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3사.

“공영방송 이사회 21명 중 16명을 민노총 언론노조와 친 민주당 세력에 추천권을 부여해 노영방송을 영구히 고착시키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다.”(1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보자. 오늘(2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핵심은 KBS·MBC·EBS 이사를 21명으로 늘리고, 여야 거대 양당이 나눠갖던 이사 추천권을 학계·현업단체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쟁점은 이사 추천권을 누구에게 주느냐다.

우선 국회 교섭단체가 의석수 비율로 5명을 추천한다. 지금 구도라면 더불어민주당이 3명, 국민의힘이 2명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KBS 이사 11명을 7대4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9명을 6대3으로, EBS 이사 9명을 7대2로 여야 거대정당이 암묵적으로 추천권을 나눠 가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국회 추천 몫을 명시하고, 추천 비율을 100%에서 23.8%로 줄이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에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가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은 이사회가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가 2~3인으로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추천된 후보를 재적 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방식으로 달라진다. 국민의힘이 크게 문제 삼는 건 남은 16명의 이사 추천권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지역방송 관련 학회 추천 2명 포함), 직능단체가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을 추천하고, 각 공영방송사 시청자위원회가 4명의 추천권을 갖는다.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학회·방송학회 외에도 국내엔 수십여 곳의 학회가 존재한다. 회원 수, 운영 기간 등 추천권을 갖는 학회 선정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사 추천권을 받기 위해 학회가 난립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대통령 추천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 구조로 운영되는 방통위라는 합의체 특성상 정치 성향이 뚜렷한 학회에 추천권을 몰아주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힘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때문에 ‘방통위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한 위원장은 법이 시행될 시점(공포 후 6개월 뒤)이면 이미 임기(2023년 7월)를 마친 뒤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학회 내에는 다양한 정치 성향의 학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거대 양당, 언론노조 모두에 비판적인 학자가 상당수다. 때문에 학회 추천 몫 6명을 친 언론노조·친 민주당 세력으로 단정 짓는 것은 지금껏 민주당 미디어 정책에 비판적 의견을 냈던 많은 학자들의 전문성, 자율성, 독립성을 부정하는 모욕에 가깝다.

▲2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현업 5단체도 2일 연대성명을 내고 “방송 직능단체들이 친민주당, 친민주노총, 친언론노조 성향이라는 모욕적인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언론노조가 아닌 다른 노동조합에 소속된 방송인들도 많다”며 “언론노조와 연대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의에 공감하기 때문이고, 그간의 연대 활동이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위태롭게 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때문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언론현업 5단체는 “(우리가) 친민주당 성향이라는 주장 역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때 국민의힘도 언론현업단체와 의견을 함께하며 민주당에 맞서 싸웠던 만큼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미뤄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해 왔고,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경우 2020년 민주당 의원을 공개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개정안을 두고 기자·PD·기술 직군에만 직능단체 추천권을 준 이유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할 수는 있어 보이지만 특정 정당에 편향적이라는 주장은 찾을 수 있는 ‘반례’가 많다.

4명의 추천권을 갖는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의 경우 사장이 시청자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시청자위가 방송사 경영진을 대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현 공영방송 사장이 ‘친민주당’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으로선 이 4명을 민주당 표로 분류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위원 추천 단체는 학부모·소비자·여성·청소년·변호사·장애인·노동·경제·문화·과학기술·인권·언론시민사회 분야 등으로 정해져 있고, 현재 KBS·MBC·EBS 시청자위 회의록을 보면 경영진에 비판적인 의견도 자유롭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시청자위가 추천하게 될 4명의 이사 대부분이 경영진 성향에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은 전망으로 끝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정안에 의해 향후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올릴 복수의 공영방송 사장 후보들이 모두 민주당과 언론노조를 대변할 것이라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 설령 경영진이 시청자위원회를 좌우할 수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얼마든지 국민의힘 성향의 사장이 오거나 거대양당 모두에 비판적인 사장이 올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법 개정안을 두고 “공영방송 이사회 21명 중 16명을 민노총 언론노조와 친 민주당 세력에 추천권을 부여해 노영방송을 영구히 고착시키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거짓에 가깝다.

* 이글은 2022년 12월 02일(금)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 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