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예산이 어제(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연말마다 각 부처, 공공기관 및 지원 대상 사업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예산 확정이지만, 올해 예산처럼 공공성 파괴와 야합으로 얼룩진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방송 및 언론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예산이 그렇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어제 확정된 예산에 대해 “윤석열 정부 국정 기조에 따라 우리 문화•예술의 자립과 해외 진출, 그리고 이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확정된 예산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례없이 삭감된 미디어 관련 공적 재원을 보면 문화•예술의 자립과 해외 진출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의 의지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방송)의 내년 예산이 국회 문체위에서 116억 원으로 상정되었다가 58억 원으로 반 토막 난 것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재단의 인건비 예산의 50% 삭감이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적자를 메우려 인건비를 축소하는 민간기업이라도 엄두를 내기 힘든 폭력적 수준이다. 문체부가 수시로 자화자찬했던 K-컬처에서 27년간 한국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알린 아리랑방송은 예외인가.

6개 언어로 79개국에 한국의 뉴스를 알리고 재외동포들에게도 소식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공적 기능에 필요한 예산 또한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278억 원이던 정부 구독료(공적기능 수행 재원 포함)가 내년에는 50억 원으로 책정되어 무려 220억 원이 삭감된 것이다. 전례 없는 연합뉴스 구독료 삭감은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서울시의 TBS 지원 조례 폐지와 같이 공적 재원을 흔들어 언론사를 길들이려는 언론탄압 시도가 명백하다.

유인촌 장관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확정된 예산”은 허언이다. 내년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기금 부족분을 언론진흥기금에서 끌어다 메운 파행이 반복됐다. 지원사업 세부 항목에서는 지역인재 인턴프로그램 지원금이 8억 2천만 원에서 6억 4천만 원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독립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조성하지도 못하면서 지역 언론노동자를 육성할 재원을 대폭 축소한 것이 과연 ‘지역균형발전’인가.

아리랑방송, 연합뉴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삭감에 대한 책임에서 각 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물론 관련 공공기관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확정된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 문화예술 콘텐츠와 보도의 제작과 취재에 집중해야 할 노동자에게 공적 재원에 대한 걱정까지 떠안기는 직무유기에 우리는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

또한 원내 1당인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축되고 있는 미디어 공공성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제대로 마련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책무는 야당에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재부가 칼질을 서슴지 않은 미디어의 공적 재원에는 침묵하면서 말로만 예산 복원을 호언장담할 것인가. 이번 관련 예산 삭감에 민주당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공적 재원으로 공영방송을 흔들어 온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미디어 공공성 파괴와 언론장악 시도에 야합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무어라 답하겠는가?

유례없는 예산 삭감을 감행한 문체부와 기재부 그리고 국회에 요구한다. 외교•통일 예산은 유례없이 17.2%를 증액하고 문화와 언론에 대한 예산은 삭감한 의도가 무엇인가. 대통령의 외유를 챙기느라 문화 향유의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를 내팽개친 것은 아닌가. 정부와 국회는 즉시 삭감된 예산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23년 12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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