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선후보 TV토론에 참여한 대선후보들. ⓒ국민의힘 선대본부

8일로 예고했던 JTBC‧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이 무산된 가운데, 5일 실무협상에 참석했던 황상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이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협상은 내가 결렬시키고 나왔다. 주최 측인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된 JTBC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무협상 자리에서 ‘주최측 편향’을 결렬 사유로 내놓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토론은 룰을 정해놓고 하기 때문에 방송사나 사회자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 없어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손석희와 JTBC, 기자협회에 ‘편향’ 프레임을 씌워 토론을 거부했고, 협상 담당자는 이를 자랑하듯 공개했다. 기자협회와 JTBC는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나섰다.

황상무 단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기자협회는 정필모 KBS 부사장을 민주당 2중대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천거했고 정씨는 현재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현역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당시 추천을 강행했던 분이 지금도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있는 김동훈씨다. 토론회 주최 측인 기자협회가 특수정당과 특수관계임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황 단장은 이 같은 주장을 5일에도 펼쳤지만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 국민의힘이 JTBC 앵커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4당 합의가 안 되면 JTBC 앵커는 쓸 수 없다, 앵커 문제는 JTBC 앵커와 제3의 인물까지 포함해 여러 인물 중 정하자며 논의를 미뤘다. 그러자 황상무 단장이 갑자기 기자협회가 편향적이라고 하면서 정필모 의원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기자협회는 (정필모 의원) 추천을 철회했다고 정정해주면서 관련 기사까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황상무 단장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협회의 민주당 편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협회는 지난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국면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민주당 편향’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동훈 회장은 “황 단장은 기자협회 편향을 주장하다 JTBC가 편향적이라고 흥분하면서 ‘손석희 보면 모르냐’고 주장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5일 실무협상에 참석했던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단 수석부단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4당 모두 8일 JTBC‧기자협회 공동주최라는 공문 내용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나온 자리였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8일 토론에) 나간다고 했다. 어제 같은 미팅은 기본 골격이 짜여 있는 상황에서 세부적으로 시간이나 주제를 조정하는 자리인데 갑자기 (황상무 단장이) 주최사인 기자협회를 향해 빠지라고 했다. 너무도 황당한 얘기였다”고 전했다.

김성수 수석부단장은 “처음부터 (토론을) 깨려고 들어왔던 것 같다”면서 “사회자 문제로 깨려고 했는데 깨지지 않으니까 끌려가다가 중간에 문자도 주고받더니 갑자기 JTBC는 손석희가 사장이니 안 된다고 했다. 애초에 주최 측이 문제라고 생각했으면 그 자리에 나오면 안 되고 처음부터 거부했어야 하는 건데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이러니까 (무속인에게) 날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무 단장의 주장과 달리 손석희 전 ‘뉴스룸’ 앵커는 현재 JTBC 사장도 아니고 보도국을 떠난 지도 2년이 넘었다. 심지어 국내에도 없다. 손석희가 편향의 근거라는 주장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2017년 4월25일 진행된 JTBC 19대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종합편성채널 역사상 최고시청률인 15.7%(1·2부 평균)를 기록했으며, 시청자들은 대선에서 첫 정책토론을 봤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언론도 앞선 세 번의 토론이 네거티브 경쟁으로 치달았던 반면 어제 토론회는 사회자가 중심을 잡으며 후보들이 주요 정책을 놓고 집중도 높은 진지한 토론을 벌일 수 있었다(한국일보)고 평가한 바 있다.

JTBC는 6일 ‘뉴스룸’에서 “국민의힘이 JTBC를 향해 근거 없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문제 삼으며 사실상 (대선 TV토론을) 무산시켰다”며 “JTBC 보도국은 편향성을 거론한 국민의힘의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JTBC는 YTN(56.4%)에 이어 2위(54.86%)로 KBS‧MBC보다 높았다.

한국기자협회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실무협상단 역시 6일 입장을 내고 “국민의힘은 8일 토론회 진행에 동의하고 참석해 주제와 형식을 정해야 하는 룰 미팅 도중 돌연 주최 측과 방송사 변경, 토론회 날짜까지 바꾸자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밝힌 뒤 “국민의힘 측에서 토론회 불발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사실과 다른 주장들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황상무 단장이 6일 올린 ‘논란’의 페이스북 게시글은 현재 삭제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6일 “11일 TV토론에는 참여할 수 있다”면서 “종편 4사 등 많은 방송사가 참여해 국민 판단의 좋은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8일 토론회 무산을 두고 타사 종편에서 국민의힘에 압박을 넣은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황상무 단장은 KBS ‘뉴스9’ 앵커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박경호 KBS기자협회장은 “황상무씨는 KBS 앵커의 자리에 맞지 않게 팩트와 상관없이 자신의 왜곡된 신념을 방송에서 표출했다며 여러 후배들로부터 지탄받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이글은 2022년 02월 07일(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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