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을 겪은 MBN이 22일 전임 보도국장인 최은수 사업본부장을 보도본부장으로 발령하고, 보도국장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직전 보도국장 지명자인 정창원씨는 시사제작국장으로, 첫 번째 보도국장 지명자인 장광익씨는 기획실장으로 발령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이하 MBN지부)는 성명을 내고 “(최은수 보도본부장 발령은) 돌고 돌아 회전문 인사격”이라고 비판했다.

MBN지부는 “(최은수 본부장에게) ‘보도국장 대행’이란 타이틀을 달아 신임투표를 우회하겠다는 뜻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MBN지부는 “백번 양보해 '국장 권한대행' 체제가 당분간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이는 최 전 국장의 잔여 임기 수준에 그쳐야지 결코 수개월 이상 길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인사가 발표되기 전 MBN에는 시사제작국이 없었다. MBN은 보도국 산하 시사제작부를 시사제작국으로 승격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고 국장 임명부터 실시했다. MBN지부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현 MBN 조직도상에 있지도 않은 ‘시사제작국장’을 내정한 것이다. 이미 구성원들로부터 신임이 되지 않은 인물을 변칙적인 방법으로 다시 보도국장에 버금가는 자리에 임명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N지부는 “‘시사제작국장’에 부결된 인물을 내정하기에 앞서, 먼저 보도국에서 시사제작국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역시 이번 보도국장 신임투표가 완결된 이후에 진행되어야 할 일”이라며 시사제작국장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MBN지부가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한 것이니까 이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건 맞지 않다”면서도 “난 그냥 구원투수이자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도국장 지명이 부결된 상황에서 원점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회사가 보도국장 지명자를 임명하고, 임명동의가 통과되면 관두는 게 맞다”며 “(임명동의를 통해) 보도국 내부 의견이 분출됐는데, 왜 이런 의견이 나왔는지 경청하고 치유해야 한다. 개선책을 찾아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정창원 시사제작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PD와 소통하는 절차 없이 사령 종이만 받아”…“회사, 무리한 지명”

MBN PD A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시사제작국이 없는데 국장 발령부터 났다”며 “무엇보다 새 국장은 보도국 과반이 반대한 사람이다. (국장 임명, 시사제작부 승격에 대해) PD들과 소통하는 절차는 없었고 사령 종이만 받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PD들이 시사제작부 승격을 원한 건 맞다”며 “그동안 부장급 기자를 시사제작부장으로 발령하니 관리가 안 됐다. 실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부서장이 됐으면 하는 의견을 냈으나, 이를 악용한 듯 자기들(MBN 사측) 입맛에 맞게 골라서 인사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MBN 기자 B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보도국장 공백이 길어지는 건 좋지 않은 일인데 직원들이 원하는, 신임투표 취지에 맞는 지명자가 나와야 한다. 회사가 무리한 보도국장 지명을 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MBN 노사는 2020년 11월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종합편성채널 중 보도국장 임명동의를 실시하는 방송사는 MBN이 유일하다. 현재까지 MBN 노사가 합의한 임명동의 방법은 △보도국 전체성원에 투표권 부여 △현장투표 △지방 주재·특파원·해외출장자는 전자투표 △재적인원 과반이 부동의 시 임명철회 등이다. MBN지부는 현장투표와 전자투표 병행, 임명동의 부결 시 보도국장 재지명 기간 구체화 등을 원하고 있다.

MBN은 지난달 6~8일(장광익 지명자), 이달 17~19일(정창원 지명자)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MBN지부는 19일 발표한 논평에서 “두 번이나 사측이 임명한 보도국장 지명자가 부결된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이글은 2022년 08월 22일(월)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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