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에 가족과 관련된 민원을 제기하고, 동료 기자들에게 사건을 기사화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JTBC A기자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냈다. 중앙노동위는 A기자가 해고될 정도의 비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앙그룹 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JTBC A기자는 2021년 LH 매입임대사업에 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LH는 빌라·오피스텔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데, LH 간부가 오피스텔 매입을 대가로 건설사에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이에 A기자는 그해 5월부터 6월까지 관련 보도를 냈다.

▲JTBC 사옥. 사진=JTBC.

2021년 6월 JTBC에 투서가 전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자신을 LH 직원이라고 소개한 투서자는 A기자 가족이 토지보상 문제 때문에 LH와 법정 공방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A기자가 지위를 내세워 자신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투서자는 “보상금 소송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등 담당자들에게 많은 갑질과 정신적 괴롭힘을 가했다”며 A기자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사측은 진상조사에 착수, 그해 8월 A기자에게 무기정직을 결정했다. 징계사유는 △기자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LH와의 이해관계 미보고 △회사 신인도 및 보도 신뢰도 훼손 등이다. A기자는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징계 과정에서 규정·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무기정직 후 해고에 이른 사례가 없다는 점이 기각 사유가 됐다. A기자는 이듬해 3월 부당정직 구제 재심 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사측은 정직 후 6개월이 지나도록 A기자에게 복직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A기자는 “무기정직 발령된 자가 6개월 이내에 복직의 명령을 받지 못한 때 직권면직된다”는 사규에 따라 직권면직됐다. 해고와 다름없는 조치다. 이에 A기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진정을 제기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정당한 직권면직이라고 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결정이 뒤집혔다. 중앙노동위는 “직권면직 절차는 적법하나 근거로 삼은 사유들은 장기간의 무기정직 처분을 해제하지 않을 정도의 합리적인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면직이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사측은 △A기자가 자신의 사건을 보도하려 하고, 동료 기자에게 보도를 청탁했다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부서장들이 직무 부여를 어려워한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사측은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구제 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LH 압박 여부에 의견 엇갈려… 이해관계 보고도 쟁점

미디어오늘은 제보를 통해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A기자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A기자는 LH 홍보실이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투서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LH 홍보실 관계자는 부당정직 구제재심 판정취소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이 (LH)취재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투서를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중앙그룹 측은 징계·직권면직과 투서자의 의도는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A기자가 LH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해고 사유라는 것. 중앙그룹 측은 “해고 사유는 투서자와 투서의 배경에 있지 않다. A기자는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하고자 장기간 LH를 압박했고, 그 기간에 LH 관련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 사건 관련 보도를 스스로 기사화하진 않았지만 동료 기자에게 써달라고 청탁하기도 했다. 이게 해고의 주된 사유이고, 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제반 사정을 봤을 때 사실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A기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나 스스로를 신고했으며, 권익위는 (LH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며 LH를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동료에게 기사화를 청탁한 사실이 없으며, 식사 중 사담으로 나온 이야기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했다. A기자는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가 누군가 '보도를 하지 않으면 해고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일러주더라도, 사실과 진실을 보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그룹 측은 A기자가 자신이 LH와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이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는데, 이를 두고 A기자는 가족에 대한 문제도 이해관계 보고 기준에 들어가는지 몰랐다면서 “그런 지침이 있었다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일일이 다 보고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이글은 2023년 04월 12일(수)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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