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KBS에 대한 실지감사(현장감사)를 마쳤다. 그러나 감사가 종료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 4일 서울 KBS 본사 신관에 마련된 수감장에서 철수했다.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보수성향 단체들이 청구한 국민감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지 67일, 감사원이 실지감사에 착수한 지 52일 만이다.

전체 감사기간은 애초 예정된 10월 말에서 올해 12월30일까지 두 달가량 연장된 상태다. 이후 절차에 대해 KBS 측에 통지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실지감사가 끝나면 수감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감사위원회 의결을 받는 절차가 이어진다.

▲감사원 ⓒ연합뉴스

앞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의결한 KBS 감사 항목은 △KBS이사회가 김의철 사장 임명과정에서 허위기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무유기 의혹 △KBS 이사회의 몬스터유니온 400억 증자강행 배임 의혹 △신사옥 신축 계획 중단으로 인한 김의철 사장의 KBS 재산상 피해발생 및 공금유용 의혹 △진실과미래위원회 단장 여행 시 병가처리 여부 및 사후조작·은폐 의혹 △대선 직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문서폐기 조직적 주도 의혹 등이다.

감사원은 특히 전임 양승동 사장 시절에서 김의철 현 사장 재임 시기로 이어진 예산 관련 자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문제의 경우 양 사장 시절 보도본부장으로서 경영회의에 참석하고 현재 사장을 맡고 있는 김의철 사장, 예산·자금의 심의·의결기구인 이사회 등 책임을 아우르는 사안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사례에 비춰 KBS 감사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기감사로 이뤄진 방통위 감사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26일 실지감사를 종료한 뒤로도 감사원은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연관된 방통위 관계자들 및 민간심사위원 조사, 후속 질의·조사 등을 이어갔다. 감사원으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검찰이 9월23일 방통위 압수수색까지 나섰지만, 여전히 감사는 종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여권의 요구대로 한상혁 방통위원장 거취가 정리되지 않는 한, KBS 감사가 속도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관측도 유효하다. KBS 사장 임명·해임 제청권이 있는 이사들을 방통위가 추천하는데, 현 방통위는 지난 정부 여권 몫의 이사들이 다수라는 이유에서다. 2008년 KBS 감사와 정연주 사장 해임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후에 이뤄졌다. 당시 감사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감사에 착수한 지 56일 만에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수성향 단체들과 국민감사를 청구했던 KBS 내의 소수노조(KBS노동조합)가 지난달 31일 이른바 ‘대북코인 의혹’ 관련해 추가감사를 청구한 것도 감사 국면이 장기화할 요인으로 남아 있다. KBS노동조합의 이영풍 정책공정방송실장은 7일 “감사원이 엄정한 감사 활동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김의철 사장의 퇴진과 남영진 이사장의 책임지는 자세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KBS는 그간 감사원에 충분히 협조했다고 강조하는 한편 감사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실지감사 기간 수감장으로 사용된 신관 국제회의장은 당분간 특정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비워둔다는 계획이다. KBS 관계자는 “국민감사가 청구된 핵심 내용과 관련해 소명이 잘 됐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이 요청한 것보다도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 이글은 2022년 11월 08일(화)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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