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은, 언론의 자유를 지켰던 정당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언론을 장악할 수 있겠습니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7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감사원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과정에서 국장급 고위인사를 포함한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은 언론 장악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언론 장악 1단계’인 방통위 흔들기는 노골적이다.

감사원의 방통위 감사는 시작부터 이례적이었다. 일반 정기감사는 4~5명의 감사원 관계자가 예비감사를 진행하고 본 감사에 나서지만 이번 감사는 예비감사 없이 곧바로 14명 내외의 감사원 관계자가 방통위에 상설 감사장을 설치하고 감사에 나섰다. 방통위 직원들은 수시로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이런 가운데 방송사 재승인‧재허가를 담당했던 공무원 등을 상대로 포렌식까지 이뤄지며 감사가 검찰 수사와 다를 바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 내부에선 “앞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포렌식 당하는 건가. 이런 식이면 공무원들이 일을 할 수 없다”, “감사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내부에서 위원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게끔 직원들을 표적 삼아 괴롭히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감사원 항의방문을 다녀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통 감사가 과 단위로 이뤄지는데 방통위는 다른 과에서 파견까지 받았다. 방통위가 생긴 이래 이런 식의 감사는 처음이라고 한다”며 “감사원이 검찰에 준하는 권력의 도구로 나섰고, 방통위가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은 방통위원장을 내보내려는 목적으로 무차별적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정권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은 눈치 봐야 하고, 결국 방통위가 지켜야 할 공정성‧중립성도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8일 성명에서 “감사원이 헌법이 부여한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앞세워 전 정권 인사를 겨누고, 정부가 부여한 정책 수행 업무를 성실히 감당한 공무원 노동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우려하며 “왜 감사원이 방통위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는지 국민은 알고 있다. 감사원은 정신 차려라. 정권 초기 권력의 시녀가 되겠다고 날뛰는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전자문서 증가 등 감사환경 변화에 따라 포렌식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했으며 “방통위를 상대로 이례적인 감사를 진행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특별한 감사 주안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투망식의 무리하고 흠집내기식 감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방통위원장 임기에 대해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의 언론 장악 시도를 떠오르게 해 무척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현재 ‘업무 마비’를 강요받고 있다. 대통령부터 공개적으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올 필요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현재 방통위는 타 부처와 협의도 어렵고, 인사도 여의치 않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29일로 예정된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방통위원장을 배제할 방침으로 알려져 방통위는 점점 ‘고립무원’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독임제가 아닌 여야 추천 상임위원 5명의 합의제 구조여서 방통위원장에게만 책임을 묻는 감사 결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리한 기소에 나서며 방통위원장을 끌어내린다면, 여당은 달라진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을 바탕으로 KBS와 MBC의 지배구조를 바꿔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할 수 있다. ‘교체 명분’은 이미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KBS‧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방송 아닙니까”라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이글은 2022년 07월 19일(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