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PD수첩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편향됐다”, “당사자를 조롱했다” 등의 지적이 이어지자 일부 이사들은 “본질이 가려진다”, “언론이 위축된다”고 맞섰다.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제17차 정기이사회가 열렸다. MBC 박장호 기획조정본부장이 출석해 지난 11일 방송된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 편 관련 이사들의 질의를 받았다.

▲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프롤로그에서 (김건희 여사) 사진 여러 개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성형수술 전/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방송) 주제와 상관이 없는 것이고 일반 여성이었다고 하면 굉장히 모욕적일 수 있는 부분”이라며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가) 박사를 한번에 땄다고 한 부분에 국민대 정정보도 요청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한 크로스체크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박 본부장은 “국민대 측에 취재 내용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여러 차례 연락도 했는데 방송 직전까지 연락이 없었다”며 “‘한 번’이라는 표현도 취재진 멘트가 아니라 제보자 인터뷰 중에 나오는 것이다. 저는 쉽게 통과했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대역 미고지’ 논란에 대해선 ‘실수’라고 사과했다. 박 본부장은 “이번에 재연 자막 표기를 안 한 부분은 회사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 심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 사과를 드렸다. 거기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하지만 취재 과정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말씀하신 반론 확인이나 팩트체크 등의 부분에 있어서도 현재까지 파악한 것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도인 이사는 “PD수첩에 대해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PD수첩은 항상 민주당하고 반대되는 내용에 대해서만 칼을 휘두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광우병 사태 때도 느꼈는데 자기 자신이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정의의식이 넘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이사들은 “본질이 흐려진다”, “언론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윤능호 이사는 “방송 자막 누락이 알려지고 나니까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일제히 그 부분을 가지고 MBC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한다”며 “이게 지금 우리 언론의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번 PD수첩 내용 자체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반적인 주제, 어떤 논문의 표절 행위가 있었다라는 것이 자막 논란 사건 때문에 숨겨저서는 안 된다. MBC가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논란이 없도록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MBC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 예고편 갈무리.

김기중 이사는 “방송법은 편성과 보도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라며 “일부라도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방문진법에 ‘공적 책임’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인데, 그 하나 가지고 너무 많은 개입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분들이 보도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김도인 이사가 “방송법은 ‘민주적 여론 형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생각, 관점 등에 사실 왜곡, 허위 사실 보도가 없게 하는 것이다. 염려되는 상황이 있으면 이사회에서 당연히 따지고 확인할 수 있다”며 “개입이라 하더라도 사후 개입이지 않느냐”라고 반박하자 김기중 이사는 “개입하는 순간 위축 효과가 생긴다. 사후에 개입할지라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귀찮아지니까 이러한 주제는 다루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가 프로그램 하나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사실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재연 자막 논란이 마치 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되고 있고,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안 지키는 일들이 사소한 실수라 하더라도 MBC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제작자들이 제대로 유념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오늘 이사회가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 이글은 2022년 10월 19일(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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