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 위원 “지금 해촉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JTBC 옴부즈맨 출연 김우석 위원 ‘이해충돌 규정 위반’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공정국민언론연대(공언련)의 고발로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한 직후 해촉됐다.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에 이어 정민영 위원이 해촉되면서 야권 추천 심의위원이 다수였던 방통심의위 구도는 여권 다수로 바뀌었다. 정 위원은 “지금 해촉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인사혁신처에서 상신한 정민영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2021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정 위원의 임기는 내년 7월이었다.

앞서 공언련은 지난달 29일 정 위원을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으로 권익위에 고발했다. 공언련은 변호사인 정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보도,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방송과 관련된 소송에서 MBC측을 대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위원이 MBC 관련 사건을 수임하던 기간 중 총 30건의 MBC 및 MBC 관계사 심의에 참여했고 이중 28건에 대해 ‘솜방망이’로 여겨질 수 있는 처분을 내렸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정민영 위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의 해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 법률대리도 맡고 있다. 이에 정 위원의 후임 위원장 호선 참여 여부를 놓고 여야 심의위원들 간 논쟁도 벌어졌다. 공언련은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에 대해서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재직 이력이 심의 업무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함께 고발했다.

권익위는 지난 4일 현장조사에 돌입했고, 8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현안 분과위원회 브리핑을 열고 정 위원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위반으로 소속 기관의 징계 및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방통심의위원이 자신이 법률대리를 했던 법인인 MBC에 대해 제재조치 등을 결정하는 회의에 신고·회피 의무 이행 없이 참석해 심의·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신이 전 방심위원장의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으면서 신임 위원장의 호선과 관련된 회의에 신고 ·회피 의무 이행 없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정민영 위원과 김유진 위원을 두고는 “신고자가 주장하는 단체가 신청했던 방송 심의 관련 회의에 신고 회피 의무 이행 없이 심의·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들이 이 단체에 임용 전 2년 이내에 제직하였다면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므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된다”며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고, 관련 자료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및 방통심의위에 이첩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정민영 위원의 해촉으로 여야 추천 위원 구조는 4대3, 여권 다수로 바뀌었다. 5기 방통심의위 추천 위원은 여야 3대 6 구조였는데, 윤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방통심의위 회계검사 결과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등이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문제가 드러나 두 위원을 해촉하면서 4대 4구조가 됐다. 황성욱 상임위원도 경고 처분과 주의 요구를 받았지만 해촉되지 않았고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윤 대통령은 해촉 다음날인 18일 정연주 전 위원장 후임 위원으로 류희림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위촉했다. 국회의장 추천 몫인 이광복 전 부위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위원 추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2일부터 후임 위원장 호선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렸지만, 해촉·위촉 절차의 정당성과 정민영 위원의 회의 참여 등에 대한 여야 추천 심의위원들 간의 공방으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방통심의위는 윤 대통령의 해촉안 재가 직후인 8일 오후 위원장 호선을 안건으로 상정한 전체회의를 열였다.

정민영 위원 “지금 해촉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정민영 위원은 이미 회의에서 소송 대리 등에 대해 밝혔음에도 임기가 2년 넘게 지나서 해촉해야한다는 여권 위원들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위원은 해촉 직후 미디어오늘에 “내가 변호사로서 담당했거나 담당하고 있는 언론 사건이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는 경우, 예외 없이 회의에서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당시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을 포함한 다른 위원들은 내가 회피 의사를 밝히고 심의에서 빠지는 데  모두 동의했고, 심지어 어느 회의에서 국민의힘 추천 위원은 ‘관련 사건을 맡고 있어 회피하겠다’는 내 입장을 듣고 ‘그래도 변호인으로 참여하였으니 사건에 대해 설명은 해줄 수 있지 않느냐’ 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어쨌든 해당 방송사와 담당 기자들의 대리를 했기 때문에 제가 그 입장에서 설명하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다’라고 하여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모두 회의록에 기재되어 있다”고 했다.

정 위원은 “내 나름대로는 심의위원회 안건에 관련된 사건에 대해 빠짐없이 밝히고 심의를 회피해왔지만, 내가 위원으로 이미 활동하고 있던 중에 새롭게 제정된 ‘2022. 5.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해충돌 방지 규칙’에 따라 서면 신고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은 나의 불찰”이라며 “다만 방통심의위 내부 규칙이 제정된 지난해 5월 이후에도 내가 변론을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밝히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 위원은 “이와 관련해 방통심의위 사무처나 다른 위원들로부터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었다”며 “신고 절차에 대해 더 면밀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수긍하지만, 이미 회의에서 소송 대리 등에 대하여 밝혔음에도 임기가 2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 새삼 나를 해촉해야 한다는 여권 위원들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 지금 해촉을 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나는 위원으로 재임하는 동안 방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따라 일관되고 독립적인 심의 의견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간 내가 밝힌 심의 의견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얼마든지 수용하나, 맥락을 왜곡한 일부 주장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도 권익위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방통심의위는 민원인의 신분 보호를 위해, 방송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에게도 안건의 민원인이 누구인지 알리지 않는다. 따라서 민원인에 따라 회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며 “만약 민원인에 따라 위원이 회피를 해야한다면, 공개되는 회의에서 민원인이 누구인지 밝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민언련은 내가 방송소위를 맡은 2023년 1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민원을 넣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그렇다면 내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방송소위를 맡기 전까지 기간인 2021년 7월 23일부터 2023년 1월 23일까지 방송 관련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자리는 전체회의뿐이다. 이 기간 민언련이 민원을 넣은 안건이 전체회의에 올라왔는지 여부는 민언련 측도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며 “민원인 신분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깨도 좋다면,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해당 기간 전체회의에 상정된 안건들 중 무엇이 민언련의 민원인지 공개토록 해달라”고 권익위에 요구했다.

JTBC 옴부즈맨 출연 김우석 위원 ‘이해충돌 규정 위반’ 지적 제기돼

한편, JTBC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JTBC 관련 심의를 회피하지 않은 김우석 위원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김우석 위원은 지난 5월 JTBC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시청자의회>에 출연료를 받고 세 차례 출연해 ‘롱런했으면 좋았을 프로그램’이라는 등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호감을 표현하거나 심의 가이드라인 성격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JTBC 관련 안건 심의를 회피하지 않았다”며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지난달 28일 전체회의에서 김유진 위원이 해당 문제를 지적하자 “JTBC에서 위원회에 출연해도 되냐고 공문 보내서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 감사실을 비롯해 여러군데에서 확인을 해서 출연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김 위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방통위 설치법에선 위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은 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개인 SNS를 통해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정치 중립을 위반했다”며 “김어준, 주진우 등 특정 언론인에 대해서는 ‘사이비 언론’으로 지칭하는 등 심의위원으로서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영방송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7월에는 정치 중립이 요구되는 현직 방심위원 신분으로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 명의의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연주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은 공영방송사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드러냈다”며 “2021년 국정감사를 앞둔 9월 편파심의 문제를 제기하던 국민의힘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실과 정연주 위원장 등의 증인채택 문제를 상의한 바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방통위법과 방심위 이해충돌 방지 규칙을 위반한 김우석 위원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할 방심위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정치중립을 위반하고, 이해충돌 방지 규칙도 위반한 김우석 위원의 사퇴를 촉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김우석 위원을 해촉하기 바란다”고 했다.

* 이글은 2023년 09월 08일(금)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