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이사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한국 언론 진흥에 관한 사업과 연구, 그리고 정부광고 사업을 맡고 있는 핵심 공공기관인 언론재단을 언론장악의 병참기지로 삼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야욕이 더욱 노골화될 전망이다.

지난 반 년간 언론재단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권의 유례없는 ‘언론재단장악'이 실체를 드러낸 것은 지난 3월부터였다. 상임이사로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조선일보 출신), 유병철 경영본부장(연합뉴스 출신),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중앙일보 출신)이 들어오면서 정권이 노골적으로 재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4월부터 재단장악의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윤석열 일장기 경례 오보’ 기자에 대한 해외연수 취소, 정권의 ‘가짜뉴스’ 몰이에 힘입은 가짜뉴스센터 설치, 언론진흥정책 관련 뉴스나 재단 동정을 주로 다루어오던 언론재단 뉴스레터의 국정 홍보물화 등 언론재단의 유무형 자원들이 정권의 언론탄압을 위해 동원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7월에는 극우단체가 동원된 ‘열독률 지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며 재단이 난장판이 되었다. 정부광고에 반영되는 열독률 지표가 ‘좌편향 언론'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되었다는 얼토당토 않은 의혹 제기였다. 그리고 8월에는 상임이사 3인이 임기가 2개월 남은 표완수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 상정을 주도하며 방점을 찍었다.

‘언론재단장악’ 시도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표완수 이사장의 해임안은 부결되었고, 특별감사 결과 열독률 조작 의혹의 실체 없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던 모양이다. 정권의 비호를 받는 상임이사들의 전방위적 전횡은 계속됐다. 이들은 국회 문체위의 출석 요구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몽니를 부렸고, 이번 국정감사 기간 중에도 정권현 본부장이 무단으로 일본 출장을 떠나며 국회의 출석 요구를 깔아뭉겠다. 그리고 지난 9월, 상임이사들의 주도로 언론재단 이사회는 김효재를 차기 이사장으로 단수 추천했다. 이동관 방통위 출범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맡았던 김효재가, 이제는 상임이사들이 깔아놓은 ‘언론재단장악’이라는 판에 올라타는 모양새다. 이로써 이동관, 유인촌, 류희림 그리고 김효재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해온 기술자들이 핵심 유관 부처와 기관을 장악하는 일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앞서 보았던 것처럼 언론 탄압, 정권 찬양을 위한 언론재단의 병참기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방통위와 방심위가 직접 언론사들을 타격하고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동안, 언론재단은 정부광고와 언론진흥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그리고 언론인 연수・교육 기회를 빌미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압력을 행사하고, 재단의 발간물들을 정부 홍보물로 변질시킬 것이다. ‘뉴스 사막화’와 미디어 산업의 위기 속에 언론재단이 맡아야할 미디어 진흥과 발전의 책무는 도외시된 채 회생의 ‘골든타임’도 의미없이 소진되어 버릴 것이다.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빌붙은 언론 장악 기술자들의 가당찮은 출세욕에 이미 한국 언론과 공론장은 혼탁해지고 상처 입었다. 위법적 행태로 언론재단 장악에 열을 올려온 상임이사들과,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재단에 입성할 김효재에게 경고한다. 언론재단을 언론장악의 수단으로 만들려는 당신들의 모든 시도는 당신들을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게 만들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언론인들의 투쟁과 저항 앞에, 당신들의 오만방자한 전횡은 이미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당신들의 처참한 말로를 스스로 가엾이 여긴다면, 지금이라도 언론재단을 떠나라.

2023년 10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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