는 정 대표가 제의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 공개적으로 가부를 분명히 해야 한다. (···)
  노·정 단일화 합의는 이긴 쪽이 대통령후보를 하고 지는 쪽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두 정당 간 정책 조율도 하기로 했다. 이는 두 정당이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집권 시에는 공동정권을 운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념과 정책, 노선 등에서 이질적인 두 정파가 공동정권을 이루었을 떼 파생될 수 있는 국정 혼란이다. 이는 지난 ‘DJP 연대’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이제 노 후보는 집권 청사진을 통해 단일화 세력 간 권력 분점에 따를 국정 혼란 가능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밝혀야 한다.

이 사설은 노무현과 정몽준이 온갖 장애물을 넘어서 일구어낸 후보 단일화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에 관해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어렵사리 단일후보로 확정된 노무현에게 ‘선전(善戰)’을 당부하는 의례적 치사(致辭)도 없이, 집권하면 정몽준과 어떻게 ‘권력을 나눌 것’인지를 밝히라고 재촉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 철회’

제16대 대통령 선거일인 2002년 12월 19일을 겨우 몇 시간 앞둔 시점에 국민통합21 대표 정몽준이 ‘폭탄선언’을 했다.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12월 19일자 주요 지면을 그 뉴스로 채웠다. 먼저 1면 머리기사를 보기로 하자.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18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뒤 민주당과의 공조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후보 단일화 이후 노·정 공조체제 속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접전 양상으로 진행돼온 대선 구도가 막판 파란에 휩싸였다.
  노 후보는 정대철 선대위원장, 이재정 유세본부장을 대동하고 밤 12시 15분경 서울 평창동 정 대표의 자택을 방문해 문 앞에서 기다렸으나 이인원 당무조정실장이 “자고 있다”며 면담 거절 의사를 전하자 돌아갔다.
  정 대표의 돌연한 입장 변화는 이날 저녁 서울 종로 제일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공동유세에서 정 대표 지지자들이 “정몽준 대통령”을 연호하자 노 후보가 “다음 대통령은 경쟁을 통해서 올라와야지 그냥 주는 게 아니다”라며 제동을 거는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노 후보는 정 대표의 지지자들이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지지 구호를 외치자 “국민통합21에서 나온 분 같은데 속도위반 하지 말라”며 이 같이 말했다.
  노 후보는 이어 “내 주변에는 젊은 개혁적 정치인들이 많다. 내 멱살을 붙잡고 말릴  수 있는 ‘대찬 여자’ 추미애 최고위원도 있고, 나와 함께 끝까지 경선을 치러준 정동영 의원도 있다”며 “이런 분들이 서로 경쟁해서 원칙 있는 정치를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노 후보 발언 직후 서울 종로4가 한 음식점에서 국민통합21 주요 당직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노 후보가 단일화 정신을 훼손한 채 이미 대통령이 된 것을 전제로 전횡을 하는 듯한 졸렬함을 드러냈다”며 지지를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 대표는 이후 동대문시장에서 가질 예정이던 노 후보와의 공동유세 일정을 취소한 채 귀가했다.
  김행 국민통합21 대변인은 회의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후보가 오늘 저녁 명동 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면 된다’고 말하는 등 양당 간에 합의된 정책 공조 정신에 어긋난 발언을 했다”며 “우리 정치의 가장 나쁜 병폐는 배신과 변절로, 이런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지를 철회하며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제16대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노무현 ‘떨어뜨리기’에 힘을 쏟아온 동아일보가 12월 19일자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한 기사의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 3면: 「유세장에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 피켓 등장 / 노 후보 “속도 위반 하지 맙시다” / 유세장에 찬바람···정몽준 얼굴 일그러져」「‘불안한 동거’ 결국 파국 / 단일화에서 등 돌릴 때까지」「정 “차기 보장 어렵다” 판단한 듯 / 결별 선언 배경」「“노 대통령 된 것처럼 행동 / 포퓰리즘 행태 드러내” / 통합21 측 격앙」
· 4면: 「“당연한 결과” / “이럴 수가” / “노 후보의 경솔함 다시 드러나” / 한나라당 반응」「“말 한마디에 그렇게 삐치다니···” / 민주당 반응」「“권력 나눠 먹기 문제 터진 것” / 민노당 반응」「대선 막판 최대 변수 / 정, 노 지지 철회 파장 / 노 실언에 정 측 즉흥적 결정 / 투표 임박 충격···수습도 안 돼 / 노·정 단일화 결국 물거품」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