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방통심의위에 대한 ‘정치 심의’ 비판에 “방통심의위 위원 추천의 구조적 문제와 최근 폭증하는 정당 민원”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 심의’는 정당 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이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부분보다 상대 진영 목소리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거나 정파적 목적으로 특정 프로그램을 표적 심의하는 것을 말한다.

정연주 위원장은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기 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최소 규제 원칙’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며 “최근 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정당 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방송심의 법정제재 241건 가운데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제재는 7건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연주 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통심의위에 접수된 정당 민원은 급증했다. 정당에서 민원을 제기한 건은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2012년 한 건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14년(36건)부터 점차 늘어났고, 특히 2020년 459건, 2021년 641건, 2022년 1687건으로 최근 3년간 급증했다. 정당별로는 지난해 국민의힘이 1369건, 더불어민주당이 318건의 민원을 접수했다.

▲ 연도별 정당민원 접수 현황. 그래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연도별 정당민원 접수 현황. 표=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정 위원장은 정치 심의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로 정당 민원 증가와 심의위원 추천의 구조 문제를 꼽았다. 현재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은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6대3 비율로 추천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6대3이라는 구조도 방송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빛깔을 띠고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방통심의위 구조 문제이면서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굴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방통심의위 심의의 98% 가량은 통신 심의로, 거의 100% 중립적이고 무색무취하다. 방송 심의에서도 경제 프로그램, 간접광고 등에 대한 심의는 비정치적이다. 정치 심의 논란이 되는 건 대부분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들 99%는 비정치적인데, 마치 방통심의위가 정치적 시사보도 프로그램만 심의하는 것처럼 비쳐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통심의위 사무처에서 전문가를 포함해 팀을 꾸려 해외 방송통신 심의규제 기구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방송 심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며 “사례들을 참조해 우리 5기가 거버넌스와 방송 심의 방향성을 제안하고 사회적 의견을 환기해 정치 심의를 극복할 수 있는  답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민의힘이 정 위원장을 포함한 방통심의위 관계자를 고소하는 등 외부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압박에는 “방통심의위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심의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며 “그걸 지키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있다면 위원장으로서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럴 준비는 돼 있고, 지금까지 그런 자세로 일해왔다”고 했다.

▲ 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날 간담회에서는 방통심의위 인력과 예산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됐다. 특히 정 위원장은 마약, 도박 등 처리가 시급한 유해·불법 정보에 전자 심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기 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 부서를 출범시키며 전자 심의를 도입했다.

정 위원장은 “유해·불법 정보 중 마약과 도박은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처럼 전자 심의가 도입되고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며 “자율 규제를 확대해야 통신 유해·불법 정보들을 처리할 수 있다. 심하지 않은 위반 정도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히고, 방통심의위는 시급하게 차단이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해·불법 정보를 다루는 통신 심의 안건은 방통심의위가 출범하던 2008년 3만 건에 비해 지난해 23만 4000여건으로 거의 8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인원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는 가성비와 효율성이 높은 조직이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한다. 통신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제대로 검증하고 심의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23년 02월 22일(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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