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 명 한 명 올라올 때마다 취재진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찍으려고. 진짜 참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현장이었는데, 엄마들 우는 거, 아빠들 우는 거, 아이들 우는 거를 카메라를 대고 찍었다. 저는 그때 보도를 볼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혔다.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로 조문하러 갔는데 위패도 없고 영정 사진도 없었다. 너무 슬펐다. 고개를 딱 드니까 10대 넘는 카메라가 저를 비추고 있었다. 팽목항 때가 떠올랐다. 이렇게 보도할 수밖에 없나.”

세월호 유가족인 강지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조직부서장은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로 조문하러 갔다 자신을 비추는 많은 카메라를 보고 세월호 참사 당시 기억이 떠올랐다. 10일 오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보도 시민이 언론에 묻는다’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

▲10일 오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보도 시민이 언론에 묻는다’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채널.

이날 기조발표를 맡은 공시형 민언련 활동가는 “참사 극 초기의 혼란스럽던 상황을 제외하면 이번에는 재난보도준칙을 신경 쓴 듯한 보도들이 나왔다. 다수 언론에서 사고의 구조적 원인들을 짚어나가며 재난 전문가들을 취재해 해법을 묻고 시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 및 반영하고 있다. 유족이나 사망자의 지인 인터뷰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과거보다는 형식 면에서 정제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시형 활동가는 “문제는 또 다른 측면에서 드러났다. 포털뉴스와 SNS 받아쓰기의 홍수 속에 재난보도준칙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보도들이 그렇지 않은 보도보다 훨씬 더 많이 생성되고 시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토끼 머리띠’를 찾아 헤매는 언론들을 지적했다. 실제로 언론은 토끼 머리띠 관련 기사를 수백 건 썼고,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에 주요 기사로 노출하기도 했다. 공 활동가는 “사건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건 전후 ‘밀어’라고 소리쳤다는 증언에 의도적으로 사람을 밀고 다닌 집단이 있다는 ‘미확인 주장’이 결합 돼 범인을 ‘토끼 머리띠 남성’으로 확신하는 주장으로 번졌다”며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공신력을 얻게 됐고 하루 만에 인터넷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나왔다”고 짚었다.

그는 “참사 당시에는 이태원을 빠져나가 다른 곳에 있었던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된 것”이라며 “이미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과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압사 유형 사고의 전문가들이 ‘한 개인이 초래한 일이 아니다’며 군중 관리통제 실패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을 때였다”고 지적했다.

외신에서는 ‘토끼 머리띠’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하며 “뉴욕타임즈와 CNN,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독자들이 중요한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종합기사 섹션을 제공하고 있다. 인포그래픽과 사진 영상을 당시 정황을 알 수 있도록 적시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언론 중 비슷하게라도 기사를 만든 것은 몇몇 탐사보도 매체와 주간지뿐”이라고 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을 보면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 최희천 생명안전시민넷 집행위원도 “초반에 참사의 원인보다 현상에 과도하게 집중한 감이 없지 않았나 싶다. 언론에 계속해서 나온 이미지는 사고 당시 골목의 혼잡했던 장면이다. 신문지 한 장당 몇 명이 들어갔다는 식의 보도는 참사를 지엽적으로 이해하고 전체를 보는 관점을 방해받게 한다”고 말했다.

최희천 집행위원은 “골목 장면이 자꾸 우리 머리에 남으면 시민들은 ‘왜 이렇게 밀집된 곳에 갔어?’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골목에 자꾸 집중하다 보면 참사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게 된다. 참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골목이 아니라 일대로 넓혀가면서 어떤 게 잘못됐는지 사회적 개선점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지난달 17일부터 29일까지 20개 언론사의 핼러윈 관련 보도 133건을 조사한 결과 다중 밀집 위험을 경고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언론은 마스크 없는 3년 만의 대규모 축제라는 말에 들떠 큰 문제의식 없는 스케치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내부적으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

이에 김기화 KBS 기자는 “마음이 무겁다. 저는 세월호 취재를 했었다. 팽목항과 동거차도에서도 취재했다. 당시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감정이 올라왔던 건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 참사와 맞닿아있어서”라며 “기자라는 직업이 사회의 부족한 점을 알려 고치게 하고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기화 기자는 “세월호 참사 때는 언론인들이 잘 몰라서 그랬겠지, 관행에 젖어서 그랬겠지, 뭔가 달라졌겠지, 사회는 좀 더 안전한 곳이 됐겠지 생각했다. 이태원 참사를 하루 종일 취재하고 뉴스 출연을 하면서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하는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걸 전하면서 굉장히 슬프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유가족 취재’ ‘장례식 취재’에 대해서도 김 기자는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언론계 종사자와 간부, 간부가 되실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유족취재가 예전 기준으로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유가족 중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이 계실 것’이라는 정당화시키는 논리도 많이 들었다. 기준을 현재 시점으로 둬야 한다”며 “민감도나 인권 감수성에 맞춰 취재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어느 언론사나 아침에 편집회의를 하는데,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분은 대부분 50대 스카이 남성이다.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왔는데, 젊고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강지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조직부서장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하며)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는 거 좋다. 그러나 세월호라고만 하지 말고 그때와 지금 어떻게 비교가 되는지 짚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이글은 2022년 11월 11일(금)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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