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해당없음’ 났던 사안… 불법심의 우려 나왔던 방심위 의결 번복

민주노총 “위원 구성 달라졌다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삭제처분”

[미디어오늘 단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북한 노동자단체 연대사를 놓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 ‘삭제’를 의결했지만 행정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효력이 정지됐다. 이미 ‘해당 없음’ 처리됐던 사안을 여권 추천 위원 다수로 구성이 바뀐 방통심의위가 뒤집은 것이라 의결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Gettyimages.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 4일 방통심의위가 지난 10월 북한 노동자단체 조선직업총동맹의 전국노동자대회 연대사에 내렸던 시정요구 ‘해당 정보의 삭제’ 의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신청인(민주노총)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며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방통심의위 시정요구는 국정원 요청 아래 이뤄졌다. 국정원은 “남한 보수 집권 세력의 친미 사대주의라고 적시하거나, 한미 합동 군사연습 반대,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등 북한의 대남 선전, 선동을 지지하면서 노동자와 함께 집중 투쟁하자는 내용 등을 게시하여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면서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국정원은 이전에도 북한 연대사 심의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엔 방통심의위가 삭제 의결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 2월20일 열린 통신소위에서 방통심의위는 3대2로 ‘해당 없음’ 의결을 내렸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국가 존립에 해가 될 정도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방통심의위가 가지고 있는 최소규제의 원칙 등도 거론됐다. 방통심의위 내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도 5대4로 ‘해당 없음’이 다수였고, 방통심의위 법무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외부 법인에선 ‘해당 없음’, ‘시정 요구’ 의견이 각각 1대1이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 화면

하지만 잇따른 위원 해촉으로 여권 다수로 위원회 구성이 바뀌자 방통심의위가 의결을 뒤집었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10월 통신소위에서 “(국정원이) 꽤 많은 보충 자료를 보냈다. 법적 근거도 있고 전담 기구에서 요청한 것이다. 사정변경에 따른 자료도 방대하다. (국정원 요청에 따라) 당연히 접속 차단 및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우리가 위원회 법률을 검토해서 결정한 사안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심의를 반복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심의를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위원 구성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요청을 받아들여준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당시 재심의를 요구하며 사정변경의 근거로 해당 게시물이 대중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심리전문가 의견서 2개와 검찰의 민주노총 수사를 제시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정변경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정원이 낸 것이) 제대로 된 보완자료라고 할 수 없다. 이 표현물 자체가 불법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심리전문가들 의견서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방통심의위는 표현물의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만큼 반국가단체를 찬양하는지만 객관적으로 심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제재하는 기관이 아닌데 그런 전후 사정으로 심의 결과가 바뀐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민주노총 로고.

손 변호사는 “색깔론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는데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차단한 거라서 북한 연대사 의결 번복이 소송으로 가면 불법 심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법적 절차를 밟을 확률이 적으니까 무리하게 진행하는 거라고 본다”고 했다.

여러 이견에도 의결을 뒤집은 방통심의위지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법원은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연대사 게시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는 국정원 주장을 반박한 셈이 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방심위가 방심위원들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삭제처분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일성 일가를 찬양했다는 등의 삭제 이유도 황당하다. 가처분 이후에 소송이 진행된다면 대응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방심위뿐 아니라. 통일부에서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고 1년이 지나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하고, 경찰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을 조사했다”며 “정부가 민주노총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국정원 요청대로 인터넷 게시물 삭제하는 방심위의 위험성

* 이글은 2023년 12월 11일(월)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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