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발생했던 카카오가 지난 10월16일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이자 카카오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고 발표했다. 화재 직후 경영진과 각 부문 책임자들로 구성해 가동해온 대응 컨트롤타워를 전환 출범한 것이다. 사진은 10월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 연합뉴스

카카오 ‘먹통’ 사태에 온 국민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플랫폼 독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주요 일간지는 거대 플랫폼의 폐해를 지적하며 견제 방안을 촉구했다. 하지만 경제지는 사건의 본질이 ‘독점’이 아니라며 ‘시장에 맡기라’고 주문했다. 라인, 텔레그램 등 대체제가 있어 카카오가 독점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가 중지됐다. 네이버는 4시간여만에 정상 서비스를 이어갔지만 카카오는 나흘이 지난 19일 사실상 정상화됐다. 카카오는 계열사가 현재 128개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카카오톡은 물론, 계열사, 개인 인증 기능, 연동된 민원 서비스까지 장애를 겪으며 주요 일간지는 일제히 ‘문어발식 확장’, ‘독점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독점에 주목한 일간지 “초연결 사회가 초먹통 사회로”

▲ 1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7일 1면 기사 ‘카카오의 플랫폼 독점… 피해는 국민이 떠 안았다’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플랫폼 독점 사회로 변모한 한국 사회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초연결 사회’가 한순간에 모든 것이 마비되는 ‘초먹통 사회’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포털과 메신저를 각각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10여 년간 금융·결제·쇼핑·여가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무차별 확장해왔다”며 “역설적으로 두 회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전국이 마비되는 플랫폼 종속 사회가 돼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는 보안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했다.

한겨레는 17일 3면 기사 ‘디지털 블랙아웃…”앱 접속 못해” “콜 못받아 장사 공쳐’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디지털 블랙아웃은 한국사회가 단일 플랫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카톡공화국’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라며 “지난 10년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연결돼왔기 때문에 시민들도 별다른 방법 없이 카카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될 것이다. 독과점이 무서운 이유”라는 교수 인터뷰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의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된다”며 직접 독점을 언급하자 플랫폼 규제론은 힘을 얻었다. 지난해 1월 발의됐지만 윤석열 정부 이후 가라앉았던 대형 플랫폼 갑질 규제법안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불씨도 되살아났다.

▲ 1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18일 지면 1면에 ‘‘카카오 독과점 문제’ 수면 위로’ 기사를 냈다. 사설에서는 “카카오톡은 절대다수인 96%가 이용하는 사실상 공공재”라며 “이번 사고는 언젠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수익 극대화만 꾀하는 민간기업을 방치한 결과이다. 독점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3면에서도 ‘온플법’ 부활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향신문은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연내 제정할 계획인데 이번 사태로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는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거나 플랫폼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완화·지원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9일 ‘카카오, 점유율 98% 카톡 앞세워 사업 확장… “독점 폐해 낳아”’에서 “서비스 체류 시간으로 산정한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한다”며 “카카오 계열사 수는 2018년 72곳에서 올해 8월 현재 134곳으로 빠르게 늘었다”고 했다. 이어 3면 기사에서 미국의 빅테크 규제 법안,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 등을 거론하며 독과점을 규제하는 세계적 흐름을 설명했다.

라인, 텔레그램 있어 ‘독점’ 아니라는 경제언론

하지만 경제지는 카카오 사태가 ‘플랫폼’ 문제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사건의 원인이 ‘플랫폼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라인, 텔레그램 등 대체제가 있어 카카오가 독점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플랫폼 독점’을 문제의 주 원인으로 다루고 ‘96%가 사용한다’고 못박은 일간지와 상반된다.

▲ 19일자 한국경제 1면 기사.

한국경제는 19일 1면 상단에 ‘‘독점 탓한 카카오 사태, 번지수 틀렸다’’ 기사를 배치했다. 경제학과 교수 3명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한국경제는 “‘기업의 책임 방기’가 문제의 핵심인데, 이를 독과점 폐해로 뭉뚱그려 ‘시장 실패’로 몰아가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섣부른 플랫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텔레그램, 라인 등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메신저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점과 카카오 등 토종 IT업체를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결과적으로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머니투데이는 18일 기사 ‘잘못한건 맞지만...카카오가 ‘공공 서비스’ 인가요?’에서 ‘‘국민 서비스≠공공 서비스’…대체재 있어 독점도 아니야’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이어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공적 서비스라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경쟁 서비스나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라며 “카카오 장애에 라인·네이버지도·티맵·우티 등 경쟁 서비스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IT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했다.

플랫폼 규제 우려하는 목소리…“카뱅 응원한다” 칼럼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데이터센터규제법’ 등의 입법 규제가 민간기업인 카카오에게 지나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매일경제는 18일 사설 ‘카카오 데이터센터 재난시설 편입하더라도 경영간섭은 안돼’에서 “이번 사태로 카카오가 얼마나 허술하게 인프라를 관리해왔는지 드러났다”면서도 “민간 데이터센터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거나 경영 간섭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정부 역할은 공정경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것까지”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역시 18일 기사(尹 “독점기업” 발언에 ‘사면초가’ 카카오..업계도 전전긍긍)에서 “온플법·IDC(데이터센터규제)법 등 좀비처럼 되살아난 ‘플랫폼 규제’”라는 부제목을 달며 “온플법이 카톡 대란과 무슨 상관?…성급한 규제 일색 비판도”라고 했다.

이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국정감사에 부른 것을 두고는 “‘오너 망신주기’식 호통국감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라고 했다.

19일 사설에서 한국경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강화를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카카오는 엄연한 민간기업이다”라며 “해답은 경쟁 강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규제 강화 대신 시장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자연스럽다. 국민적 분노에 편승해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실책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 19일자 머니투데이 9면 칼럼.

머니투데이는 카카오 계열사를 응원하는 칼럼을 냈다. 19일자 칼럼 ‘그래도 카카오뱅크를 응원한다’에서 머니투데이는 “그럼에도 카카오뱅크엔 희망이 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주가 하락으로 카카오뱅크 주주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직원들이 침울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리가 무너지면 금융 혁신의 불꽃도 사그라진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혁신에 목말라하는 카카오뱅크를 응원한다”고 했다.

* 이글은 2022년 10월 20일(목)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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