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7일 국민의힘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된 2022년 3월 <뉴스타파> 보도(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보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만배, 신학림을 비롯, <뉴스타파> 및 언론사 소속 기자 총 9명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관련 언론사와 언론사 기자들의 자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 보도한 KBS, MBC, JTBC, YTN 등에 총 1억 4,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처럼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인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찰 수사는 정치권과의 연계성 등 핵심 혐의의 증거를 찾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다. 당정이 나서서 정치공작, 국기 문란, 심지어는 국가 반역죄와 ‘사형’까지 들먹였던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다. 우리는 국민의힘이 보도된 지 1년 반이나 지난 사안을 뒤늦게 고발하게 된 배경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며, 의혹 과잉으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건을 뭉개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또 다른 표적을 찾았다. 새해 1월 1일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가 JTBC 시사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장관 시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두 검사를 해외로 발령 냈고, 그 중 한 명은 지원하지 않았는데도 해외파견을 보냈다고 한 주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준일 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지난해의 언론보도와 법무부 해명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즉,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던 김민석ㆍ송윤상 두 검사가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난 것에 대해 다수의 언론이 의문을 표했고, 이들 검사가 공판과정에서 행한 프레젠테이션에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거래내역이 나오자 법무부가 수사팀을 와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언급된 검사 2명 모두 본인 희망에 따라 파견 또는 국외 훈련 대상자로 선발된 것으로, 1명은 공모절차에 지원하여 2023년 5월부터 월드뱅크에 파견근무 중이고, 나머지 1명 역시 2023년 국외 훈련에 지원하여 선발된 후 2023년 12월부터 미국에서 연수 중”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는 여기서 양측 주장의 진위와 무관하게, 검찰 당국이 매우 중요한 사건을 맡은 검사를 해외로 인사발령을 내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인사 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두 검사에 대한 해외발령은 누가 봐도 합리적 의심을 살 소지가 큰 인사인 것은 명백하다.

더구나 김건희 여사는 현직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명백한 공인이다. 공인의 사생활도 보호되어야 하지만 범죄 혐의까지 보호할 이유는 없으며 이를 취재 보도하는 것은 정당한 언론의 역할이다. 그것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해 특별히 보호하는 이유다.

백번 양보해, 김준일 대표의 주장이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거나 편향된 것이라 해도, 대통령이나 검찰총장 등 해당 인사권자가 나서야 할 일을 뜬금없이 제3자인 국민의힘이 나서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언론 관련 피해구제는 우선 해당 언론사에 반론 또는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내고, 거기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게 일반적 절차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다짜고짜 사정기관에 고발을 예고했다. 이는 공공의 사정기관을, 불리한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사적 도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권력의 남용이고, 특정 언론인에 대한 낙인찍기이며, 총선을 앞두고 반대자와 비판 언론을 입막음 하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정부와 여당은 <뉴스타파>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뉴스톱> 김준일 수석에디터에 대한 고발을 즉각 취소하라.

2024년 1월 4일
새언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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