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일방적 조례 폐지 등으로 위기에 처한 TBS의 제작 자율성과 재원 안정성을 보장하고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민조례안 발안을 추진한다. 이에 민언련은 22일 오후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조례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TBS 주민조례안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에 의해 폐지됐다. 2024년 1월1일부터 폐지가 시행돼 TBS가 70% 가량 의존하던 300억 원 이상의 서울시 출연금이 끊긴다. 서울시의회는 TBS에 대한 2023년도 출연금도 88억원을 대폭 삭감했다.

주민조례청구제도는 주민들이 일정 이상의 서명을 모아 직접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개정·폐지할 것을 지방의회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조례안 연구에 참여한 채영길 민언련 공동대표는 “TBS 위기는 언론 자유뿐 아니라 지역시민의 자유가 체계적으로 박탈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 자유의 착취를 막는 일이 조례 제정이다. 단순히 과거의 것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 ‘TBS 주민조례안 시민공청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민언련이 발안한 TBS 주민조례안은 서울시장이 TBS의 제작 자율성과 재원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등 ‘언론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고’, 시민이 TBS 제작과 지배 구조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민언련은 방송 독립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장은 재단 방송사업의 취재, 보도 및 제작의 자유를 보장하고 편성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재단의 자율성 보장’ 조항을 신설했다. 서울시장과 TBS 재단이 재단발전지원계획을 3년마다 수립·시행해 TBS의 재정 안전성을 보장하게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임원 추천에 있어서는 T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구성에 총 11명의 이사 중 5명을 방송 현업 단체 추천 이사와 시민 추천 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당연직 이사 6명은 서울시장 추천 2명·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추천 2명·노동이사 2명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5명은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시청자위원회·서울시시민참여예산위원회 등의 추천 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TBS 사장을 뽑을 때는 시민평가단을 구성하고 공개 정책설명회를 실시하게 하고, 시민평가 반영 비율을 기존 ‘4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변경해 시민 참여의 실질적 영향력을 보장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TBS 구성원들의 제작 자율성과 관련해서는 편성위원회 구성과 편성규약 제정을 명시했다. 조례안은 편성·보도·제작 부문 책임자와 실무자를 동수로 하여 10명 내외로 구성하는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편성위원회에서는 방송편성규약 재·개정 및 공표 사항, 프로그램 편성·제작 자율성 침해 사항, 보도·제작·편성 부문 간부 임명 시 종사자 의견 반영 사항 등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시청자의 방송 참여 보장과 시청자위원회 권한 강화로 시민 참여 비중을 확대했다. 시청자위원회가 공적 재정 운영에 관한 의견제시, 시청자권익 보호와 피해 구제 및 시민 참여 활성화를 위한 조사 연구 등을 다루도록 하고, TBS가 시청자 권익 보호와 시민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이행 계획과 추진 성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시청자위원회 의결 사항을 TBS 재단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지난해 국민의힘이 현행 조례를 폐지하려 했을 때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6000명 중 일부 시민들이 참석해 민언련이 제시한 주민조례안에 의견을 냈다.

김정아 구로공동체라디오 PD는 “마을미디어 활동가 입장에서 콘텐츠의 일정 비율 이상을 기존보다 더 편성하는 것에 대한 규정이 명시되면 어떨까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이용성 민언련 정책자문위원장은 “TBS가 초기 교통방송일 때 정부 관련 방송 비율을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다”며 “시민 참여형 공영방송을 지향하는 기관에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콘텐츠 비율을) 조례에 정하기 어려우면 정관에서 정할 수 있다”고 했다.

▲ ‘TBS 주민조례안 시민공청회’에 참여한 시민들. 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홍경수 아주대 교수(전 TBS 시청자위원)는 “시청자가 기획과 편성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주민 대표가 편성위원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지상파를 포함해서 TBS도 마찬가지로 책임자와 실무자들이 막연하게 시청자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결정해온 게 사실이다. 시청자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용성 위원장은 “시청자가 편성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시민평가단 구성과 선임 방식에 관한 질문(윤명자 시민)에 채영길 민언련 공동대표는 “시청자 전체 풀을 만들어 무작위로 선발해야 한다”며 “단지 TBS뿐 아니라 다른 공영방송도 마찬가지다. 정관 차원에서 무작위 참여를 담보해야 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풀단을 구성해 시청자 위원을 선정하고 평가원, 평가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홍경수 교수는 “지역적 다양성이나 연령, 이주민들 권리도 보장하기 위해 시청자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글은 2023년 02월 22일(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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