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찾고, 비판을 제기하는’ 기성 언론의 문법을 뛰어넘는 보도가 주목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강원도 강릉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의 행적을 추적해 지역 소멸 문제를 이야기했고, 부산일보는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을 파악하기 위해 빨래방을 차렸다. 이들 보도는 온라인 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25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기존 언론과 다른 취재 방법을 적용한 경향신문·한겨레21·부산일보의 보도가 소개됐다. 이들 언론이 새로운 시도를 한 이유는 지역 소멸·환경·도시 재생 등 익숙한 주제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고, 해답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다.

▲25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열린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왼쪽부터 김경화 넥스트리터러시연구소 소장, 배문규 경향신문 기자, 방준호 한겨레 기자, 김준용 부산일보 기자. 사진=박재령 기자.

경향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지역 소멸 원인을 분석한 ‘절반의 한국’ 기사를 연재했다. 배문규 경향신문 기자는 “지난해 주요 이슈는 부동산이었다”며 “수도권 집값은 오르는데 사람들은 몰려들고 있다. 서울에 대학과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 기자는 “결국 큰 틀에서 수도권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균형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기사 연재 취지를 설명했다.

언론이 지역 소멸 문제를 취재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지방으로 찾아가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하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달랐다. 경향신문은 ‘설레며 대관령 넘던 여고동창들 “서울? 잡기 힘든 무지개”’ 보도에서 강릉 A여고 3학년 1반 동창생 36명의 졸업 후 행적을 추적했다. 행적이 추적된 30명 중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었다. 경향신문은 강릉에 살던 동창들이 대학교 진학, 취업, 결혼을 결정하면서 수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배문규 기자는 “풀뿌리 자치운동 등 진보언론이 할법한 뻔한 이야기는 피하려고 했다”며 “현장에 가서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다. (익숙한 상황도) 근접해 보여주면 낯설어지기 때문이다. 사안을 세세하고 촘촘하게 보여주면 현실이 환기될 것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절반의 한국’ 인터렉티브 기사 화면 갈무리

한겨레21은 지난해 8월9일 지면 전체를 ‘쓰레기’에 대한 내용으로 채웠다. 쓰레기의 생애 주기를 추적해 ‘환경’이라는 화두를 던지겠다는 취지였다. 한겨레21 기자 13명이 한겨레 사옥 청소업체,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소각장, 음식물 쓰레기 수거현장 등을 취재해 기사를 완성했다.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독일, 터키 등 해외에 거주하는 외부 필자들이 글을 보내주기도 했다.

방준호 한겨레 기자는 “쓰레기에 대해 잘 안다고 여겼지만, 실은 거의 알지 못했다”면서 “쓰레기에 대한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분리배출은 얼마나 세분화돼야 하는지, 소비자-정부-기업 중 누구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지, 외주화·저임금 노동 중심의 쓰레기 처리 과정은 마땅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응은 뜨거웠다. 전국 65곳의 제로웨이스트숍에서 한겨레21의 쓰레기 특집호 ‘쓰레기TMI’를 판매했다. 한겨레21은 ‘쓰레기TMI’를 책으로 출간했다. 방준호 기자는 “쓰레기나 기후변화와 관련해 이런 기사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쓰레기는 보편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논의가 아직 시작 단계인데,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산복빨래방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산복빨래방 유튜브 채널)

부산일보는 사옥 뒤편에 있는 호천마을 산복도로에 ‘산복빨래방’을 차렸다. 드라마 ‘쌈마이웨이’ 촬영지인 호천마을은 고지대이며,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은 단순히 호천마을 문제를 전하는 것을 넘어, ‘사랑방’을 만들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산일보는 빨래방을 위해 2000만 원을 투자했다.

김준용 부산일보 기자는 “산복도로는 열악한 생활 인프라로 인해 대부분의 주민이 빠져나갔고, 소수의 어르신만 남아있는 곳”이라며 “누군가는 산복도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이곳에 직접 살아가면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진짜 부산의 옛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부산일보는 유튜브 채널 ‘산복빨래방’을 개설하고 매주 호천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부산일보 지면·포털을 통해서도 호천마을 소식이 전해진다. 부산일보는 향후 마을에서 영화 상영회를 열고, 사진 촬영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준용 기자는 “마을 어르신들과 오늘도 친해지는 중”이라며 “부산의 진짜 이야기를 계속 담아 보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19일 ‘[우리의 주장]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 보여준 ‘산복빨래방’’에서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는 지역 현안에 밀착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오롯이 기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이글은 2022년 08월 25일(목)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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