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할 경우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기능이 위축되고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KBS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아트홀에서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를 진행했다. KBS 측 답변자인 최선욱 전략기획실장, 오성일 수신료국장과 약 35개 매체 소속의 기자들이 참석한 설명회는 질의응답 형태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 9일까지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수신료 징수방식 의견을 수렴한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마련됐다. 현재 수신료는 TV수상기 소지자의 수신료 납부의무를 규정한 방송법, 수신료 징수를 지정받은 자가 고유업무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걷을 수 있다는 방송법 시행령을 근거로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 통합징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의 개정이 필요한 방송법 대신,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손 보려 한다고 익명의 관계자발로 전해왔다. 분리징수가 현실화하면 99.9%(2022년)에 달하는 수신료 납부율이 대폭 하락할 수 있다. 월 2500원의 수신료는 KBS에 91%, EBS에 3%, 한전에 6%가량 배분된다.

오 국장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뤄지면 KBS 수입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징수 비용은 두 배 이상 필요해질 거라 예측했다. “공영방송 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선욱 실장은 “징수비용으로 인해 콘텐츠나 공익사업 영향을 받게 된다”며 “국가 안보나 공공 외교에서 중요한 대외 방송, 국제 방송, 장애인 방송, 클래식 음악 방송인 1FM처럼 특정 장르의 방송 등 일반적으로 체감하기 어렵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익사업 자체가 위축되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아트홀에서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KBS

KBS 관계자들은 수신료 통합징수의 법적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 국장은 “수신료 제도가 존치되는 이상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수신료 제도는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 실장은 수신료 제도를 유지하는 유럽 23개국 중 12개국은 전력회사가 수신료를 담당하고 있다며, 통합징수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라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에서 설명할 때 헌법재판소가 시청여부 관계 없이 공익사업 재원조성에 수신료를 사용한다는 판결을 담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수신료 징수방식을 넘어 공영방송 제도에 대한 근본적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 국장은 “KBS 역할이나 수신료 제도 당위성에 대해서 당연히 사회적 의문이나 불평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법적, 제도적 논의를 하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고 시대적 환경에 맞는 공영방송의 개선 방향과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 또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유럽 27개국 정부는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며 “우리 미디어 산업이 어떤 쪽으로 갈지 큰 그림을 대통령실이 제안하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당위로 KBS에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반감이 있는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실장은 KBS 신뢰도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68%가 그래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고 32%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은 보도의 공정성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디지털서비스 부족함을 지적할 수도 있고, 지역방송 역할의 확대 등 여러 가지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 분야분야별로 조사하고 있는 것을 토대로 해서 그에 부합하는 면면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아트홀에서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과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 사진=KBS

방만경영 및 공정성 관련 지적에 대한 질문에는 “해외 공영방송에선 KBS를 가성비가 좋은 공영방송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인원이 줄어가고 있다. 데이터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방만한지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공정성 관련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기는 굉장히 어렵다. 보도본부나 시사 담당하는 쪽에서 채찍을 갖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KBS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KBS는 연매출 1조5000억에 수신료 재원비중이 45.5%, 직원 수 4480명 수준인 반면 BBC는 연매출 7조9700억 원(수신료 69.2%)에 직원 2만279명, NHK는 7조3000억 원(수신료 97%)에 1만343명 수준이라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KBS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으나 최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관련된 내용들이 저희에게 전달되거나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예측 가능한 상황별 검토 현황에 대해서 그는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며 “좀 더 명확해질 때 이야기드리는 것이 불필요한 전망, 추정을 덜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KBS 입장에서 사회적 효용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 등 구체적으로 이야기드릴 수 있을 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기자설명회 장소 앞에선 보수성향 소수 노조인 KBS노동조합이 집회를 열고 김의철 사장을 비롯한 KBS 경영진 퇴진을 주장했다. 해당 노조는 앞서 5일 집권여당이 보내온 분리징수 해법이 “현 경영진 퇴진”이라는 성명으로 논란을 부른바 있다. 이날 KBS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우리 밥줄 끊는 김의철은 집에 가라! 분리징수 원흉 비호하는 이사회는 사퇴하라!” “사장·이사장 즉각 퇴진 안 하면 구조조정 대량해고 우리 다 죽는다!”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사퇴 요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경영진이 대통령실·여당 등과 접촉하며 노력하고 있는지, 분리징수를 방어할 법적 방안이 있는지, 구조조정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지 등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 이글은 2023년 04월 14일(금)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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