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홍보수석을 교체했다. 저조한 국정 운영 지지율 속의 첫 인사 개편인 셈인데, 그간 인사 논란에 대한 평가나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쇄신’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번 홍보수석 교체는 김영삼 대통령 이래 역대 홍보수석 인사 중 두 번째로 빠른 시점이다. 전임 대통령들의 초대 홍보수석들이 평균적으로 1년 넘게 임기를 수행한 가운데, 소위 ‘윤창중 사태’로 물러난 박근혜 청와대의 이남기 홍보수석은 100일을 채우지 못했다. 현 윤석열 대통령실의 초대 홍보수석인 최영범 전 수석은 103일 만에 수석 자리에서 물러나 대외협력 특보를 맡게 됐다.

홍보수석 교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래 언론계에서 대통령실의 메시지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어왔고, 지난 17일 취임 100일에 가까워지면서 홍보라인 개편설에 힘이 실렸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 사과한 걸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의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번복한 일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출근길 문답 등을 통해 즉흥 발언이 잦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후 대처를 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연합뉴스

문제는 잇단 논란의 원인을 ‘메시지 전달’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혼선의 핵심은 ‘원칙의 부재’였다. △5월31일 김건희 여사 사진 유출 논란과 이어진 김 여사 수행 논란 △6월24일 고용노동부 주52시간제 개편안 번복 △6월30일 대통령 나토(NATO) 순방 시 민간인 해외동행 논란 △7월5일 박순애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전 정부 지명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발언과 이후 박 전 부총리 사퇴 △7월29일 교육부 학제개편안 번복 등이 있다. 이를 비롯한 논란들에 대해 어느 하나 딱 떨어지는 해명이 나온 적 없다.

윤 대통령의 첫 인사개편이라는 홍보수석 등 교체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한 말은 “어떤 조직과 정책과 이런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이튿날 홍보수석 등 인사를 앞두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홍보수석 교체를 공식화한 브리핑에서 인사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밝혔을 뿐이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요직에 기용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김 수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과정에서 제기된 재산 축소 신고, KT 전무 시절 신입사원 채용청탁 관여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 신분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해명이나 설득 과정 없이 윤 대통령 의중을 잘 파악하리란 점을 들어 김 수석 인사를 발표했다. 야권에서 ‘핵관(핵심관계자)에 핵관 더하기 인사가 무슨 쇄신이냐’(22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대통령실 쇄신설 관련 보도들 일부 갈무리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의 ‘대대적 쇄신설’은 일부 언론을 통한 전언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22일 중앙일보가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비서관급 이하 중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라인이나 다른 비선 라인을 타고 들어온 인사의 업무수행 등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추가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 일례다. 같은 날 세계일보도 대통령실이 윤석열 캠프 출신 비서관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3일엔 다시 중앙일보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었던 여권 고위 인사’ 입을 빌려 “감동적인 인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방침을 보도했다. 머니투데이의 경우도 대통령실이 “기강잡기”에 나섰다면서 ‘첫 참모 직권면직’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익명의 관계자발 보도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인사쇄신안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21일 “조직은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김 비서실장 발언만이 반복될 뿐이다. 인사 문제를 인정하지도, 인사 개편에 대한 요구나 필요성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익명으로 감찰에 대한 정보만 흘러나오는 상황을 쇄신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3일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감찰에 대한 언급을 제가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상식의 선에서 감찰이라는 것이 늘 이루어진다. 특히 대통령실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을 위한 국정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을수록 더더욱 스스로에게 냉혹하고 냉철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이글은 2022년 08월 23일(화)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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