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서 사라진 ‘가상으로 꾸며 본 윤대통 양심 고백 연설’ 영상

‘풍자’였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파탄 난 민생과 민주주의에 대한 분노를 담아 대통령 발언을 편집해 만든 영상 말이다.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입을 틀어막고 듣고픈 말만 들으려는 정권을 향한 비웃음과 조롱을 담은 편집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자, 경찰과 방심위는 이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딥페이크’ 정보로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부랴부랴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는 과잉 대응 호들갑을 떨고 나섰다.

미풍양속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장발과 치마 길이를 단속하고, 영화 필름에 가위질하고 언론 보도를 검열하던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이 2024년에 현실로 소환되는 시대착오 그 자체다. 더구나 영상 제작자가 ‘가상으로 꾸며 본 윤대통 양심 고백 연설’이라고 미리 밝혔는데 이를 대체 풍자 아닌 무엇으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경찰과 방심위가 이를 딥페이크 정보로 둔갑시킨 것은 단순 풍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접속 차단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과잉 행정이자,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마음껏 풍자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마음껏 하라, 그것은 당신의 권리”라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의 철학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을 한 것인가. 그도 아니면 경찰과 류희림 방심위가 알아서 굽신거리는 것인가.

웬 ‘딥페이크’란 말인가. 딥페이크였다면 학습 기능을 가진 기계 힘을 빌렸어야 했다.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 말이다. 옛 영상에 대통령 얼굴을 겹쳐 새로 말하는 듯한 모습으로 속이되(페이크·fake) 본디 있던 영상은 아닌 것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또다시 앵무새처럼 경찰과 방심위의 ‘딥페이크’ 주장을 받아쓰며, 자신의 존립 기반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데 동참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그린 만화 ‘윤석열차’를 두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다”는 둥 관련 기관에 “엄중 경고한다”는 둥 대통령 심기를 보살피는 정부나 검경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언론은 더욱 차분히 사리에 밝게 ‘풍자’인 걸 짚어야겠다. “딥페이크”라 주장하는 경찰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쪽에만 귀 기울여선 곤란하다. “풍자”인 걸 아는 시민과 과학기술자를 찾아가 듣고 교차 검증한 뒤 올곧게 보도하라.

진짜 윤석열과 “구분이 안 된다”며 접속 차단 조치를 정당화하는 보도는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 동아일보처럼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연설을 편집해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 딥 러닝을 통해 만드는 딥페이크와는 다른 방식의 영상”이라는 에이아이(AI) 전문 업체 관계자 분석이라도 함께 알리라. 흠집없는 공정 보도로 독자와 시청자 앞에 서는 게 옳다.

2024년 2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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