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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방송사를 ‘즉결처분’하는 21세기형 언론통제 기구로 변신했나[기고]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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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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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통신사의 하나이자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KT가 공공의 안녕질서 및 미풍양속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2021년 인가를 받은 통일TV를 강제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21세기 한국형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KT 지니TV(구 올레TV)는 지난 1월18일 오후 5시 공문을 통해 “통일TV가 김정은 찬양의 내용과 북한체제 우월성 선전 등 법적, 사회적, 국가적 공익을 저해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송출한 것이 계약 해지 및 송출중단의 사유다”라고 밝혔다. KT 지니TV는 5개월째 방송을 해온 통일TV의 송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는데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후 5시 공문을 전달하고 오후 7시에 집행했다.

▲ 지난 1월19일 SBS 보도화면 갈무리.

KT는 통일TV 방송 가운데 어느 부분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무엇이 공익을 해쳤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송출을 중단한 것이다. KT의 이런 결정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로동신문’ 및 ‘조선중앙텔레비죤’ 등 북측 언론에 대한 국내 공개 허용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것과도 배치된다. KT의 해괴한 결정으로 통일TV 시청자들은 영문 모르고 방송 시청권을 차단당하고 방송사 임직원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KT는 내부 규정에 의해 송출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밝혔지만 통일TV가 프로그램을 제작해 SO인 KT에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PP라는 점에서 그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등 시장 질서를 고려해야 했다. 즉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KT의 행태, 과기부의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위배

KT의 이런 조치는 과기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및 콘텐츠 공급 절차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된다. 이 가이드라인은 ‘유료방송사업자가 재계약 불가 등 PP에 불리한 결정을 할 때는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송출 중단 1개월 전에 시청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료방송사업자는 예외사항이 아닌 경우에는 채널 평가를 거쳐 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KT는 사전 고지를 생략한 계약 해지 통보와 송출중단을 일방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KT가 사전 경고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 심리, 판정 등의 과정이 송두리 채 생략된 것은 대단히 후진적이고 반민주적인 즉결심판과 같은 비이성적 조치라 하겠다.

KT의 이런 행태는 유료방송시장의 질서를 파괴한 폭거라는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해방이후 정치와 자본권력에 의해 지속되는 언론통제의 새로운 형태로 주목된다. 언론통제는 시대에 따라 간교하게 그 형식을 달리하면서 지속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 KT가 경영합리화를 통해 이윤창출을 목적의 하나로 삼고 경영을 하면서 한 방송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폭거를 자행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다.


방송사 생명 끊는 단두대 집행자로 등장한 KT, 21세기형 신종 언론통제 방식?

KT는 지난해 8월 위성방송서비스사업 담당하던 올레TV(현 지니TV)의 채널 262번으로 통일TV와 송출계약을 맺었고 통일TV는 평화통일문화정보 전문방송으로 24시간 송출해왔다. 하지만 KT는 이 방송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기 전에 어떤 주의나 경고 조치도 전혀 없었다.

통일TV는 그 설립목적을 “오랜 분단으로 인한 민족공동체성 상실과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남과 북의 평화와 화해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출범 후 지난 5개월 동안  방송편성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북에 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정착시키려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에는 정치권력에 의한 합법, 불법적 통제가 자행됐고 노태우 시절 이후에는 정치와 자본합작방식의 통제가 간교한 형식으로 자행되었다. 이번에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업계의 관련 정부 지침도 무시한 채 방송사의 생존을 저지하는 단두대 집행자로 등장, 21세기형 신종 언론통제 방식을 선보인 셈이다.

통일TV는 2021년 과기부의 인가를 받은 뒤 이듬해 KT 올레TV(현 지니TV)와 방송공급 계약을 맺고 262번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북녘의 하루’, ‘생생북녘’, ‘지혜의 샘터’ 등을 제작 방영해왔다. KT가 이런 방송 어느 부분이 김정은 찬양의 내용과 북한체제 우월성 선전 등 법적, 사회적, 국가적 공익을 저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물론 KT가 사법기관이 아니고 수사기관이 아니라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하리라 본다. 만약 암묵적으로 그런 작업을 외부에 청탁해왔다면 그 또한 실정법적 상식에 비춰 납득할 수 없다.

이상에서 살핀 사실을 종합할 때 KT가 통일TV 송출을 중단한 것은 법리적, 논리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지상파TV 등의 방송행정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가 관장하면서 문제가 있는 방송에 대해 사법기관에 준하는 순차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고 3권분립 차원의 사법체계가 왜 3심제로 되어 있는지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KT가 송출중단이유를 밝힌 직후 집행한 것은 한 방송사에 치명적인 피해로 직결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사회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비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다.

▲ 서울 광화문 KT 본사. ⓒ 연합뉴스

KT, 통일TV 원상회복 시키지 않으면 향후 유사 사태 속출 우려돼

21세기 정보사회에서 한국은 정보강국으로 부상했지만 KT는 독재정권 시절에나 횡행했던 언론학살을 자행한 후진적 경영을 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KT의 통일TV 방송송출 중단 조치는 미디어의 숨통을 한순간에 끊어버리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언론통제의 형태로 주목된다. KT가 통일TV 방송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향후 유사한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KT의 이번 결정은 KT가 정보사회의 거대 플렛폼으로 성장하겠다는 경영비전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자율적인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측면도 주목된다. KT가 시장경제를 전면에서 부인하는 폭거를 일거에 자행한 것은 외부의 주문에 따라 경영전략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을 친북행위로 규탄하거나 간첩단사건에 피의사실공표가 계속 이어지는 등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듯한 분위기가 심화되면서 그런 의구심이 확산되는 근거가 되고 있다.

KT의 이번 행태는 자사 HP에서 밝힌 경영원칙, 즉 “대한민국 정보통신을 이끌어온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서 고객 삶의 변화와 타 산업 혁신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힌 것에 역행한다. KT가 정상적인 기업 마인드를 지녔다면 계약사인 통일TV에 대해 합당한 이유 없이 단번에 파산시킨 것과 같은 무뢰한과 같은 슈퍼 갑질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KT는 통일TV가 지난 5개월 동안 아무런 논란 없이 방송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KT는 지난해 10월 위성방송서비스사업 분야를 담당하던 ‘올레tv’를 ‘지니TV’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주메뉴는 △영화·드라마·VOD △LIVE채널 △키즈랜드 △지니앱스 △OTT 서비스 등 5개 전용관으로 구성됐다.

KT는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으로 국민연금공단이 KT 지분 9.9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소유분산기업은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 형태로 소유집중기업의 반대 개념이다. KT 경영권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우호주주가 형식적으로는 표 대결을 벌여 대표이사를 선출하지만 정부의 입김에 의해 인선이 좌우되어왔다.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교체가 반복되면서 지배구조 문제가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현재의 대표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하면서 새 대표가 누가될 것인가로 KT 안팎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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