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법 재표결 ‘몽니’라 한 서울경제, 주의 제재

▲ 신문. 사진=gettyimagesbank

더불어민주당의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시도에 대해 “몽니”라는 표현을 사용한 서울경제가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서울경제가 특별한 근거 없이 몽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지난해 12월9일 1면 <노란봉투법 재표결 巨野, 끝까지 ‘몽니’>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방송법 재표결을 시도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경제는 “절대 다수의 의석을 앞세운 거대 야당의 폭주가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도 계속됐다”며 “부결의 책임을 윤 대통령과 여당에 떠넘기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12월9일 서울경제 1면 기사 갈무리.

신문윤리위는 지난달 10일 제982차 회의에서 서울경제 보도에 대해 주의 제재를 결정했다. 신문윤리위는 서울경제가 신문윤리실천요강 ‘제목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실천요강에 따르면 언론사는 기사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제목을 달아선 안 된다.

신문윤리위는 “몽니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표현을 말한다”고 설명하면서 “야당이 심술을 부리는 것으로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는 기술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재표결에 대한 야당의 입장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이 같은 제목은 야당이 노란봉투법 등의 재표결 시도에 대해 ‘공연히 트집을 잡아서 심술을 부렸다’고 단정한 것이어서 편집자가 본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과장, 왜곡해 제목을 달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야당이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도 담겨 독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과장·왜곡됐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있으며,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12월28일 한국일보 칼럼 갈무리.

신문윤리위는 ‘눈먼’이라는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한 헤럴드경제·한국일보에 주의 제재를 결정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28일 <눈 먼 자들의 정치> 칼럼에서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뻔히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식 블로그에서 ‘눈먼’이라는 단어에 대해 “장애가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는, 피해야 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신문윤리위는 “총선 승리 보다 패배를 대비한 ‘자기당 만들기’에 몰두하는 근시안적인 정치 행태를 ‘눈 먼 자들의 정치’에 비유한 것은 장애에 대한 차별이고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위 문단에 기술된 문장은) 시각 장애인을 깎아내리는 수준을 넘어 ‘시각 장애’ 자체를 모독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차별적 표현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부추길 우려가 있으며,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12월6일 헤럴드경제 사설 갈무리.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2월 <세금은 ‘눈먼 돈’…안전 관련 비용마저 유용한 공무원들> 사설에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세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헤럴드경제는 기사 말미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 대해서는 빼돌린 비용 환수는 물론 형사처벌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 관련 비용까지 눈먼 돈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눈먼 돈’은 ‘애쓰지 않고 공으로 얻은 돈’이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이라면서 “비록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관행적으로 사용되어온 것이라 하더라도 장애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은연중에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될 수 있으면 이 표현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이글은 2024년 02월 12일(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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