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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선- ‘노무현 떨어뜨리기’(1)동아일보 대해부 5권 - 6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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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0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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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19일로 예정된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경선제를 통해 후보를 뽑기로 결정했다. 대선은 김대중에 이어 여권 후보가 승리하느냐, 아니면 한나라당이 ‘정권 탈환’을 이루느냐를 판가름하는 결전으로서 나라 안팎에서 큰 관심을 일으켰다.


민주당 ‘국민경선’ 흠집 내기

동아일보 2002년 2월 25일자 5면에는 「막 오른 여 대선 경선 레이스 / 첫 국민 참여 정치실험··· 65일 열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7명이 23일까지 당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침으로써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참여해 국민경선제로 치러지는 대선 후보 경선의 막이 올랐다.
  이번 경선은 3월 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16개 시도를 돌며, 4월 27일 서울 경선으로 마무리된다.
  후보 등록 시 “공정한 경선을 펼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함께 제출한 7명의 예비주자들은 24일 지지를 호소하는 출마의 변을 발표하고 본격 득표전에 나섰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후보(기호 순서대로)는 김중권, 노무현, 정동영, 김근태, 이인제, 한화갑, 유종근이었다.

동아일보는 2월 26일자 4면에 민주당 경선이 처음부터 ‘네거티브 캠페인의 양상’을 보이고 보도했다.

  (···) 민주당 경선은 초반부터 이인제 후보의 ‘정체성’을 둘러싼 시비가 계속되면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모두가 ‘이인제 정체성 논란’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김근태 후보는 “경선 불복은 부도덕한 행위”라며 이 후보의 97년 신한국당 경선 불복을 겨냥하는 듯한 얘기를 해왔으나, 최근의 정체성 시비에는 직접 끼어들지 않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특정 후보에 대한 정체성 시비 논란은 당원과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양쪽을 모두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그러나 이 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노무현 후보는 이 후보의 ‘전력’을, 한화갑 후보는 ‘이 후보 부적격론’을 강조하면서 공세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특히 노 후보는 최근 제주에서 이 후보의 경선 불복 전력을 강력히 비난한 데 대해 당 중앙선관위로부터 ‘과도한 비방’이라며 주의 조치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경선 기간 내내 제기한다는 전략이다.
  한 후보도 “내가 ‘이 후보는 정체성이 없으므로 추방돼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 후보를 추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당의 정통성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이 음모와 권모술수로 공정한 경선을 흐릴 경우에는 추방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도 “아무나 당에 와서 문패를 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3월 2일자 5면에도 민주당 경선의 ‘정체성 논란’을 상세히 보도했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상임고문에 대한 나머지 후보들의 집중 견제가 가장 두드러진 양상이다. 노무현·김근태·한화갑 상임고문이 일제히 이 고문을 겨냥해 ‘정체성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지난달 28일 KBS 합동토론회에서도 이들은 “민주당이 개혁적 국민정당임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체성은 대단히 중요하다”(김 고문),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 싸운 사람이 정통성이 있다”(한 고문)고 주장했다. (·····)
  당내 영남주자인 노 고문과 김중권 상임고문 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두 번째 경선 지역인 울산에서 1위를 노리는 두 사람은 모두 “영남후보라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서로 자신이 ‘영남대표’임을 주장하고 있다.

3월 4일자 내일신문은 김근태의 충격적인 ‘폭로’를 보도했다. “지난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 권노갑 씨로부터 ‘개인 후원금 한도’(2000만원) 내에서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는 “권 전 최고위원이 당시 일부 후보에게 1억 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내일신문은 “당시 최고위원 출마자 중 김근태·정동영 상임고문과, 현재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지 않은 3명의 출마자에게 확인한 결과, 권 씨로부터 총 1억1500만 원을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3월 5일자 1면 머리에 「권노갑 씨 돈 출처 논란 확산」이라는 기사를 크게 내보냈다.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2000년 ‘8·30’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 비용으로 2억45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사용했다고 스스로 공개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4일 전면적인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권노갑 씨가 최고위원 경선 당시 김 고문 외에 정동영 상임고문에게도 2000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힘에 따라 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총재단회의에서 “김 고문의 고백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혼탁과 타락상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자금을 전달한 권 씨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 정부가 밀어붙인 ‘언론사 세무조사’ 때문에 김대중 정권에 대해 극도의 적대적 감정을 품게 된 동아일보가 보기에 ‘동교동 실세’인 권노갑이 연루된 이 사건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재’였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권노갑과 민주당 경선을 겨냥해 사설과 기사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김근태 씨가 그렇다면 다른 후보는?」(3월 5일자 사설)

  2000년 당내 최고위원 경선 당시 5억3872만 원을 썼으며 이 중 2억4500만 원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선거자금이었다고 한 김근태 고문의 고백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정치자금 관행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
  무엇보다 재야 출신으로 비교적 이미지가 깨끗한 김 고문이 그 정도의 돈을 썼다면 다른 후보는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이를 다 선관위에 신고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도 당시 쓴 돈의 규모와 출처, 사용명세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 김 고문도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격려금 후원금 하며 두루뭉술하게 지나갈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이 당시 후보들에게 돈을 준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만큼 권 전 고 문은 어디서 조달해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했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김 고문이 고백한 내용과 관련해서는 선관위나 검찰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취지가 좋다고 실정법을 어긴 명백한 행위를 그냥 덮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타 주자들도 권노갑 씨 돈 고백하라”」(3월 5일자 3면 기사)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의 2000년 ‘8·30’ 전당대회 경선비용 ‘고백성사’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선관위의 고발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투명한 선거를 치렀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비난하면서 “김 고문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주자들도 권 전 최고위원의 불법 자금 지원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노갑 씨, ‘고백성사’ 하라」(3월 6일자 사설)

  불법적 정치자금을 썼다는 민주당 상임고문의 ‘양심고백’ 파문이 같은 당 전 최고위원 권노갑 씨에게로 번지고 있다. 하나의 불똥이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폭발력을 지닌 거대한 뇌관에 옮겨 붙은 격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권 씨가 200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일부 특정 후보를 지원했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권 씨의 문제는 현 정권의 본질적 성격 및 그 한계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권 씨의 문제에는 한 시대를 마감하기 위해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갈 과제라는 무거운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제 그것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
  김 대통령의 오랜 가신(家臣) 그룹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 씨에게는 이 정권 출범 이래 줄곧 ‘권력 실세 K 씨’라는 또 다른 명칭이 따라다녔다. 세상이 다 아는 ‘권력 실세 K 씨’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란 것은 권 씨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제도와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인치(人治)와 그에서 비롯된 거듭된 인사 난맥, 그리고 그 결과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잇단 ‘게이트’ 부패 등 국정 실패의 궁극적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겠으나 ‘권력 실세 K 씨’ 또한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눈이다. 지난해 민주당 내 ‘정풍 운동’의 핵심 대상 인물이 권 씨였다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권 씨가 정거장이면 출발역은 DJ인가”」(3월 8일자 4면 기사)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역할을 ‘정거장’에 비유한 데 대해 “그러면 출발역은 김대중 대통령이냐”고 물었다.
  그는 또 “권 전 최고위원이 쓴 돈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갔는지 국민의 관심이 크다. 정치자금의 출발역과 종착역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오 원내총무는 “정거장이라면 많은 돈이 모아졌다는 뜻 아니냐. 각종 권력형 비리를 통해 돈을 모았다는 말이니 특검제 도입 문제를 논의해야겠다”고 거들었다.
  홍일화 부대변인은 “권 전 최고위원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현 정권의 2인자로 행세해왔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며 “그의 주머니는 정거장이 아니라 집하장 겸 배차장”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선에 나선 김근태가 ‘선의’로 양심고백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의 폭로가 김대중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하고 경선 자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 당시 진보진영의 지배적 평가였다.


민주당 경선 ‘청와대 음모론’과 ‘이념 논쟁’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이 한창이던 3월 21일자 동아일보 5면에는 「노풍(盧風)에 ‘보이지 않는 손? / 이인제 의혹 제기···청와대 “김심(金心)은 없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무서운 기세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의혹은 주로 이인제 후보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3개 방송사가 며칠 간격으로 돌아가며 여론조사를 잇달아 실시해 노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도 앞선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자 이 후보 진영에선 “노무현 띠우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 같다.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광주 경선(16일) 직전 이 후보 진영의 핵심 참모인 김운환 전 의원이 부산 다대지구 택지전환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것도 이 후보 진영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또 경선 후보를 사퇴한 뒤 검찰에 구속된 유종근 전북지사가 “특정인을 민주당 후보로 내세우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장한 직후 한화갑 후보가 사퇴한 것도 이 후보 측을 긴장시켰다.
  이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참모들에게 “섣불리 음모의 ‘음’자도 꺼내지 말라”고 직접 입 단속까 지 했다는 후문이다. 근거도 없이 음모론이나 ‘김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역풍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그러나 청와대는 20일 “정치에 관한 한 김심은 무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심의 전달자’로 지목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도 “귀신이 지나가면 발자국이 남는다. 나는 표현과 행동의 자유를 상실한 ‘식물정치인’이다”라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청와대 음모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은 조선일보 편집인 김대중이었다. 그는 3월 19일 김영삼 정부 시기 장차관들의 모임인 ‘마포 포럼’이 주관한 조찬회에 참석해서 ‘언론이 본 정치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 후보 가운데 노무현 후보를 도와주는 것 같다. 조만간 김 대통령이 부산에 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송사들의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데 김 대통령의 노 후보 밀어주기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미디어오늘 3월 21일자 1면).

편집인 김대중의 이런 주장은 대통령 김대중이 노무현을 은밀히 지원한다는, 이른바 ‘청와대 음모론’의 불씨가 되었다.

동아일보는 이인제 진영이 제기하는 ‘청와대 음모론’을 집요하게 보도했다. 3월 23일자 5면 머리기사(「“노풍·정계개편 ‘숨은 손’ 있다”」)는 이인제의 주장을 주로 전하면서 노무현의 반박 내용을 알렸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이 제기한 ‘음모론’이 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경선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 후보를 비롯한 측근들이 일제히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특정 인물의 실명까지 거론하자 그동안 이 후보를 지원했던 일부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는 등 캠프 내에서도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심지어 강원지역 경선(24일)에서 이 후보가 ‘중대 발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후보 측 김윤수 공보특보는 22일 “노무현 후보가 정계 개편을 자주 언급하는 데는 분명한 배후세력이 있다. 노 후보의 돌풍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고 정면으로 음모론을 제기했다. (·····)
  김 특보는 “이 후보가 금명 간 경선 유세 등을 통해 배후세력의 실체와 정계 개편 시나리오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노 후보는 급진적이고 균형감각이 없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돼야 한다“며 자격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
  노 후보는 음모론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모략인데 유감스럽게 모 후보 쪽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김심의 미풍도 느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 밑에는 이인제와 노무현이 텔레비전 토론에서 ‘음모론’을 두고 논전을 벌인 내용이 나와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22일 밤 KBS 대전방송총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음모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 2월 19일과 27일 박지원 대통령정책특보를 만난 적 있나.
  노 후보: 전혀 그런 적 없다.
  이 후보: 음모설이 파다하게 돌아다닌다. 그런 정도 얘기한 것이다. 나는 음모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후보가 되어도 (후보를) 내놓을 수 있고 정책 정당 구도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경선은 왜 치르나. 모 신문에 따르면 노 후보는 ‘중도 좌’를 넘어 ‘좌’ 쪽이다. 새로 짜는 정당은 어떤 정당이냐.
  노 후보: 내 정책은 민주당 정책하고 일치한다. 다만 현재의 지역 구도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인제 자신이 “음모론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고 실토하면서도 노무현을 상대로 ‘음모론’ 의혹을 추궁했는데도 동아일보는 이인제의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노무현의 ‘방어’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3월 25일자 3면 머리에 「음모론 갈수록 확산 / 여 경선 중대 기로에」라는 기사를 올렸다.

  중반에 접어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후보는 24일 강원지역 경선의 정견 발표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나라당이 음모론 공방전에 뛰어들어 상황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음모론에는 ‘김심(김대중 대통령의 의중)’ 작용설은 물론 청와대 실세 개입설, 정계개편론 등 민감한 사안이 종횡으로 얽혀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기사와 같은 날짜 동아일보 2면에는 「음모론의 실상과 허상」이라는 사설이 나와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음모론’에 휩싸여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도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인제 후보 측이 노무현 후보 측을 겨냥해 내놓은 ‘음모론’의 내용을 보면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이른바 김심이 노 후보 쪽에 있고 또 그 배경에는 엄청난 정계 개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근대적인 밀실정치 파당정치의 요소가 바로 정치 음모다. 국민이 민주당의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음모론’을 주시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부작용과 폐해 때문이다. 정말 어느 세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정계 개편을 하려 한다면 장막 뒤에서 ‘꼼수’나 쓰고 있을 게 아니라 떳떳하게 내놓고 해야 한다. 누구든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나 통했던 ‘음모론’적 습성에 젖어 있다면 정치 발전이나 정계 개편은 논할 자격조차 없다.
  따라서 ‘음모론’이 조금이라도 근거를 갖고 있다면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노 후보 측이 스스로 실상을 밝혀야 당연하다. 그것이 민주당 경선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정치 발전을 위하는 길이다. 노 후보 자신도 정계 개편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그런 뜻을 갖고 있다면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과 동참 세력을 공개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노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음모론’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 

이 사설은 ‘억지 논리’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인제가 ‘음모론’의 실체를 모른다면서 노무현에게 의혹을 밝히라고 추궁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음모론’이 조금이라도 근거를 갖고 있다면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노 후보 측이 스스로 실상을 밝혀야 당연하다”는 주장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인제는 ‘음모론’의 ‘주체’로 청와대를 거론했는데 노무현이 그 실상을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는가? 신문사의 공식 견해인 사설이 가정법에 기대어 특정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다투던 노무현과 이인제를 두고 동아일보는 주로 노무현에 대한 이인제의 ‘색깔 공세’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사와 사설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겠다.

「이인제 측 “노, 서민의 탈 쓴 귀족」(3월 21일자 5면 기사)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인제·노무현 후보는 20일 하루 종일 첨예한 공방전을 벌였다. 대체로 이 후보가 공격하고, 노 후보가 방어하는 식이어서 종전과는 입장이 뒤바뀐 양상이었다.
  이 후보 측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사견임을 전제로 “노 후보의 재산이 경선 후보 7명 중 두 번째로 많은 7억9800만 원”이라며 “그는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할 때 요트를 즐겼다”며 노 후보 측이 내세우는 서민 이미지를 집중 공격했다. 김 특보는 “노 후보는 서민의 탈을 쓴 귀족”이라는 극언까지 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 측의 유종필 공보특보는 “노 후보 등록 재산의 절반 정도는 부실 채권이며 요트는 개인 1인승으로 골프채 한 세트 값도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이 후보도 직접 나서 ‘노무현 식 정계 개편론’을 정면 비판했다. 노 후보가 일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지역 구도의 기형적 정당 구조를 타파해 이념과 정책 중심의 정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이 후보는 “경선에 나선 후보가 정계 개편을 말하는 것은 자가 당착적인 주장”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인제가 노무현을 ‘좌파’로 몰아붙이는 ‘색깔론’ 공세가 3월 22일자 동아일보 5면 머리 기사로 보도되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노무현 후보 간의 후보 검증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에게 밀리면서 공세로 전환한 이 후보 측은 21일 하루 종일 노 후보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날 열린 KBS 춘천방송 주최 토론회에서는 물론, 양측 언론특보들 간에도 흠집 내기 공방이 계속됐다. (·····)
  이 후보 측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한 교수의 입을 빌려 “노 고문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싸움을 ‘서민과 귀족 싸움’이라고 했다는데 YS는 ‘부르주아에 대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고 평했다더라”며 노 후보의 급진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김기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누구와 만나서도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언론개혁 당시 (노 후보는)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 측은 특히 과거 노 후보의 ‘조폭언론’ 발언과 관련, “특정 언론사를 주적으로 보고 ‘조폭’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똑같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언론의 공세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파괴, 급진, 과격이니 하는 것들은 악의적인 표현이다”라며 “언론은 세무조사를 안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대선 후보 이념 검증 필요하다」(3월 30일자 사설)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 과정에서 이인제·노무현 후보 간의 이념·노선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이는 결코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을 가늠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절차이고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대통령의 생각은 국가의 진로와 직결된다. 그의 생각은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주요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선후보가 되려는 사람의 생각이 무엇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파헤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여당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있게 될 야당의 경선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이 후보가 노 후보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지적하며 그런 생각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 노 후보가 과거에 한 “노동자 세상을 만들자” “재벌은 해체돼야 한다” “정당하지 않은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발언은 국민에게 그가 너무 과격하지 않으냐는 인식과 함께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 후보는 왜 그 같은 말을 했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를 위한 정책들은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생각이 달라졌다면 왜 달라졌는지도 충분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설명은 노 후보 자신을 위해 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색깔 시비나 사상 검증을 하려는 매카시적 방법이 아니냐고 발끈할 일이 아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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