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위)의 ‘입틀막’ 심의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가 수시로 자행했던 ‘입틀막’을 이어받기라도 하듯 심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방심위는 이례적으로 주간 회의에 돌입하여 벌써 여덞 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이 부지런함은 인정하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부지런한데 무식한 사람이다. 공정과 객관을 수시로 내뱉으며 심의를 진행하지만, 심의를 당하는 자도, 이를 바라보는 사람도 그들이 말하는 공정과 객관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언론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 따위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홍위병 노릇과 엿 바꿔 먹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2019년 구성된 21대 총선 선방심위와 지금의 선방심위 의결 현황만 비교해도 이들의 무식한 부지런함이 선명히 드러난다. 21대 총선 선방심위는 2월 말까지 40건의 안건을 심의했으나 법정제재는 1건, 행정지도는 22건에 그쳤다. 그러나 지금의 선방심위는 같은 기간 동안 54건의 안건을 심의하여 법정제재는 9건, 행정지도는 36건을 의결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이번 선방심위는 특정 방송사를 표적으로 삼아 심의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건수 중 2/3가 MBC, YTN, CBS를 향했다. 그것도 MBC 라디오의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김종배의 시선집중>, CBS의 <박재홍의 한판 승부>와 <김현정의 뉴스쇼>, YTN 라디오의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라는 다섯 프로그램을 향한 스토킹 수준의 민원과 심의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이 언급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는 “대통령 부인에게 ‘여사'도 안 붙이고, ‘씨’도 안 붙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내리기도 했다.
여기에 다섯 프로그램 중 유독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만 최고 제재 수위인 관계자 징계가 다섯 번, 그 다음 수위인 경고가 두 번 내려졌다. 가장 많은 권고를 받던 CBS에는 지난 목요일(29일) 8차 회의에서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모두가 방송사 평가에 영향을 미칠 법정제재다. 선방심위는 왜 특정 프로그램만을 매번 회의 때마다 안건으로 상정하고 의견진술을 듣겠다며 방송 관계자를 부른 후 엄포와 위세를 부려 터무니없는 심의 의결을 자행하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특정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의 입을 틀어막아 노골적인 편향 심의를 벌이고 있는 선방심위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오늘 우리는 입틀막 심의에 대한 심의를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다.
하나.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윤석열 정권 하수인들의 정치심의에 대해 전면 불복을 선언한다. 역대 어떤 선방심위가 이토록 편향되고 무도하게 운영되었는가. 이미 청부 심의로 조사 대상인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임명한 위원들 중 권재홍, 최철호 두 명은 자신들과 연관된 공정언론국면연대의 심의 민원을 회피하지도 않고 소리 높여 ‘무조건 법정제재'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현재 이들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상태다. 명백한 이해충돌 당사자가 의결한 결과를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하나. 선방심위의 부당한 심의 의결에 굴복하는 사용자들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다.
선방심위의 정치심의로 부당 제재 대상이 된 방송사들은 그 처분 이행을 거부하라. 처분이행을 지시하고 보고받는 곳은 위법한 2인 체제로 돌아가는 방송통신위원회다.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선방심위에 고개를 숙이는 방송 책임자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방송 노동자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협할 뿐이다. 우리는 각 방송사 내부에 구성된 공정방송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들을 강력히 견제하고 언론자유와 공정방송의 노동조건을 지켜낼 것이다.
하나. 오늘 이 시간부로 우리는 시민이 함께할 <‘입틀막 심의를 심의한다!’ 프로젝트> 약칭 ‘입심심’ 출범을 선언한다. 입심심에 함께할 시민들께 당부드린다. 전국언론노조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하시면 ‘봉숭아 학당'을 방불케 한 선방심위 회의 과정과 제재 대상 뉴스를 보여드리겠다. 윤석열 정권의 입틀막 심의를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심판함으로써 저들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규탄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에 내려진 방심위의 접속 차단, 어처구니없는 법령 적용, 제작자에 대한 압수수색 등 윤석열 정권의 표현의 자유 말살에 맞서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풍자 경연을 벌여 나갈 것이다. 웃자고 만든 일에 죽자고 덤비는 이들에게는 다시 한 번 웃어 줄 호기가 필요하다. 금주 내 언론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대통령 풍자 영상 콘텐츠 공모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1961년 박정희의 군부 쿠데타로 어렵게 찾았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상실한 시절, 시인 김수영은 이렇게 외쳤다.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 오늘 우리 입심심은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한 윤석열 정권의 표현과 언론의 자유 탄압에 모든 주권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는 마중물로 만들어 갈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인만의 자유가 아니다. 모든 시민의 누려야 할 자유를 위한 싸움에 함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2024년 3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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