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인 제도로 극단적 보도 억제·다양한 편성 이뤄낸 점 의미
언론 옥죄는 구조? 오히려 탈락 점수여도 ‘퇴출’ 못시켜

▲ 종합편성채널(JTBC, MBN, 채널A, TV조선) 로고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가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권에선 연일 종편 재승인 심사를 도마 위에 올리며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제도 개선’을 의제로 제시한다. 종편과 모회사인 언론은 보도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모양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체제가 막을 내리는 내년 이후에는 재허가·재승인 제도에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편 심사는 종편과 여권의 주장처럼 ‘문제’일 뿐일까. 종편 심사가 어떤 ‘공’과 ‘과’를 남겼는지,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여러 목소리를 들었다.

주관적 심사 vs 오히려 격차 줄어

종편 심사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정성평가’ 비중을 두고 지적이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나치게 비계량 정성적인 잣대가 많고 심사기준이 애매하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두현 의원실이 지난달 23일 주최한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제도개선 정책토론회. 사진=윤두현 의원실.

종편 관계자들도 이 점을 지적한다. 종편 관계자 A씨는 “비계량 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0점 만점에 570점”이라며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종편 관계자 B씨도 “정성평가가 비중이 높아 주고 싶은 대로 줄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했다. 재승인 업무를 담당한 종편 관계자 C씨 역시 “정권이 핸들링하고 싶어서 정성평가 비율을 높게 정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실제 종편 심사 결과를 뜯어보면 심사위원 간 ‘격차’가 논란이 되곤 했다. 2014년 TV조선은 한 심사위원으로부터는 777.4점을 받은 반면 다른 심사위원으로부터 437.29점을 받아 300점 이상 격차를 보였다.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을 점수로 내고 있긴 하지만 이 같은 극과 극의 평가는 심사의 기준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게 한다”며 “어떤 인물들이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점수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채점표를 보면 오히려 ‘격차’는 줄었다. 최고점(691점)과 최저점(597점)의 격차가 100점 미만이다. 12명의 심사위원 중 11명의 심사위원이 600점대를 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대신 이 시기엔 ‘비계량’(정성평가) 평가 중심인 ‘공적 책임’ 부문만 놓고 보면 최고점은 134점, 최저점은 56점으로 2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

방통위가 정부여당 추천 위원을 다수로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의중에 따라 추천을 받아 선정하는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갈릴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준을 국민의힘 집권기에서 마련했다는 점과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심사에서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때 침묵하던 국민의힘과 종편이 민주당 집권기 이후에야 ‘정성평가 기준’ 등을 적극 문제 삼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합격점(650점)에 크게 미달한 625.13점(TV조선)을 기록한 2017년 재승인 심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최성준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치러졌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과도한 간섭 vs 종편 ‘정상화’ 기여

종편 심사는 기술적 측면 외에도 보도 등 내용을 들여다보고 투자 계획 등까지 포괄해 논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재승인 조건과 권고 사항을 부과한다. 최근 종편과 모기업 언론사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과도한 ‘재승인 조건’이 많아졌다며 이를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3일 ‘[단독] 인허가 무기로..방송사 옥죈 文정부 방통위’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보다 훨씬 더 많은 조건과 권고 사항을 내걸며 규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받아 ‘단독’보도한 것이다. 재승인 재허가 조건 내용과 그 수는 방통위가 공개하고 있는 자료인데도 ‘단독’이라며 의미부여를 했다. 앞서 매일경제는 윤두현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 내용을 전하며 ‘도넘은 방송사 경영권 침해,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 사설을 냈다.

▲지난 4일자 매일경제 2면.

▲지난달 24일자 매일경제 사설.

반면 재승인 재허가 제도가 종편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방통위의 전 관계자 D씨는 “현실적으로 종편 재허가를 취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편이 보도 내용 개선, 콘텐츠 사업자로서 궤도에 오르도록 역할을 한 측면을 살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종편 초기엔 ‘형광등 100개 아우라’라는 노골적 자막, TV조선과 채널A의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 등 극단적 보도가 논란이 됐다. 2013년 기준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시사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최대 60%까지 넘어서 ‘무늬만 종합편성’이라는 질타도 나왔다.

이 같은 문제는 재승인 조건 부과 이후 ‘개선’이 이뤄졌다. 2017년 재승인 심사 때 방통위는 TV조선 등 종편에 ‘오보 막말 편파방송 법정제재 연 5건 이하로 유지할 것’ 조건을 부과했다. 또한 TV조선에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분야를 조화롭게 편성하되, 뉴스 관련 장르는 32.6% 이내로 편성할 것’도 부과했다. 이때를 계기로 보도의 편향성이 일부 개선됐고, 다양한 편성을 강제한 탓에 예능 등에 투자를 시작해 현재는 오히려 예능이 TV조선의 주력이 됐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오히려 재승인 조건의 ‘빈틈’이 드러난 사례를 지적했다. 2017년 종편에 제시된 ‘연간 법정제재 5건 이하 유지’ 조건에 정작 선거방송심의가 제외된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법정제재 이후 행정소송 제기 시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김언경 소장은 “심의 결과를 반영하는 부분에 있어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방송 옥죄는 수단 vs 탈락 점수 나와도 결단 못해

국민의힘은 재승인 심사 자체가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사를 옥죄는 수단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종편 재승인 제도 토론회를 열고 “재허가·재승인 제도가 방송 장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TV조선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 등 조치가 ‘언론 장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히려 종편이 탈락 점수가 나오더라도 퇴출을 못 시키는 구조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2017년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은 650점 미만의 탈락 점수를 받았지만 방통위는 ‘재승인 거부’가 아닌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방송사가 사라질 경우 “시청권 침해를 우려한다”는 사유를 밝혔다. 이어 2020년 재승인 심사 결과도 ‘공적 책임’ 항목에서 과락을 받아 ‘재승인 거부’ 사유였지만, 또 다시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했다.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실제 방통위는 재승인 재허가 심사를 운영하면서 iTV를 제외하곤 퇴출 사례가 없다. 오히려 방통위 입장에서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퇴출’을 못 시켜 심사가 ‘형식’에 그치는 면이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논란 소지 줄이면서 ‘실효성’ 확보하려면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정성평가 항목도 문제로 볼 수 있고, 재승인 때 계획에 대한 평가를 하는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과거 실적이 아닌 계획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며 “자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했다. 윤성옥 교수는 “승인제가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사업자들에게 적용돼서는 안 된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적책무를 수행하면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공영방송 제도로 검토되는 협약제처럼 일정한 공적 기준을 부여하고 얼마나 이행했는지 판단하는 등 ‘점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심사가 재승인 여부를 다투는 과정이 되면 계속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를 압박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다만 MBN사태에서 논란이 된 것처럼 승인이 취소되는 사유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승인취소에 해당되는 행위는 명확히 규정하고 강력하게 패널티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종편 재승인 심사의 대안으로 ‘등록제’를 화두로 제시한 적 있다. 한국은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를 ‘허가’ 또는 ‘승인’하고 있는 구조인데, 등록만 하면 누구나 보도할 수 있도록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등록제의 최대 명분은 보도 기능을 국가가 허가하는 제도가 해외에서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제채널 등 보도기능이 없는 방송사도 사실상 ‘보도와 비슷한 내용’을 편성한 지 오래이고 보도의 기준이 모호한 문제도 있다. 종편 관계자 C씨는 “스마트TV, 소셜미디어 등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승인제 자체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다”며 “진입장벽만 높여주고 기존 사업자만 보호해주는 격”이라고 했다. 등록제를 할 경우 ‘보도기능’이 특혜로 작용해, 소수 종편에 집중되는 영향력을 줄여나갈 수도 있다.

반면 등록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윤성옥 교수는 “이걸 푼다고 해서 신규 사업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구도를 이룰 순 없다”며 “현재는 허가승인 사업자들에게 공적책무를 부과할 수 있다. 등록제로 전환하면 종편, 보도채널에 공적 책무를 요구할 수 없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등록제로 완화하면 오히려 보도 기능을 가진 방송사가 난립하게 돼 극단적 정보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이글은 2022년 10월 19일(수)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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