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박종현 사무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당 신당 추진 사업단 출범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구촌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난 수년간 치러진 큰 선거 중 예상을 뒤집고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인, 새로운 정치를 추구한 결과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선거결과가 창출되기도 한다. 정보환경이 엇비슷해지고 주요 관심사가 빛의 속도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세계에 전파되면서 정치적 의식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4월 한국 총선의 핫 이슈는 무엇일까?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 안보문제, 여야간 심판론, 경제문제 등이 우선순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안보문제는 내년 1월 13일 대만 총선과 총통선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내년 대만 총통선거가 어떻게 될지 큰 관심사가 되고 있고 그 결과는 한국 총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만의 독립 분리 노선이 미중 대립의 빌미가 되면서 전쟁의 위기감이 높았던 지난해 11월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났고 연임규정에 걸려 차기 총통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연합뉴스 2022. 11. 27).

2024년 1월 대만 총통선거, 3개월 후 한국 총선에 영향 클 듯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불사하며 강력한 당정 장악력을 보였던 차이 대만 총통의 집권 민진당은 당시 지방선거에서 21개 시장 및 현(縣)장 가운데, 5석만을 확보, 당의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대패를 기록했다. 대중국 관계에서 민진당에 비해 유화적이었던 국민당이 21석의 시장·현장 가운데 13석을 차지했다.

대만 유권자들이 양안(중국과 대만)간 전쟁위험과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고려한 선택으로 추정된다. 대만은 2021년 중국 본토와 홍콩에 1천889억1천만 달러를 수출한데 비해 대만의 미국 수출 규모는 657억 달러였다. 대만의 수입원으로는 중국 본토와 홍콩이 22%의 비율로 압도적인 1위이고 미국의 해당 비율은 10%에 그쳤다<연합인포맥스 2022.08.05.>.

중국은 대만 정부의 미국 경도를 막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 하나로 내년 초 대만 선거에서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의 집권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는 대만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강력한 무력시위도 포함될 경우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 그로 인한 동북아 안보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과 러시아도 미국에 맞불을 놓는 식의 행동을 취할 경우 한반도 안보문제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전술핵 사용을 공언하면서 남한 사회에서 북의 핵무기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이념논쟁이나 친북 논란 등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

안보문제 외의 국내정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어느 때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거대 여야 정당은 내년 총선 승리에 사력을 다할 전망인데 그 주요주제는 여야간 심판론, 경제문제 등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함께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앞세우고 민주당은 정부의 네 탓 정치와 실정을 공략할 가능성이 커 정책 대결보다 극단적인 죽고 살기식 난타전이 예상돼 일반 국민의 정치혐오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새정치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등장’

‘한국 정치가 극단적으로 저질화 되어간다. 국회의원 세비를 4백만원으로 낮춰서 사회봉사직으로 만들자.’

요즘 정치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새 정치, 새 정당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움직임은 대중매체를 통해 주로 걸러지고 소개되는 형국인데 그 이유는 대중매체는 기존의 정치집단과 함께 권력 구조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적 현실에서 정치는 주류 대중매체와 함께 이뤄지는 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은 SNS가 등장하면서 계속 변화하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신당 창당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의 하나는 가까운 과거에 발생한 두 개의 커다란 정치 현상과 무관치 않을 듯하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이다. 이 두 현상의 배경에 대한 고찰은 거대 두 정당을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전개된 한국 정치의 실상을 살피는데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문재인 집권을 가능케 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야기된 보수지배층 내부의 모순 극대화와 갈등 격화로 인한 내파의 성격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탄핵안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등장은 민주당이 집권 5년 동안 촛불혁명에서 표출된 여러 개혁 과제들에 대해 외면해 무능, 무기력 정권이라는 비판과 함께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의혹으로 이른바 강남좌파가 불신의 대상이 되면서 그 반사효과에 의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설명 가능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핵심지원세력이었던 강남좌파가 보여준 내로남불로 인한 도덕성 문제와 함께 드러난 또 다른 특성은 남북관계 증진, 평화공존의 주장이 강하면서도 한미종속관계와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의 증진은 한미동맹 구조와 국보법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데도 이를 고려치 않은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문재인과 강남좌파는 한미종속관계를 외면한 채 2018년 남북정상회담 2번이나 하고 실질적 남북 경제 사회통합을 가능케할 만한 합의문을 도출했는데 트럼프가 그 이행을 반대했을 때 침묵 속에 맹종했고. 결국 2019년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의 상황이다.

문재인, 김정은의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 사회 남북통합을 가능케 할 청사진이 제시되었지만 미 국익을 앞세우며 중국과 각을 세운 미국의 동북아 정책 앞에서 무기력했다.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다 결국 한미관계의 모순을 방치 또는 심화시키는 결정적 오류를 범하게 되고 향후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문재인의 고백이 없으면 불가능해졌다.

강남좌파의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정치철학과 방법론은 한미예속 관계와 국보법을 온존시키는 기형적 진영논리에 취해서 시대변화에 맞는 정체성의 수정과 강화는 외면했다. 대신 외연 확장에 주력하며 20년 집권 목표라는 식의 허언 속에 정권 재창출을 도모했다. 그 결과 기본적 성향이 민주당과 관계가 없는 윤석열이나 감사원장 최재형을 중용했지만 정권임기가 끝나기 전에 그들로부터 배신당하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런 과정에 강남좌파의 간판스타의 역할을 한 조국 전 장관이 재등장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의 거대 여야 정당 상황을 보면 포스트 윤석열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정치개혁과 그 선진화를 위한 기대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거대 여야 정당의 공통점인 허위의식과 몰역사의식, 내로남불에 대한 청산과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의 하나다.

만약 민주당이 현 정권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집권한다 해도 두 개의 거대 모순, 한미종속관계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국보법 체제의 온존이라는 비극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세력이 과연 한미동맹과 국보법 문제를 정상화시킬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유권자의 호응이 얼마일 것인지가 모호하지만 신 냉전시대. 북한 핵무기로 인한 한반도 정세 등을 기존의 프레임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만큼은 명백해 보인다.

(좌)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적 새 정치와 새로운 정치 공간 더 확대 돼야

한국 정치는 다른 모든 나라의 경우처럼 한국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도 아울러 살펴야 한다. 예로부터 물의 속도를 알려면 일단 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단 거리를 두고 살피라는 가르침이다. 한국 정치의 현실을 더 자세히 보려면 한국 정치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물론 객관적이라는 것도 십인십색의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이런 점은 계속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표출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후 과정에서 대북 선제타격. 자체 핵무기 개발 필요성,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집권 1년여 동안 그것을 실천해왔다. 그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며 북한에 대해 과거 정권의 교류협력 노력을 ‘적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식’이라고 비판하면서 무력강화가 평화를 보장해준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 결과 한미일 군사관계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듯 한미동맹 강화와 예찬을 부각시키면서 미국 정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도 문제없다며 덮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강제징용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의 저자세 외교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을 저지 또는 폐기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그것은 미국이 앞장선 NATO, 쿼드 등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안보기구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내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거부 등을 통해 야당과 각을 세우며 대통령거부권 행사를 통해 야당의 입법을 저지하고 시행령을 통해 행정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물기용의 경우 검찰 출신이 정부 요직에 기용해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 체제 파괴'를 주장북 인사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전직 대통령을 간첩 운운하는 인사를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에 발탁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회 정의 수립을 위한 공권력 발동은 야권에 집중되는 모양새이고 검찰과 경찰은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거의 일상화할 정도다. 또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다.’라는 발언을 하거나 간첩단 검거가 부각되면서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작업의 결과가 예상보다 수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자 출신으로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법치에 철저하고 이를 통한 사회정의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는데 장모 등 처가 문제, ‘법사’논란 등의 그늘이 가시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 조사로 나토 순방 중이던 지난 14일 나온 <한국갤럽>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보다 6%포인트 폭락한 32%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집권 스타일은 한미일 군사관계 증진을 통한 북한 핵 대처를 최우선으로 삼고 국내 노동운동도 북핵과 비유하는 것과 헌재가 국보법의 위헌 판결 심의와 무관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윤 대통령이 법을 다룬 사람인데 적대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국보법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정권은 한미동맹을 문제 삼는 것은 이적행위라며 국보법으로 차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제도권 정치는 남북대치라는 비극 속에서 정착된 정치는 국보법과 불평등한 관계인 한미동맹이라는 두 영역을 불가촉,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공감대가 강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거대 여야 두 당은 두 사안에 대해 약간의 이론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상변경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제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보법과 한미동맹은 한반도 분단과 6.25 한국전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오늘날의 한국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거나 앞으로 더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주제가 현시점에서 국민 주권과 관련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사적 주권 실종 속 한미동맹의 실체

한미동맹의 핵심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정전협정 체결에 반대하면서 미국과 체결된 조약으로 평화협정 추진을 직간접적으로 가로막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조약 조문 몇 가지가 유엔회원국의 위상에 맞지 않는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제 4조다.

제 4조는 미국이 자국 군사력을 한국 어느 곳에나 배치하는 권리(right)를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누리고 있는 군사적 특권을 보장하는 이 조약의 파생물이 1966년에 만든 주한미군지위협정인 SOFA이다.

SOFA는 제 4조의 부속협정으로 미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지. 시설 제공을 규정한 것이다. 이러니 SOFA에 의해 제공되는 주한미군기지는 치외법권 지대의 특권을 누리고 미군의 한국 내 군사적 행동 등에 대한 규정이 전무해서 주한미군은 훈련 계획 등을 한국에 통보할 의무조차 없다.

제 4조의 국제법적 의미는 결국 주한미군 주둔 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토록 하는 방위비특별분담금협정(SMA)이 나오게 만들었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했다가 SOFA규정 5조 2항을 근거로 1992년 뒤늦게 만든 것이다. 한미가 매년 SMA 협상을 하고 트럼프가 몇 년 전 그 액수를 다섯 배 올려야 한다고 한 것도 제 4조의 ‘권리’에 주목한 미국의 법치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제 4조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의 근거가 되었고 최근 수시로 한반도에 출현하는 미국 전략자산의 진출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대북 선제공격과 참수작전, 북한 점령을 내용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 등이 가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제 2조는 '무력 침공 위협'에 대한 판단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미국이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한을 선제 타격할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미 군사동맹에서 누가 갑, 을인 것인가 하는 것이 명백해지는 조항이 4조, 2조인 것이고 이 때문에 북한이 남한 정부를 군사문제에서 협상 대상으로 배제하는 이유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은 공산주의에 대한 무한 공포를 앞세운 것으로 유명한데 정전협정 협상 당시 한국군이 60만 명 가까웠지만 정전협정을 맺으면 남한이 공산화된다면서 미국의 전쟁 자동개입을 가능케 하고 싶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조약 3조를 보면 미국은 한반도 군사개입을 할 경우 자국의 헌법 절차에 따르겠다고 되어 있어 이승만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다.

박정희는 제 4조가 미국에 의해 전횡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1960년대 중반 차지철을 앞세워 국회와 언론을 통해 그 문제점을 부각시킨 적이 있다. 박정희가 미국으로부터 월남전 참전 대가를 더 받아내기 위한 정치공작이었다. 박정희는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계획이 발표되자 핵무기 자체 제조를 앞세워 미국을 압박하다가 한미연합군체제를 발족시켜 전시와 평시 작전권을 미군이 행사토록 만들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상호독립 체제를 유지하는 동맹 관계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는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협정이 ▲미군은 필리핀 군부대 안에서 해당 지역 동의를 받을 때만 한시적 주둔을 할 수 있고 ▲필리핀 국내법의 적용을 받으며 영구기지는 만들지 못하며 ▲미군이 투자한 자체 시설은 추후 필리핀에 양도하게 되어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국내에서는 주한미군기지나 법적 지위 문제를 거론할 때 이 조약의 하위법인 SOFA만을 주목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이 조약은 한미가 개정 등을 할 수 없고 제 6조에 의해 폐기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이 조약 폐기를 미국에 통고하는 식으로 조약 정상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연대나 연합을 강화하면서 중국과는 외교, 경제 수장이 만나 소통하는 대국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즉 전쟁 일보 직전까지의 안보위기 속에서도 국가이익이나 정권 이익을 추구해 집권의 기반을 굳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대해 기존의 남북정상합의 등은 깡그리 무시한 채 통일부 장관조차 북한 김정은 체제 타도를 주장하던 인사를 기용하는 등 정부의 대북 관련 또는 직간접 관계가 있는 기관의 장을 뉴라이트, 냉전주의자 등 시대착오적 인물로 채우고 있다. 이는 눈앞의 대북정책은 물론 중장기적 정책 또한 군사력 강화나 한미일 동맹형식의 강화를 통한 무력 방식만을 앞세우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문제다.

정치는 전쟁이나 전쟁 위기 상황, 그 이후도 항상 관리한 채비를 갖추고 미래에 대비한 포석을 해야 한다. 남북 간의 전쟁은 피하고 평화적 방식을 통해 공존과 평화통일이라는 숙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움직이고 공론의 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식의 적극적 정책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런 움직임이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전쟁을 도발하면 괴멸할 것이라는 식의 정치적 메시지만을 내놓고 있다.

전쟁 불사를 외칠 수도 있으나 전쟁이 발생이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전쟁이 나지 않도록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도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정치가 군인이 하는 일만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전쟁과 평화 모든 상황을 전방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정치의 대국민 서비스라 하겠다.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좀더 국제적 상규에 맞게 개선시킬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식 법치주의는 한반도에서 보장된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관행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경제력 세계 10위권, 군사력 세계 6위인 한국이 국가의 자주권을 지구촌 2백여 국가처럼 회복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 할 것이다.

국민 주권을 원천 부정하는 국보법

국보법은 북한에 대해 보고 듣고 행동하지 말며 상상도 하지 말라는 법으로 그것은 이 법의 제2,3,4,5조 “반국가단체” / 제6조(잠입ㆍ탈출) 제7조(찬양ㆍ고무, 선전, 동조) / 제8조(회합ㆍ통신 / 제9조(편의제공) / 제10조(불고지죄) 등에 규정되어 있다.

국가보안법은 헌법 1조 2항,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위배된다. 국보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6조, 제7조, 제 8조, 제10조가 특히 그렇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지만, 국민의 생사를 결판낼 상황에 대한 국민 주권은 보안법에 의해 완전히 봉쇄돼 있다.

한·미와 북한이 서로 자극하는 식으로 벌이는 군사행동과 무력시위를 벌일 때, 남한에서는 북한은 주적이라는 관점에서 현 한반도 군사 상황을 설명하고 전망해야 한다. 북한 궤멸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면 곤란하다. 그뿐 아니다. 한반도 분단 상황과 군사적 대치 등에 대한 글과 말을 하려면 보안법 2조 1항 반국가단체 조항, 7조 1항 이적행위 조항, 7조 5항 이적표현물 조항을 의식해야 한다.

국보법은 북한 지역 전부, 주민 전체를 반국가단체 지역과 그 단체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북한은 숨소리조차 반국가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북한이 이러이러한 것은 잘못이지만 저러저러한 것은 잘한 것 아니냐 한다든지, 옛 소설처럼 적장이라 해도 칭송받을 일이 있으면 그렇게 대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은 결코 허용할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고무 찬양의 잣대로 유무죄가 가려져야 할 처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판단을 중단하든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처럼 일단 전쟁이 터지면 군 통수권자와 그 지배체제는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고, 국민은 국방의무에 동원된다. 전쟁은 적과 우군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생과 사만이 허용되는 극한 상황이다.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돌려 도망치면 즉결처분한다는 식의 군법이 많은 나라에서 발견되는 것은 전쟁이란 적을 죽이는 것만이 최상이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극악한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전쟁은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비극이며 불행이다. 그런데 자기가 사는 나라가 전쟁 위기에 처한 현실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과 전망을 불허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은 물론 남북한 주민이 전멸할지 모를 위기에서 남의 나라 불 보듯 하는 태도가 강요되는 비극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보안법 때문에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도 집단지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법에 따라 위기 해결의 방향은 북한 궤멸로 정해져 있고 다른 견해는 국론분열, 이적행위, 종북, 자중지란 등으로 규탄받기 마련이다. 이 법이 수십 년 동안 지속하면서 상한선 없는 증오를 퍼붓는 것이 정상이라는 주장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있다. 전체 국민은 침묵 속에 지켜보는 상황에서 군만이 전쟁을 막고 유사시 적을 궤멸시킬 전략 수립과 훈련에 분주하고, 정치권이나 언론은 마치 전쟁 게임처럼 중계 방송할 뿐이다.

국보법은 북한 지역 주민 전체를 접촉, 통신 불가 대상으로 강제하면서 친인척 간의 최소한의 관계조차 불법시 하고 있다. 이법은 동시에 국민 누구나 북한을 접하고 생각하면 즉각 비이성적인 존재로 전락 가능하다는 심각한 국민 모욕적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주권의 시대로 대통령도 국민이 뽑고 탄핵하는데 북한에 대해서만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국보법이 버티고 있다. 이는 국민을 북한과 관련해서는 비이성적 존재로 격하시키고 있다. 수도권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는 중국 CCTV는 한국전쟁 종전 70년 특집으로 전쟁 당시 한반도엣 혁혁한 무공을 세운 중공군 영웅을 방영하고 있다. 국보법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전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거가 냉전시대의 사상과 이념 차이가 아니라면 이 법은 더 이상 존속할 근거가 없다.

남북한은 1991년 9월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고 국내적으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2018년까지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또한 남북한 간에 정치․경제․군사․사회 분야에서 각종 남북총리급회담, 남북고위회담 등을 통해 선언이나 각종 합의 사항을 발표해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는 국보법과 상충하는 논리적 모순이 상존해 국내외적 혼란이 적지 않다.

남한 내부에 반북을 전제하는 국보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존재함으로써,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개의 법 가치․체계가 병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은 ‘반국가단체’,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인 이중적․모순적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상태로 그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사상이나 이념이라는 것이 역사를 통해 보면 한시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이른바 친북세력과 접촉하거나 교류협력 하는 것을 엄금하거나 최고형으로 처벌한 것은 민족사에서 영원히 지탄받아야 할 죄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민족이 분단 이전에 1천 수 백년 간을 통일국가를 이루며 살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국보법은 수구세력이 정치적인 부당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고 특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진보세력이 이 땅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언론에 재갈을 물려 정확한 한반도 현상에 대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악역을 자행하고 있다.

국보법이 북한에 대해 눈과 귀를 가리고 생각을 멈추도록 강요하면서 북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오해나 억측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북맹이 방치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국보법은 소련이 해체되면서 국가사회주의가 파산한 이후에도 존재하면서 한국과 같은 유엔회원국인 북한에 대한 법적 혼란을 자심하게 만들었다.

국보법은 북한을 해치기보다 한국 사회 내부의 정상적인 소통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만들고 막힌 사회, 정상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게 만든 원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국회가 이 법의 개폐에 대한 논의를 21대 국회 회기 말까지 미뤄둔 것은 국민의 정치 머슴인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분단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만이 한반도와 한민족의 평화와 안정을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국보법은 시급히 법전에서 사라지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신냉전이 도래하는 불길한 조짐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볼 때 국민주권에 걸맞는 정치와 통일 노력이 시급하다. 미중간 대치가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볼 때 자주국의 역량을 발휘해야 동북아 평화와 안전이 뿌리내리도록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류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막힘없는 상상력의 발휘가 낳은 결과이다.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세계화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최상의 청사진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줄 책무가 기성세대에게 있다. 대중매체가 이런 노력에 발 벗고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북한에 대해 정확히 알고, 그리고 국민적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때 합리적인 교류협력 평화통일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국보법이 70년 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면서 통일을 왜 하느냐 하는 논리가 힘을 얻는 비정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역사적 모순이라 하겠다.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적 발전 등도 정상적인 남북교류협력이나 통일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국가보안법은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악법으로 지탄받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벌써 없어져야 했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 수준인데도 국보법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대통령만이 통치권 차원에서 접촉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십 년 전 동서 이념 대결이 종식하고 21세기 들어 케이팝(K-POP)이 세계를 주름잡는 상황에서 거대 여야가 21대 국회 회기말까지 국보법 논의를 중단키로 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작태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새 정당, 보수 진보 어느 쪽 지향하는지부터 궁금

정당은 정치 서비스로 국민에게 기여하면서 정치권력을 잡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정당의 기치를 내걸려면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부터, 즉 자기 정체성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다른 정치집단의 실수에 대한 반사이익을 챙기거나 유권자들의 분노, 실망에 기대서는 성공키 어렵다. 과거 여러 번 새 정당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한 이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신당을 창당하는데 보수, 진보 어느 쪽을 지향하는지부터 궁금하다. 한국의 거대 두 정당은 큰 틀로 보아 보수에 속한다 할 것이다. 물론 한국의 보수, 진보정당은 서구와는 차이가 있다.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한국적 특성이 한국의 보수, 진보정당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서구의 보수당은 종교, 민족, 국가 등의 현 질서를 최선의 것으로 중시하는데 비해 진보당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며 그러기 위해 막힘없는 상상력을 존중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정당은 민족보다 이데올로기를 우선하는 면이 강하고 도덕성도 문제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사회주의체제에 대해 서구의 진보는 등을 돌린데 비해 비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인 측면이 강하다. 북한의 경우 정치, 언론에 대한 서구형의 자유가 없고 유일지도사상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진보가 중시하는 열린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다.

성 소수자 문제의 경우 두 개 거대 정당이 호불호에 대한 온도차는 있으나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유권자들은 거대 두 정당의 탓인지, 아니면 자기들의 선택인지는 몰라도 보수적 성향의 정당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수구세력이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을 친북, 종북으로 매도하고 언론이 이를 가감 없이 보도하는 현상도 중요한 변수의 하나로 보인다.

진보적 정치에 대해 비우호적인 한국적 풍토에서 수십 년 간 뿌리 깊은 두 개 거대정당 외의 정당이 뿌리내리지 못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거대 정당과의 차별성 경쟁에서 실패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성공할 수 있는 차별성 있는 정당을 만드는가 하는 점은 간단치 않다.

우선 두 개 거대 정당의 특성을 살필 때 그러하다. 두 개 거대 정당은 지역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고 보수적 정체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없다. 두 거대 정당은 군사정권의 악폐나 반민주적 제도를 청산, 개혁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으나 그것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목표였던 것도 공통점이다. 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보법에 대해서 그 개폐에 힘을 쏟으려다 중단했고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정도에서 그쳤다.

거대 두 정당의 지난 수십년 간의 궤적을 볼 때 북한과 미국에 대해서 기존의 큰 틀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 새롭게 기치를 내 건 정당들도 거대 정당과 유사한 대북, 대미 정책을 추진했지 경천동지할 그런 것을 시도한 적은 없다. 오늘날 새 정치를 하겠다는 인물의 면면을 보면 기존 정당에서 요구하는 체질에서 얼마나 거리가 멀고 파격적인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정치도 시장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정치 소비자들의 선택이 필수적이다.

만약 새 정치를 한다는 세력이 국보법 철폐를 통한 국민주권 확대를 공약하거나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통해 한국이 세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국가의 위상을 앞세워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는 정강정책을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공약을 일부 정치세력들이 주장하는 대로 친북, 종북, 반미를 통한 이적행위라고 매도될 것인가?

사상, 이념에 대한 집권층의 현주소 한심

21세기 한국의 사상과 이념에 대한 특성과 함께 표현의 자유 현주소는 전직 대통령을 공공장소에서 ‘간첩’이라고 언급하는 수준이다. 소련이 20여 년 전 해체되면서 동서이념대결이 끝났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빨갱이 사냥이 횡행한다.

검사 출신인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국회 안보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현 정부의 대체적인 사상과 이념의 공간이 어떤 수준인지를 가늠케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냉전시대적 대북관을 강조하는데 앞장선 것도 주목할 일이다. 윤 대통령이 대북선제타격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대북관이 무엇인지 밝힌 바 있지만 지난 6월 15일 한미연합훈련행사에서 언급한 내용은 그의 임기 동안 대북정책의 큰 틀이 무엇인지를 강조한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적의 선의에 의존하는 가짜 평화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며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군만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선과 불과 약 25㎞ 거리에서 벌어진 이날 훈련은 71개 부대 소속 한·미 장병 2500여명과 전투기 F-35A, F-16, 그레이이글 무인기 등 첨단전력 610여대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훈련은 북한 공격 격퇴, 지상공격부대의 기동 및 사격, 적 부대·진지 초토화, 입체고속기동부대의 목표지역 확보 등의 순서로 훈련이 이어졌다. 이날 사격 훈련은 6.15공동선언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과 함께 한미동맹, 무력만이 평화 보장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6.15 공동선언이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것이니 양쪽 관련 세력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의미로 해석되었다.

윤 대통령의 대북 태도는 헌법 제4조, 즉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와는 거리가 한참 멀뿐만 아니라 국보법에 규정된 대북관만이 철저하게 강조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해 추진한 것을 ‘적의 선의에 의존하는 가짜 평화’라고 매도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특히 한반도의 특성상 육지에서 남북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큰 지형이라는 점과 전면전 발생 시 인명과 재산피해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상식을 도외시한 것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론 – 신당, 외교국방안보와 경제안보 병행 고민해야

동북아 안보, 경제지형은 고도의 자주적, 창조적 외교역량을 필요로 한다. 한반도 통일이라는 민족적 숙원과업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국가별 이해관계는 다양해서 구존동이(求存同異), 즉 '의견이 상충하는 다른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뜻이 맞는 부분이나 이익이 있으면 우선 추구한다'는 교훈을 실천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도 역시 구존동이가 절실하다.

오늘날 지구촌이 열광하는 한국의 문화산업 K- 팝을 포함한 한류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위해서는 막힘없는 상상력의 발휘가 그 첫걸음이 된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국보법이 자칫 한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나 국내정치는 대치, 대립만이 일상화되어 있다.

국내정치는 여야 정당은 서로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 사상과 이념공세, 막말, 가짜뉴스 살포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그 구조가 매우 비민주적이고 비생산적이다.

국민의 정치 참여는 정당설립의 자유로 시작되는데 현행법은 기존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 특혜가 지나쳐 국회의원 당선은 로또복권 당첨으로 비유될 정도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행사하면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에 소속 의원들이 종속되는 비민주적 행태가 입법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율적 대의기관이어야 하지만 당대표의 지시를 받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군대의 장교와 사병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정치권이나 국내 언론이 심각하게 대응치 않는 한국적 현실의 특성도 고려사항이다. 한국적 특성은 경제, 정치 성장과 한류의 세계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강한데 예를 들어 하루 자살 30-40명이 되는 나라, 얘를 낳아 죽여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하는 나라. 출산율 세계 최저인 나라.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찾아가 살해할 때 피해자를 흉기로 10분 이상 110회 넘게 찌르는 나라다. 한국적 특성은 너무도 심각한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한반도의 남북도 양극화가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남쪽은 경제력 세계 10위, 북쪽은 아시아 최빈국, 남북한 경제력 차이는 40분의 1, 남쪽은 음식물 쓰레기가 넘치고 먹방이 인기 프로인데 비해 북한은 북 주민 1천만 명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

남은 인터넷 강국인데 북은 주민들의 인터넷 사용 금지. 남은 미국에 군사적 주권이 예속 상태인데 북은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도 큰소리치는 곳, 북은 김씨 백두혈통의 통치를 헌법에 보장하는데 비해 남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곳이다. 북은 미국은 물론 남한도 핵으로 공격하겠다 공언하고 남은 한미일 공조로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공언하고 있다.

남북한의 대치는 완전한 불통 속에 이어지고 있다. 남한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면서 한미일 군사연합을 시도하면서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도 각을 세우고 있다. 남한이 미국의 대중, 대러시아 전선의 최선봉을 자임하는 모양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경제, 무역, 통상관계로 긴밀히 얽혀있어 2차 대전 종전 이후의 냉전시대와는 큰 차이가 있어 외교국방안보와 경제안보로 2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도 외교, 경제 분야 수장들이 접촉하면서 위기관리 정치를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 이런 점도 신당 창당의 추진 세력이 어떻게 돌파할지를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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