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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항쟁’에서 이명박 구하기동아일보 대해부 5권 -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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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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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미처 석 달도 되지 않은 2008년 5월 초 이명박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부닥쳤다. 그 발단은 4월 18일(한국시간) 미국에서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이었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과 ‘광우병 쇠고기 논란’

동아일보는 4월 19일자 1면 머리에「‘LA갈비’ 다시 들어온다 / 한미 “뼈 붙은 쇠고기 수입 재개” 합의···이르면 내달부터」라는 기사를 올렸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양국 간 협상이 18일 타결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달 중순 뼈 있는 쇠고기인 ‘LA갈비’ 등을 포함한 미국 쇠고기의 대 한국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인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및 개방 폭 확대를 위한 한미 협상에서 양측 대표단이 단계적인 수입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12월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전면 수입 금지된 뒤 2006년 뼈 없는 살코기 수입만 재개됐으나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면서 수입 검역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는 “2단계로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강화된 사료 조치’를 이행한다고 공표하면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강화된 사료 조치’란 광우병 교차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의 뇌와 등뼈 등으로 만든 사료를 닭이나 돼지의 사료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1면에 이명박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쇠고기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외교적으로 대미 발언권을 강화하게 됐다”고 평가하는 사설(「쇠고기 협상 타결, FTA 발효의 발판 돼야」)을 내보냈다.

  (···) 최대 관심사는 안전성이다. 우려 대상인 광우병(BSE·소 해면상뇌증)은 유럽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확산됐지만 이후 각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법과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같은 대책을 시행하면서 최근엔 급감했다. 그동안 감염 사례는 영국 소가 18만 마리로 가장 많고 미국은 3 마리(캐나다 수입 소 한 마리 포함)였다. 광우병 가능성에 대한 감시를 늦춰서는 안되지만, 100만 명이 넘는 재미교포와 3억 명의 미국인이 즐겨 먹는 쇠고기를 “위험해 수입 못 한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은 작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도 얻었다.
  쇠고기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인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게 아니라 관리를 잘하는 조건으로 수입을 늘려야 한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에 동물성 사료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SRM에 포함되는 품목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
  이번 협상에서의 수입 조건 완화는 미국의 요청을 대폭 받아준 것이다. 양국 간 외교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쇠고기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소함으로써 대미 발언권을 강화하게 됐다. 방미 외교팀은 이런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 미국 의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동의 및 조속한 발효를 적극 요구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동아일보의 사설이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게 아니라 관리를 잘하는 조건으로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4월 29일 방영된 MBC <피디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했다.

<피디수첩>이 그런 보도를 한 지 이틀 뒤인 5월 1일 이명박은 “정치적 논리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면 안 된다. 광우병 쇠고기 우려해서 쇠고기를 못 먹는 국민이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 심재철은 “쇠고기로 반미 투쟁·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이처럼 특정 의도를 가지고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쏟아내 헷갈리게 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서 5월 3일자 지면에 정부 관리들과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주요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정부 “한국인 유전자 광우병에 취약하다 단정 못해”(5면)

  정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후 일고 있는 광우병 발병 논란과 관련해 관계 장관 명의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운천 농림식품수산부장관,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강문일 국립수의과 학검역원장,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등 7명이 참석했다. (·····)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2000년 이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생길 만한 환자는 거의 다 생겼다고 생각한다.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사례는 2000년 초까지 끝난 것 같다.” (·····)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 한국인이 미국인 등에 비해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한국인의 유전자형인 ‘MM형’이 인간광우병(vCJD·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감수성 혹은 위험성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것은 2005년 미국 빌레이 박사의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대다수 한국인의 유전자형이 MM형이라고 해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에 노출됐을 때 100% 감염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
  -3년 전 정부는 혈액, 살코기 등에서도 프리온이 발견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 바 있는데 3년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
  “당시 발표는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일부 실험실 연구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혈액이나 프리온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특히 혈액, 살코기기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금지할 논거가 없어졌다.”

「미국산 쇠고기 둘러싼 오해와 진실」(6면)

  “미국에선 애완동물 사료로도 금지하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돈 주고 들여온다” “미국인 59만 명이 광우병으로 추정된다” “미국인도 자기네 고기 먹기가 두려워 호주산을 수입한다”····. 요즘 한국 인터넷과 시중에 떠도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얘기의 일부다.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본보는 1일 워싱턴의 국제무역 전문가 2명과 싱크탱크 연구원 등 3명에게 한국에서 떠도는 소문들의 사실 여부를 물어봤다. (···) 이들은 익명을 요청했다.
  -한국에선 미국인들도 30개월 이상 된 소는 안 먹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미국 내 유통 쇠고기에 연령 제한은 없다. 미국에선 올해 2월 기준으로 한 달에 9억 킬로그램 가량의 소를 도축했는데 결과적으로 소비되는 쇠고기의 95% 가량은 30개월 미만이다. 종자소를 제외하곤 대부분 30개월 이전에 도축하기 때문이다.” (···)
  -미국인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꺼려 호주 등에서 수입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일부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햄버거 등을 만들 때 호주산을 쓰지만 이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이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미국산을 쓰는 것으로 안다.” (·····)
  -식습관상 한국은 내장, 뼈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특히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모든 뼈나 내장이 위험한 건 아니다. OIE 기준에 따르면 30개월 이상 된 소의 뼈, 척추 가운데는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2미터 가량)만이 SRM이며 이는 한국도 수입을 금지했다.”


‘촛불 집회’와 ‘광우병 괴담’에 퍼부은 맹공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1만여 명이 촛불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무효’를 주장했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직후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2MB (대통령 이명박을 지칭) 탄핵 범국민운동본부’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가할 것이라는 당초 경찰의 예상을 깨고 1만여 명이 모였다. 동아일보는 5월 23일자 6면 하단에 관련 기사를 가로 2단으로 조그맣게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당초 인터넷 카페 회원 30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터넷을 통해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참가자가 늘어났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이명박 탄핵투쟁 연대’의 운영자 한병상 씨는 창조한국당 전직 당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투쟁이 정치적 목적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 씨는 “특정 정치세력과 연대를 맺고 잇는 것은 아니며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탄핵운동과 쇠고기 수입 반대를 추진할 뿐”이라고 말했다.

1만여 명이 모인 ‘최초의 촛불 집회’를 ‘하찮은 뉴스’처럼 다룬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반미 반이(反李)로 몰고 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 시위」)에서는 ‘엄청난 사건’을 공격하듯이 소리를 높였다.

  어젯밤 서울 도심의 청계광장 일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항의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이명박 탄핵 투쟁연대’ 주최로 열린 시위에서 1만여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탄핵’ 구호를 외쳐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반미 감정을 증폭시킨 ‘효순·미선 양 촛불 시위’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광우병 괴담’의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내용을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사실인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시청자들의 광우병 공포를 자극했다. 인터넷 공간은 여과되지 않은 표현으로 괴담을 확산시켰다. “라면 수프만 먹어도 광우병 걸린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 같은 황당한 발언이 난무했다.
  정부 관련 부처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번져가는 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해 급기야 대통령 탄핵 구호까지 등장하게 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미국 얘기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흠집을 찾아내 부풀리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 (·····)
  국정 쟁점에 대한 무기력하고 굼뜬 대응 자세를 보고 있자면 왜 그들이 장관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답답해진다. 장차관들이 마른 땅만 밟으려 하다 보면 일부 세력의 불순한 선동에 민심이 흔들리게 된다.

이 사설은 촛불 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선동한 것은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라고 단정하면서, “미국 얘기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흠집을 찾아내 부풀리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MBC의 <피디수첩>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것이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라는 말은 가설인가 진실인가? 그리고 촛불 집회 참가들은 ‘반미주의자’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서는 한겨레 인터넷판 5월 3일자에 실린 집회자들의 목소리를 보면 적절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당장 내 저녁 식사와 관련된 일상의 문제다.”(대학생 은화리)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서민의 미래가 어두워진 것 같아 야근도 건너뛴 채 나왔다.”(직장인 박찬규)
  “아이 낳기가 무섭다.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를 공포에서 아이를 지킬 자신이 없다.”(임신부 이명곤)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어린이 성범죄 증가,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회사원 박진호)
  “대운하, 영어 몰입 같은 정책은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정치가 아닌 제대로 된 정치를 보고 싶다.”(대학생 이마루)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두 달을 보낸 것 같다. 말로는 경제성장을 강조하지만 실제 서민들의 경제는 생각한 게 하나도 없다.”(고등학생 유수현)

5월 3일에 이어 어린이날인 5일에도 촛불 집회가 열렸다. 동아일보는 5월 6일자 6면에 「끌 것인가 말 것인가 / ‘촛불문화제’ 정치적 행사 변질 우려···경찰 대응 방안 없어 고심」이라는 기사를 가로 3단으로 실었다.

  (···) 중고교생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이 단순한 의사 표명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많다.
  최근 ‘천사’라는 발신인 명의로 “5월 17일 단체 휴교시위,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가 전국의 중고교생에게 보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인천 계양구의 주부는 “학생 사이에서 (촛불 시위를) 제2의 ‘4·19 혁명’처럼 만들자는 얘기가 오간다”고 걱정했다. (·····)
  안동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익명으로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수용해 이성적인 판단 없이 충동적으로 군중심리에 휩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 5월 7일자 1면 머리에는 「‘문자 괴담’ 초등생까지 무차별 유포」라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백 모(11) 양은 이틀 전 친구에게서 두 차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팔아먹었다” “쇠고기 수입하면 한국은 망한다”는 내용이었다. 백 양의 부모는 딸의 친구가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유언비어의 일부 내용을 문자로 보낸 것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인터넷에는 한 초등학생이 이달 초 썼다는 ‘광우병’이라는 제목의 그림일기를 찍은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이 일기에는  “이건 어떻게 알았니? TV로 본 걸까? 대통령이 OO보다 못한 것 같네”라며 일기를 쓴 아이를 쓴 칭찬하는 교사의 코멘트도 적혀 있다. 이 사진에는 “초등학생도 광우병의 위험성을 아는데 정부만 모르고 있다”는 댓글이 붙으며 정부를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용도로 유포되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각종 ‘사회적 괴담’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도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중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인터넷 괴담에 노출돼 왜곡·과장된 정보를 사실로 믿고 행동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웹 포털인 야후꾸러기, 주니어네이버 등에는 ‘광우병 괴담’ ‘독도 괴담’ ‘인터넷 종량제 괴담’ 등 이른바 5대 인터넷 괴담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5면에 「유언비어, 거짓말, 미신에 포위된 나라」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탤런트 김민선 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한다니 어이가 없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여론의 지탄을 받고 이 글을 삭제했지만 허위로 가득 찬 선동이나 다름없다. (·····)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연예인도 높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공인이다.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디어에 의지해 활동을 하는 그들의 언행은 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연예인들 중에는 김 씨처럼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을 유포해 청소년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서도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디 김 씨뿐일까. 우리 사회는 지금 무책임한 유언비어와 거짓 그리고 미신의 범람으로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저서 <트러스트>에서 “최소한의 신뢰와 정직이 경제생활의 원활한 작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그대로다.
  환경이나 식품안전처럼 과학적으로 증명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상대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며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정치나 의식의 미성숙으로 인해 부화뇌동하는 세력이 보태지면 거짓이 사실을 누르고 여론을 지배하게 된다.
  정부가 이런 점까지 생각하고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한 것은 실책이다. 그러나 작금의 ‘광우병 괴담’은 그런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우리 사회의 모든 병리학적 증후군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상처를 치유하고, 정직과 신뢰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의 과제가 됐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주로 비판한 것은 한미 FTA를 서둘러 타결함으로써 미국 조지 부시 정부의 비위를 맞추려는 이명박의 굴욕적 외교였다. ‘광우병 괴담’은 신뢰를 잃은 이명박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조롱의 상징이지, ‘촛불’이 대변하는 민심의 핵심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마치 그것이 당시 한국 사회를 가장 위협하는 현상이라는 듯이 과장하고 있다.


몇 걸음 물러선 이명박과 동아일보의 ‘오락가락 논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게 일어나자 이명박은 5월 7일 종래의 ‘수입 강행’에서 몇 걸음 물러서서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북도청에서 첫 시도별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에는 어떠한 경우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국민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으며, 어떠한 것도 이와 바꿀 수 없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
  정운천 농림식품수산부 장관도 이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 청문회’에서 “통상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이 발생할 경우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 18일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안 중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고 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다(동아일보 5월 8일자 1면).

동아일보는 이명박의 ‘몇 걸음 후퇴’에 화답하는 듯하면서도 그의 ‘실책’을 나무라는 사설(「취임 두 달 반 만에 쇄신책 찾아야 할 이 대통령」)을 5월 8일자 35면에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까지 각오하고 국민 건강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광우병 논란이 증폭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는 무시되고, 이성적 대화도 통하지 않으며, 초중고교생 입에서 ‘대통령 탄핵’ 소리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된 데는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인터넷 괴담을 확산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직접적 연계가 있건 없건 정치적 이념적 의도로 새 정권을 무력화하려는 세력의 작용이 컸다.
  그렇다고 해도 불과 5개월 전 대선에서 531만 표 차로 압승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취임 두 달 반 만에 20%대 후반(5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으로 추락한 것을 ‘광우병 선동세력’이나 과거 정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의 원인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역시 인사 실패가 최대 요인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을 여러 인사 내용은 ‘10년 만에 교체된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는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 다수 국민이 애태웠던 정권 교체가 고작 저런 인물들로 채워지는 정부를 보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하는 실망과 분노를 낳았기 때문이다. (·····)
  국민 정서에 무신경한 인사가 거듭되는 데 대한 국민의 반감이 ‘광우병 괴담’의 인화성(引火性)을 높인 측면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 전날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한 것과 이에 관한 대통령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도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국정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사 쇄신도 고려해야 한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지도 회복은 중요하다.

이명박의 지지도가 폭락한 현상을 걱정하면서 ‘국정과 인사 쇄신’을 촉구한 동아일보는 5월 14일자 31면에 「쇠고기, 정부는 자성하고 야당은 수습에 협력하라」는 사설을 실었다. ‘광우병 괴담’에 초점을 맞추어 ‘촛불 집회’를 비판하던 논조를 정부의 ‘자성’ 쪽으로 돌린 것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예고 조치에 수락 의사를 표명했다. (···)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합의로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이 우리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
  정부의 이번 협상은 시기와 내용 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한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협상 타결을 서두른 듯한 인상을 준 것도 잘못이지만 내용 면에서도 ‘광우병 괴담’의 빌미를 주었다.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것이라도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을 우리가 앞서 허용한 것은 협상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동물성 사료 관련 연방관보 내용을 정부가 오역(誤譯)해 보도 자료를 만든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의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관한 문제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한 만큼 협상 부실로 쇠고기 파문을 키운 데 대한 총체적 자성이 필요하다. (·····)
  국민도 이제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정부의 협상 미숙과 광우병 위험은 별개의 문제이다. 미 하원도 자국산 쇠고기 안전 문제에 대한 자체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지 않는가. 야당과 시민사회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국익을 지키고 국민 불안을 덜어주는 길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이명박에게 국정 쇄신책을 찾으라고 촉구한 동아일보는 5월 20일자 사설(이·강·손, 한미 FTA 비준 동의 합작하라」)에서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제일야당인 통합민주당이 국회에서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힘을 모으라고 요구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는 야당에게 “한신의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 나가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임시국회 회기가 꼭 4일 남았다. 본회의는 22, 23일 이틀간 잡혀 있다.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이틀이다. 18대 총선까지 치른 마당에 17대 임시국회를 연 것은 FTA 비준 동의안 처리의 시급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FTA 청문회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청문회로 변질되고 현재로서는 극적 타결을 통해 한미FTA가 처리될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18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몇 달이 더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꾸 늦어지다 보면 미국 대선이나 미 의회 일정을 감안할 때 한미 FTA 체결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기 쉽다. 미국의 차기 정권에서는 재협상론이 대두되거나 한미 FTA가 통째로 물 건너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어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자 이 대통령은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다가 회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만나려면 진작 만났어야 하지만 그래도 그 회동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통합민주당도 “쇠고기 협상을 포함해 국정 전반을 논의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이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받아들였다. (···) 손학규 대표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정부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오늘 검역주권의 명문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니, 정말 정략(政略)이 아니라면 FTA 본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도 여야 영수회담을 성사시켰다고 일을 다 한 것처럼 손을 놔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17대 국회가 남은 기간 한미 FTA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한미 FTA와 관련해 어떤 처신을 했는지 머잖아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5월 21일자 사설(「쇠고기 때문에 FTA 안 하겠다는 건 비겁하다」)에서도 “손 대표는 지금이라도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한미 FTA 찬성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공격했다.

이명박은 5월 22일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으로, 저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심기일전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
  그는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면서 “정부는 미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하는 주권적 조치를 명문화했다. 차제에 식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FTA는 지난 정부와 17대 국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궈낸 소중한 성과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모았던 국가적 과제”라며 “여야를 떠나 민생과 국익을 위해 (17대 국회가 비준 동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용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FTA 협상을 밀고나갔을 때 대다수 노동자와 농민은 물론이고 여당 안에서도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런 상황을 익히 아는 통합민주당이 한미 FTA 타결의 ‘신호탄’으로 이명박이 부시 행정부에 선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를 없던 일로 하고 FTA 비준에 선뜩 동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5월 23일자 사설(「민주당은 이제 ‘쇠고기’ 그만 물고 늘어져라」)에서 민주당을 윽박질렀다.
 
  대한민국은 지금 ‘쇠고기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국정은 스톱 상태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하고 머리까지 숙였지만 야당은 “진정성이 없다”느니 “달나라 대통령의 담화였다”느니 하면서 오로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만 되뇌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중첩돼 경제 및 민생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야당이 주장할 일이 ‘쇠고기 재협상’ 말고는 정말 없는가.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통해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했고, 미국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동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특별조사단을 미국 현지에 보내 가공·도축시설을 점검토록 했고 모든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도 의무화했다.
  그뿐 아니라 사정이 변경될 경우 추가 재협의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수입업자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자율결의했다. 비록 재협상은 아니지만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도 ‘주저앉는 소’가 식용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도축을 금지하겠다고 성의를 보였다. 이 같은 보완대책이 나오게 된 데는 야당의 역할도 있었다. 그러나 외골수로 ‘재협상’만 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를 골탕 먹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를 회피하려는 정략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어린 학생들이라면 몰라도 불과 석 달 전까지 국정 운영의 주체였던 통합민주당은 이래선 안 된다.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각종 정보를 균형있게 살펴보기만 했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과장하는 것은 ‘과학적 테러리즘’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의미에서 이 세상에 ‘위험 제로’라고 100% 단정할 수 있는 식품은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중국산 식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민주당만큼은 쇠고기 문제를 그만 물고 늘어질 때가 됐다.


거리로 진출한 ‘촛불 시위’

동아일보는 5월 26일자 1면에 「촛불 끝내 차도 불법 점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 참가자들이 서울시내 도로를 불법 점거해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서울 청계광의 시위자 중 수백 명은 25일 오후 6시경 경복궁 지하철역 인근까지 몰려갔다가 경찰이 제지하자 광화문~시청 도로를 막고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광화문 사거리, 서울시청 앞, 서울역, 명동, 동대문, 신촌 등으로 몰려다녔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1면 사설(「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에서 갈수록 과격해지는 촛불 시위를 ‘반정부 좌파세력이 가담한 불법 시위’라고 비난했다.

  그제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는 광화문 일대 차로와 인도를 점거한 시위로 변질돼 새벽까지 계속됐다. 집회에 반정부 좌파세력이 본격 가담하고 수백 명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면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수도 한복판에서 본격 시위를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선 일탈이다. 과연 이들이 국민 건강을 염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려고 나선 순수한 시민뿐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2일부터 시작해 서울에서 17번째로 열린 그제 저녁 촛불문화제는 그동안의 집회와는 양상이 판이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중등교육 자율화에 반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대운하 반대 단체 회원들이 가세했다. 집회가 진행되던 오후 9시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외쳤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이를 받아 “드디어 오늘 저희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갑니다”라며 선동한 것이 집회의 성격을 바꾸었다. 특정 세력이 계획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
  어제는 48개 대학 학생회로 구성된 ‘광우병대책위원회’가 대학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나섰다. 일부 의사와 수의사들은 청와대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했다. (···)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크다 해도 취임 3개월밖에 안 됐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이 정부를 흔드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 그리고 국정 및 민생 안정에는 도움이 될 없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와 시위에 “좌파 세력이 본격 가담”했다는 이 사설의 주장은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뒤 거리 시위에 나선 민주노총과 전교조 구성원 일부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그들에게 속칭 ‘좌빨’이라는 멍에를 씌우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그런 ‘색깔론’이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냈는지를 동아일보가 모를 리 있을까?

연세대 교수 김호기가 5월 30일자 경향신문에 실은 칼럼은 동아일보의 사설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욕망의 정치’가 분출됐다면, 이번에는 생명과 안전, 검역 주권이라는 ‘가치의 정치’가 분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대의정치, 제도정치, 권위의 정치 그리고 욕망의 정치를 포괄하는 ‘근대적 정치’에 맞서서 참여의 정치, 생활 정치, 인정(recognition)의 정치 그리고 가치의 정치를 아우르는 ‘탈근대적 정치’가 도전하고 있다.
  제도정치인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 스스로 촛불을 드는 참여정치인 ‘거리의 정치’가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록에서 녹음으로 가는 이 아름다운 계절이 우울한 ‘불만의 봄’이 된 이유는 간명하다. 바로 정부와 정치권이 탈근대적 정치를 여전히 아날로그적으로 독해하며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들이여, 우리 사회의 복합 구조, 우리 국민의 복합 내면을 이해하기 위한 디지털적 상상력을 가져라.

주말인 5월 31일과 휴일인 6월 1일 서울시내 중심가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시위에 10만이 넘는 군중이 참여했다. 동아일보는 ‘경찰 추산’을 인용해서 6월 2일자 1면 머리에 「토 4만· 일 2만 ‘청와대행’ 충돌」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명박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는 22.9%로 추락했다.

민주당은 1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옥외 집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는 여기서 국민에게 항복하라. 이게 국민과 역사의 마지막 경고”라고 선언했다. “당원 4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쇠고기 고시 무효화 규탄대회’에서 손학규 대표는 ‘나오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썼지만 이명박 정부가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았다’면서 ‘대통령이 촛불 누구 돈으로 샀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보고하라’고 했다는데 국민의 뜻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느냐”고 성토했다(한국일보 6월 2일자).

동아일보 6월 2일자 사설(「쇠고기 촛불 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아니다」)은 취임 3개월 남짓 만에 최대의 위기에 부닥친 이명박을 ‘촛불 항쟁’에서 구해내려는 그 신문의 절박한 ‘심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부 단체와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를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에 비유하고 있다. ‘반독재 민주화’의 구호가 ‘국민 건강 사수’로 바뀌었을 뿐 범국민적 시위 양상이나 정권의 대응 방식이 그때와 꼭같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을 5공 정부의 ‘호헌(護憲) 선언’에 비유하기도 한다.
  6월 민주항쟁은 군사반란과 광주 유혈진압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독재 연장 음모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일어난 궐기였다. 항쟁의 역 적 의의와 젊은 학생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검역 조건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 시위를 결코 동렬에 놓을 수 없다. 그것은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서툴렀던 건 사실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관한 국민의 우려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를 6월 민주항쟁과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을뿐더러 순수성도 의심스럽다. 심야에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탄핵’ ‘정권 타도’라는 구호가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인터넷매체는 “이명박 대통령, 국민의 피를 원하십니까”라는 섬뜩한 제목의 기사까지 올려놓고 쇠고기 시위를 6월 민주항쟁의 수준으로 끌고 가자고 부추기고 있다. 시위대의 행동을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모습처럼 칭송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
  쇠고기 촛불 시위를 6월 민주항쟁으로 몰아가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국민건강을 위협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6·10 촛불 항쟁’과 동아일보의 막말 공세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은 6월 3일 주한미국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를 만나 “미국 업계가 자발적으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출을 자제하는 등 통상 마찰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쇠고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는 면담이 끝난 뒤 외교부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로서는 재협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4월에 이뤄진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잘 이뤄졌으며, 합의 이행을 연기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걱정하고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들여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 문제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동아일보 6월 4일자 1면).

이명박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발언을 하자 동아일보는 6월 4일자 35면에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양보해야」라는 사설을 올렸다.

  정부가 쇠고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생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요청하고 고시의 관보 게재와 검역도 유보했다. (·····)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는 어제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자칫하면 ‘30개월 미만 쇠고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국면이다. 미국은 전체 수출량의 5% 정도에 불과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지키려다 나머지 95%도 잃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를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공동 이익의 확대를 모색하기로 한 동맹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촉발된 한국민의 불만은 6년 전 미국 장갑차에 치어 숨진 효순·미선 양의 사건처럼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국제무역사무국(OIE)의 새 규정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한국에 처음 적용함으로써 우리 정부에 너무 큰 부담을 주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고려해 일본·대만과의 협상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으려다 곤경에 빠졌다. 미국이 한국의 쇠고기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에서 ‘촛불 시위’에 ‘좌파 세력’이 가담했다고 주장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논조를 펴고 있다. 지지율이 20%를 가까스로 웃돌게 된 이명박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도록 하려고 “미국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차라리 종전대로 ‘불순 세력’이 이명박에 대한 ‘탄핵’이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미국 정부도 흔들리지 말고 ‘동맹’인 한국 정부의 종전 입장을 지지하라고 촉구하는 편이 동아일보답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사설은 이명박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부시의 환심을 사려고 경솔하게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에 합의한 사실은 지적하지 않은 채 그 일 때문에 빚어진 촛불 집회와 시위가 ‘효순·미선 양 사건처럼’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만을 걱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치러진 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9곳의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29곳, 기초의원 14곳 가운데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1곳, 광역의원 7곳, 기초의원 1곳에서만 승리하는 최악의 성적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수도권 기초단체장 3곳에서는 완패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3곳, 광역의원 14곳, 기초위원 6곳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촛불 항쟁’의 여파가 재보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재보선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촛불 항쟁’은 전보다 훨씬 더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6월 5일 광우병대책위원회는 ‘72시간 릴레이 국민운동’에 들어갔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쇠고기 고시’ 10만 명 헌법소원에 나섰다.

촛불 집회와 시위는 1987년 6월 항쟁 21주년이 되는 2008년 6월 10일 절정에 이르렀다.

  이날 촛불 집회에는 서울 40만 명(주최 측 추산 70만 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0만 명(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21년 전인 1987년 6·10 항쟁 이후 최대 규모였고,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 집회(20만 명)에 견줘 갑절이 넘는 인파였다. 집회를 주관한 광우병대책회의는 “오늘 참여한 인원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6·10 100만 촛불 대행진’은 저녁 7시에 시작됐다. 8시 30분께부터는 참가자들이 세 무리로 나뉘어 서울시내 곳곳을 행진했다. 시민들은 서울 사직터널 앞과 삼청동 입구 동십자각 앞 등에서 경찰 버스와 컨테이너 등으로 길을 막은 경찰과 대치하다가, 자정께 광화문 네거리에 모였다. (···)
  6월 10일 새벽부터 서울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 한복판을 막아선 5.4미터 높이 컨테이너 장벽은 11일 아침에 철거됐다. 하지만 ‘용접명박’ ‘컨테이너 정부’ ‘쥐박산성’ 등 수많은 신조어를 낳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를 거부했음”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한국현대사산책-2000년대편 5권> 128~129쪽).

전국적으로 벌어진 촛불 집회와 시위는 극히 일부를 빼면 평화적이고 자연발생적이었다.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이명박의 비민주적이고 자주성이 없는 정치적 행태를 비판하는 즉석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6·10 100만 촛불 대행진’이 시작되기 전인 그날 아침 신문부터 6월 19일자에 이르기까지 ‘촛불 항쟁’을 극단적으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사설을 7편이나 내보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세 편은 아래와 같다.

  「‘정권 타도’ 폭력시위 불순하다」(6월 10일자)

  (···) 쇠고기 파동을 기화로 ‘제2의 6월 항쟁’이라도 꾀하고 있다면 사태의 본질을 잘못 본 것이다. 6월 항쟁은 군사반란과 광주 유혈 진압으로 집권해 정통성이 없던 전두환 정권이 강압통치와 정권 연장을 시도한 데 대한 국민적 저항이었다. 광우병에 대한 불안으로 촉발된 촛불 시위를 그런 항쟁과 동렬에 놓을 수 있겠는가.
  결국 대책위를 위시한 일부 시위세력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위해 촛불 민심을 악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이미 “청와대로 가자”라는 구호와 행동을 통해 시위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합법정권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퇴진하라는 것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어떻게 세우고 발전시킨 나라인데 이런 식으로 헌정을 위협한단 말인가. 건국 60년의 성취를 파괴하려는 이런 행동은 정부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평화 시위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폭력을 행사하면 민심도 등을 돌린다. 정부도 스스로의 권위를 더는 포기하지 말고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한 공권력 행사의 마지노선을 분명히 밝히고 집행해야 한다.

「헌정 파괴하고 ‘인민 정부’라도 세우겠다는 건가」(6월 13일자)

  (···) 이른바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를 ‘민중 봉기’로 규정하고, 민중이 ‘기존 헌정 질서’에 포섭되기 전에 ‘혁명적 코뮌’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인터넷상에 띄웠다. “6·10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시민은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혁명을 할 것인가를 놓고 대중적 토론을 펼칠 호기를 맞고 있다”며 혁명을 기정사실화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극소수 급진주의자들의 선동에 불과하겠지만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실망해 시작한 순수한 촛불 시위를 이렇게 변질시키려는 세력도 있음을 알게 하는 한 단서가 아닐 수 없다.
  ‘광우병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그제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20일까지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명령한다”면서 “이 정부가 주권자의 명령을 끝내 거부한다면 정부 퇴진을 위한 국민 항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권의 의미조차 모르는 황당한 주장이다.(·····)
  대책회의에는 170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지만 촛불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과연 그들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을 아군·적군으로 가르고 날뛰는 좌파운동권」(6월 18일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신문은 각각의 사시(社是)와 지향점에 따라 보도와 논평의 관점이 다르고, 독자에게 다가가는 양태도 매체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른바 진보언론도 있고 보수언론도 있다. (···) 자유언론의 본령은 서로 합당하면서도 상이한 견해를 존중해 각 언론사가 가진 취재보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좌파운동세력은 언론을 적군과 아군으로 가르고, 보수언론엔 ‘반민중’ 등 터무니없는 딱지를 붙여 폭력적인 방법으로 말살하려고 한다.
  지난 정권에서 권력의 호위견(護衛犬) 노릇을 하며 각종 정부 지원을 받던 좌파언론운동 세력은 대선 패배 이후 실의에 빠져 있다가 촛불 시위를 계기로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좌파언론운동단체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회원들이 주도하는 시위대 700여 명이 그제 밤 동아일보 사옥을 에워싸고 “동아일보 폐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중동 폐간’이라는 스티커 수백 장을 건물 외벽과 유리문에 붙였다. 집단 난동이고 민주주의 기초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다. 좌파집단의 불법 시위와 폭력으로 신문사가 테러를 당하는데도 공권력이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언론과 법치가 처한 현실이다. (·····)
  이들은 촛불 집회를 마치고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3사에 몰려다니며 유리문을 발로 걷어차고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으며 본사 사기(社旗)를 끌어내려서까지 스티커를 붙였다. 이처럼 야만적 파괴본성을 드러낸 반달리즘의 행패를 부리다가도 여의도 KBS로 몰려가서는 ‘정연주 사장 퇴진 반대’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켜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 좌파세력에게 세 신문은 말살시켜야 할 적군이고, KBS의 정 사장과 일부 군소신문은 서로 살갑게 보살펴야 할 아군이다.


촛불 항쟁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이명박

‘촛불’의 기세가 조금도 약해지지 않자 이명박은 6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산 쇠고기 전체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기존에 타결된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를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보장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면 검역을 하지 않고, 검역 이전에 반송될 것으로 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아무리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 해도 국민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이 대통령은 이어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해야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고 강조했다(동아일보 6월 20일자 1면).

이명박의 이런 ‘대국민 약속’은 ‘촛불’에 대한 항복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FTA에 대한 비준 동의를 국회에서 얻으려고 갖은 힘을 쏟던 그가 하릴없이 부시 미국 행정부와 굳게 한 약속을 어길 수밖에 된 셈이다. 그러나 그 약속은 이명박의 일시적 ‘술수’였음이 나중에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이명박의 기자회견 내용을 같은 날짜 3면에 크게 보도했다. 제목은 「반대 여론에 결국···대선 핵심공약 대운하 사실상 포기 / 추진할 힘·의지·조직 모두 사라져 / 사업 준비하던 민간업체 타격 클 듯」이다.
이 기사 옆에는 「“청와대 뒷산 올라 촛불 바라보며 자책 / 촛불 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 넘치게”」라는 상자기사가 자리 잡고 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27면에「다시 시작하겠다는 대통령 지켜보자」라는 사설을 실었다.

  (···) 이 대통령이 100여 일만에 두 번째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새 출발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정부 진용을 새로 짜고, 국정의 좌표와 궤도 역시 다시 설정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촛불 시위 이후 무너질 대로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
  마땅히 할 일을 하기 위해 국민의 협조와 응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국민과의 참된 소통을 통해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가 선진화를 이뤄낸다면 오늘의 반성문은 훗날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야권은 “진정성 없는 정치적 수사”라고 비난했다.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의는 “재협상을 거부하는 한 국민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 혼란이 얼마나 더 계속되기를 바라는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이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따질 것은 따지되,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이명박이 6월 20일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 7명을 모두 교체했지만 ‘촛불’은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6월 30일 저녁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가졌다. 미사에는 천주교인과 일반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사를 마친 뒤 8시 50분경부터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신부 100여 명이 “촛불이 이긴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앞장섰고, 참석자들은 1시간여 동안 숭례문~명동~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돌아왔다(동아일보 7월 1일자 1면).

동아일보는 7월 2일자 사설(「국가 정상화 위해 국민이 거짓과 선동 물리쳐야」)에서 “사제단이 반정부적 폭력성을 드러낸 촛불 시위를 비호”한다고 비난했다.

  (···)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비정상을 조장하는가. 시위의 일상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MBC, KBS를 비롯한 일부 매체, 그리고 인터넷 포털이 그 중심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거짓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들이 내거는 쇠고기 문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심은 이명박 정권 타도에 있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국민의 선택으로 탄생한 합법 정권을 좌초시키겠다는 좌파 단체와 세력, 정치권이 가세하고 있다. 동아·조선·중앙일보를 공격하고 이들 신문에 광고하는 기업에 협박을 가하는 것은 자신들의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는 언론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다. (·····)
  지금의 시위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는 현장 가까이에서 시위를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시위대는 매일 밤 수도의 심장부를 마비시키고, 무법천지로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에 동조하는 매체들은 과격 폭력시위에는 눈 감은 채 경찰의 대응만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국민에게 거짓 정보를 주입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시국미사를 명분으로 시위를 거들고 나선 것은 유감이다. 성직자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해야 하고 국민에게 오직 진실만을 보여줘야 한다. 사제단이 반정부적 폭력성을 드러낸 촛불 시위를 비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동력을 살려주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다. 개신교와 불교계의 일부 진보단체가 시국기도회나 법회를 열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1974년 9월에 결성된 사제단은 박정희 유신독재와 맞서 민주화와 인권 회복을 위한 투쟁에 앞장섰으며, 1987년의 6월 항쟁 시기에도 변함없이 그 길을 걸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많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제단을 향해 “시위를 거들고 나선 것은 유감”이라면서 “반정부적 폭력성을 드러낸 촛불 시위를 비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동력을 살려주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8월 초에 ‘촛불’의 동력이 꺼질 때까지 끊임없이 극렬한 비난과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 사설들 가운데 세 편을 소개하겠다.


  「청와대가 불법시위 주도세력의 협상 파트너인가」(7월 7일자)

  쇠고기 촛불 시위에 가세한 일부 종교계 인사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그제 청와대를 찾아가 5개 항의 요구조건을 전달하려 했으나 청와대 측이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갈 수는 없다”고 해 방문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건 요구조건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 어청수 경찰청장 및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파면과 촛불 시위 관련 구속자 석방 및 수배 해제, 대운하 및 교육 공공성 포기 계획 중단으로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폭력시위 관련자를 석방하라는 것은 정부가 법치를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교육의 공공성’을 거론한 것은 ‘경쟁 없는 하향 평둔화(平鈍化) 교육’에 안주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얘기다. 대책회의의 오만이 갈 데까지 간 느낌이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요구 앞에서 청와대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촛불 시위 중단을 전제로 건의서를 전달하겠다고 해 기다렸으나 대책회의 내부에서 의견 통일이 안 됐는지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 대책회의가 의견을 통일해서 찾아왔더라면 만나 협상이라도 할 작정이었단 말인가. (·····)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로 경찰의 출두 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취소했다. “법을 지키지 않는 상대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국법질서의 수호보다는 정권의 보신과 연명에만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이면 5년 내내 불법 촛불 시위가 계속될 수도 있다.

  「광우병 선동세력, 사회 마비·정부 전복을 노렸다」(7월 12일자)

  경찰이 광우병대책회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촛불 집회 기획문건에 “사회를 마비시켜야”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이라는 목표가 적시돼 있음이 밝혀졌다. 두 달 넘게 수도 서울 한복판을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몰아넣었던 폭력시위 주도세력의 의도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대책회의 문건에는 ‘도심 점거전술’ ‘대학생 동맹휴업’ ‘유모차 행진’ ‘종교계 선언과 거리 행진’ ‘노동계 총력투쟁’ 같은 투쟁방법도 제시돼 있다. 이런 방법은 ‘촛불 민심’이라는 미명 아래 실제로 동원됐다.
  문건의 내용 및 실제 시위 양상을 종합해 보면 ‘사회 마비’는 계획적인 폭력으로 공권력을 무력화해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주저앉히기’는 청와대에 침입해서라도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내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계획이다. ‘광우병 괴담’으로 속여 어린아이들까지 촛불을 들게 하고, 이를 ‘사회 마비·정부 전복’으로 발전시켜 대한민국의 헌정을 뿌리째 흔들려는 것이었다. 국민이 선출한 합법 정부를 붕괴시키고, 이 나라 민주화의 도정(道程)을 일거에 무너뜨리려는 기도다.
  이들 세력은 촛불 시위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직접민주주의라고 미화했으나 그 핵심과 배후에서는 극좌파 세력이 일을 꾸몄다. 광우병대책회의 멤버인 ‘반전평화 자주통일위원회 연석회의’ 자료에는 “대중적 저항 전선을 형성해 투쟁을 전개하고, 미국과 친미 보수세력에 대한 민중투쟁전선을 수립”하기 위한 행동지침이 들어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광우병대책회의를 주도한 진보연대가 촛불 시위 현수막을 일괄 제작해 전국 각지에 배달한 증거도 나왔다. 미군 철수와 친북운동에 앞장서 온 좌파 단체들이 촛불을 이용한 폭력 시위를 직간접적으로 주도한 것이다.

「광우병 시위 주도한 사람들의 면면」(8월 2일자)

  경찰이 두 달 이상 서울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3개 단체와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경찰은 이들이 경찰관과 전·의경에게 폭력을 휘둘러 488명을 다치게 하고 전경버스 172대와 진압장비 등 2262점을 파손 또는 탈취해 11억2000여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파손된 버스와 장비를 고치고 보충하려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불법 시위 주최 측에 인적 물적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이 소송의 피고로 지목한 대상은 이른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와 3개 단체 핵심 간부 14명이다. 이들의 면면(面面)을 살펴보면 ‘광우병 촛불 시위’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송 대상자 14명 중 한용진·황순원·김동규·정보선·박석운 씨 등 5명이 소속된 한국진보연대는 지난해 9월 국내 좌파세력이 총결집해 만든 단체다. 이들 단체의 핵심 인사들은 매향리 미군사격장 폐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맥아더 동상 파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같은 반미운동을 상습적으로 주도했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감정 조장 및 한미동맹 해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반미투쟁의 소재로 이용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단체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반미 좌파세력의 공통점은 법을 제멋대로 무시하고 위반하는 ‘법치주의 부정세력’이란 사실이다. 폭력시위로 무정부 상태를 획책한 세력이다. 한용진·김동규 씨는 각각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과 한총련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박석운·정보선 씨도 불법 시위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참여연대 소속인 박원석 씨도 화염병 시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반전 반자본주의 노동자 운동단체인 ‘다함께’ 소속 김광일 씨도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다.
  이들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촛불을 든 것처럼 위장했지만 진정한 의도는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가치를 뒤엎는 것이었다. 촛불 집회 초기에 순수한 뜻으로 동참한 시민들도 이들의 정체를 바로 알아야 한다.

5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석 달 동안 계속된 촛불 집회와 시위는 어린 중고등학생부터 평범한 가정주부들, ‘386 세대’로 불리는 직장인들, 정치·교육·문화·예술·종교·노동·농민 등 사회 거의 모든 부문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한 항쟁이었다. 그것은 단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싸움에 그치지 않고, 정의와 평화와 진실이 승리하는 사회가 오기를 열망하는 대중운동인 동시에 미국을 향해 사대주의와 굴욕적 외교로 일관하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마당이었다.

세상의 모든 혁명과 개혁운동이 그렇듯이, 2008년의 촛불 항쟁은 당장 구체적인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항쟁을 통해 대중은 민주주의와 민족 자주화에 대한 신념도 의지도 없는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5년 내내 그 정권의 부패와 비리에 맞서 정당하게 비판하고 투쟁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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