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보도를 옹호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니다. 보도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과 윤리적 문제는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고, 필요하다면 더 강하게 비판하고 비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 이동관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 방송장악 획책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방송대상 시상식이 열린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아래 정부가 언론을 마음대로 폐간시킬 수 있나”라며 “방송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긴급하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지시하고 방송사 내부의 게이트키핑 시스템을 조사하고 뜯어보겠다는 것이 방통위 업무에 있나.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법 테두리를 넘어선 직무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뉴스타파 보도 논란 이후 인터넷언론 등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 법제를 추진하고, 지상파 종편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 실태 점검을 통해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뉴스타파 폐간을 거론하기도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1일 서울 서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윤창현 위원장은 “지금까지 이동관이 국회와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만으로도 이미 그는 일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고 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뉴스타파에서 벌어진 문제가 윤석열 정부에게 과연 언론 통제, 방송 장악의 면허를 준 것인가. 그런 면허가 우리 헌법에서 가능한 이야기란 말인가”라며 “방송 노동자들에게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은 시상자의 자격이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김만배 신학림 사건 이후 KBS에 ‘재허가 관련 이행계획 점검 요청’이라는 공문이 접수됐다”며 “놀랍게도 5공 때보다도 더 회귀한 질문들이 있다. 대놓고 공영방송의 보도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한다. 관련된 기사의 취재 경위를 낱낱이 밝히라고 한다. 5공 때 검열하던 것보다 더한 후퇴가 과연 이 땅의 민주주의에 걸맞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동관의 방송장악 기술도 진화했고, 청문회에서 얘기했던 ‘스핀닥터’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에 대한 색깔론 공격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자, 이제는 공영방송을 국기문란 사범, 국기반역사범으로 몰아가면서 여론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 이게 이동관이 이야기했던 여론을 조작하는 스핀닥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독립과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방통위원장이라는 작자가 공영방송의 존립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망언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내뱉고 있다”며 “방통위가 허가권도 없는 언론에 대해 폐간을 운운하더니, 또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자는 사형에 처할 만한 반역죄라는 극언까지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방통위원장이 된 이동관씨는 오자마자 (방통위원장) 대행이 잘라낸 EBS 이사 자리에 KBS 이사에서 불명예 해임된 강규형씨를 내세웠다. 강규형씨는 오자마자 노조혐오 발언과 함께 선전 포고를 해대고 있다”며 “감사 자리엔 MBC 출신 최기화씨를 앉혔다. MBC 보도국장 시절 부당노동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고 다른 매체 기자에게 막말과 욕설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유준 지부장은 “EBS의 이사와 감사는 다른 어떤 자리보다도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이동관씨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어떤 시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유준 지부장은 “게다가 EBS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40억 원이나 삭감했다. 상업방송이 절대 할 수 없는 공익적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공익적 재원”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로 목줄을 조여오더니 방발기금으로 숨통을 다 막아버리고 있다. 어떤 정권이나 권력이라도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면 안 된다. EBS에 대한 장악, 방송장악의 모든 시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 1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2023 방송대상시상식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사진=박서연 기자.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지난주 금요일 YTN 지분매각 공문을 보면 민영화가 모순적이다. 공기업 지분 최고가에 팔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방통위가 심의를 거쳐 승인 않으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며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 아닌, 정권이 원하는 특정 기업이나 자본에게 넘기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서로 관계 없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공동으로 지분을 팔겠다고 한다. 특정 기업에 넘겨주기 위한 것 아니면 이런 모순적 행태가 나타날 수 없다”고 했다.

방송대상 시상식 행사에 앞서 이동관 위원장이 입장하던 중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이동관은 물러나라” “당당하면 피하지 말라”고 외쳤고, 이동관 위원장은 황급히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 노동자들과 한마디 대화조차, 한 소절의 논쟁조차 자신 없는 자가 일국의 방송 정책을 논한단 말인가”라며 “출발 이전부터 자격 미달이었던 이동관은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동관 위원장은 기자들이 질문 좀 더 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본인에 대한 어떤 것도 취재해서 더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 이글은 2023년 09월 11일(월)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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