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동의 없는 당사자 간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파장이 거세다.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당사자 간 대화라도 양쪽 모두 동의를 하지 않은 경우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위반시 최대 10년의 징역과 5년 자격정지에 처하는 처벌 규정을 포함됐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 없는 타인 간 대화 녹음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당사자 간 녹음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윤상현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당사자 간 대화 녹음도 동의가 없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윤상현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일방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동의 없는 녹음으로 음성권 등을 침해하기에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2014년 세월호 보도개입 당시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앞서 2017년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경우 사업자가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사자 간 녹음을 통한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민사 재판에서 당사자 간 녹음이라도 음성권 침해 등이 인정된 판례가 있다. 언론 보도 가운데서도 공적 관심사로 보기 힘든 당사자 간 대화 녹음 폭로보도가 언론 윤리 측면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김건희 여사 녹취록 보도는 보도 이후 ‘공적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 간 녹음을 ‘형사처벌’할 경우 우려되는 면이 크다. 직장내 괴롭힘 등 ‘갑을’ 문제에 약자가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 보도에서는 직접적인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언론은 그간 ‘정당한 공적 관심사’를 이유로 당사자 간 녹음을 공개하는 보도를 해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가사도우미에게 폭언한 사실을 전한 보도, 이완구 전 총리 후보자가 기자들과 식사 중 언론사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폭로한 사건,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폭로 등이 당사자 녹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은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기자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녹음하지는 않고, 대개 공인 대상 취재 때 부득이하게 필요할 때 증거로 남기기 위해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언론 재갈 물리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은용 위원장은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토론과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 사진=pixabay

오픈넷은 25일 논평을 내고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픈넷은 “대화라는 것은 혼자만의 비밀스런 행위가 아니며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대외적 활동으로, 상대방에 의해 공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활동”이라며 “음성권은 국가 형벌권을 발동하여 보호하여야 할만큼 실체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의 인격권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무엇보다 본 법안은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사회 고발 활동과 이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면에서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악법”이라며 “사회 고발, 언론 활동에 필수적인 행위를 불법화함으로써 사회의 고발과 감시 기능을 위축, 마비시켜 사회 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2020년 한국법학원이 발간하는 ‘저스티스' 12월호에 게재한 논문 ‘공인의 음성권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 방향에서 기본권 보호를 확대해 나가면 다른 방향의 기본권은 축소되기 마련”이라며 “명예권, 초상권, 사생활권, 음성권 등의 보호 범위가 확대되면 필연적으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 이글은 2022년 08월 25일(목)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