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통위원장 밀어내기’ 1년…그 끝은 ‘방송장악’ 특보 이동관?

윤석열 대통령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혐의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한 지 일주일 만에 차기 방통위원장을 내정할 전망이다. 이번 면직 사유로 지난달 2일 검찰의 불구속 기소와 23일 인사혁신처 청문 결과가 제시됐지만,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압박은 1년간 이어져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을 넘긴 지난해 6월부터 전 정부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 등을 압박했다. 국무조정실이 장관급 기관장인 한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국무회의에 오지 말라고 통보한 것을 두고 “비공개 논의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서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 일이 신호탄이었다.

감사원은 6월22일 방통위 정기감사에 나섰고 3개월 만에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정황이 있다며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수사자료를 넘겨 받은 9월14일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신년 업무보고 기간에도 한 위원장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의 국정 철학, 국정과제, 목표가 있다. 그런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주요 정책이나 국정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12월28일)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출입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후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1~3월 사이 TV조선 재승인 심사를 담당했던 방통위 과장과 국장, 당시 심사위원장이자 현직 교수(현 KBS 이사)가 구속됐다. 3월 검찰은 한 위원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즈음부터 기존 방통위원들 임기가 순차적으로 만료되기 시작했지만 윤 대통령은 후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상임위원 5명 중 안형환 부위원장(3월), 김창룡 위원(4월)이 물러났고, 더불어민주당이 후임 인사로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만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 없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미뤄뒀던 인사권을 꺼내든 시점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5월이었다. 2일 검찰이 한 위원장을 TV조선 재승인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위계공무 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음날 대통령은 방통위 상임위원에 이명박 정부 BBK 특검보를 맡은 뒤 KBS 이사를 지냈던 이상인 변호사를 임명했다. 4일엔 조선일보 발로 한 위원장 면직 가능성이 전해졌다. 9일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 조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인사혁신처 청문을 거쳐 지난달 30일 한 위원장이 면직됐다. 야권이 추천한 최 전 의원에 대해선 법제처의 결격 사유 검토가 지연되고 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혐의에 대해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은 대통령이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사정기관과 수사기관은 해당 기관장의 혐의를 찾고, 관련 혐의를 이유로 정부가 기관장을 면직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감사와 수사가 장기화하는 동안 대통령은 선택적으로 침묵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정철학과 맞는 인사’를 주장했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 들어설 인사가 이동관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라는 점은 윤 대통령 ‘국정철학’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했던 이동관 특보는 MB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거쳐 19대, 20대 총선에서 내리 새누리당 경선에 도전한 정치인이다. 그가 청와대에 있던 시절 작성된 국정원 문건 등은 주요 언론을 사찰하고 탄압한 근거로 남았다.

더구나 이 특보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 특별고문을 지냈고, 지난해 5월부터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방통위 설치법 취지에도 반하는 인사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방통위라는 기구의 독립성이나 설립 취지를 고려했을 때 인수위 ‘위원’이었느냐 아니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정치적 측면에서 충분히 깊이 관여했던 사람이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은 여러모로 논란의 소지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대통령이 말하는) ‘국정 철학’이 독립적 위원회를 만들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미디어 철학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여권에서 방통위가 편향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면 그 ‘국정철학’은 방통위가 더 공정하고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이동관씨가 과연 그런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인가. 스스로의 말에 반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공영방송 제도나 위원회를 운영하는 해외 거버넌스에도 규칙이 있다”며 “그런 것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인사권을 통해 수장을 갈아치워 나머지를 관철시키는 구조는 방통위를 통해 구현해야 하는 국가 철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불구속 상태로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기관장을 면직시킨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30일 한 위원장에 대해 “(검찰의) 공소장과 청문 자료”를 근거로 형법 제137조, 제123조, 제227조 등을 위반했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됐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지난달 11일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에 이명박 정부 시절 ‘군 댓글 공작’ 혐의로 재판 중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관장과 위원장은 좀 다르다”(5월10일), “국방 혁신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에서 김 전 장관보다 더 나은 인물은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 이글은 2023년 06월 05일(월)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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