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암살범이 범행동기로 어머니가 빠진 종교단체가 옛 통일교회(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꼽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일교 관련 보도 양상이 엇갈리고 있다. 한겨레가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와 일본 우익의 오랜 친분 때문에 통일교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보도한 반면 통일교가 설립한 세계일보는 통일교를 최대한 언급하지 않거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기사만 내보냈다.

이 소식은 지난 10일 오전 뉴시스(“저격범, 아베가 종교단체에 보낸 동영상 보고 살해키로”), 문화일보(“아베 살해범 어머니가 빠진 종교는 ‘옛 통일교회’”...日 언론 주장) 등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동기로 진술한 종교단체 이름이 ‘옛 통일교회’라는 내용이다. 통일교 리더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 통일교에 영상을 보낸 아베 전 총리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노렸다는 내용이다.

통일교가 설립한 세계일보는 관련 보도에서 통일교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세계일보는 국제면 기사에서 “야마가미가 경찰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 특정 단체에 원한이 있는데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연결돼 있다고 믿었다’ 범행동기를 진술했다”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특정단체가 옛 통일교회를 뜻한다.

▲ 세계일보 12일자 통일교 입장을 담은 기사

세계일보 지난 12일자 “존경하는 정치인 잃어…진심 애도”란 기사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가 언급된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개최한 기자회견 내용이다. 즉 통일교 입장을 전하는 기사로 통일교를 처음 언급한 것이다.

도쿄 특파원이 작성한 해당 기사를 보면 “(통일교 측이) 일부 일본 언론의 추측성 보도와 SNS 등을 통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자제를 요청하며 ‘경찰 수사에 언제든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11일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와 가정연합(통일교)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가정연합 창설자인) 한학자 총재가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추진하는 평화운동을 지지했고, 가정연합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단체에 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이라며 “아베 전 총리와 가정연합에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반면 이날 한겨레는 통일교와 일본 우익의 관계에 대한 분석기사를 지면에 실었다. “통일교 행사에 아베 영상연설 왜?…문선명과 일본 우익 ‘오랜 친분’”이란 기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영상을 보낸 것은 통일교가 오래전부터 일본 우익 정치세력과 맺어온 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는 1968년 일본국제승공연합을 창설한 이후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한겨레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자 자민당 내 극우파였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1970년 일본의 통일교회를 방문한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12일자 한겨레 국제면 기사

일본에서 통일교 교세가 강한 점도 언급했다. 한겨레는 “일본 내 통일교는 1959년 통일교 최상익 전도사가 일본에 건너가면서 시작됐다”며 일본 통일교가 자금을 모으는 방법,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구제책 마련에 나선 일, 통일교 세계본부 격인 경기도 가평군 천정군 입구에 새겨진 건립 기부자 명단의 90% 이상이 일본인인 점, 통일교의 합동결혼에서 한국남성과 결혼한 대다수가 일본여성인 점 등을 통해 통일교와 일본의 관계를 전했다.

기독교계 언론사인 CBS도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의 관계에 대해 다뤘다.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일본 현지취재를 마친 종교전문기자가 나와 자세하게 상황을 다뤘다. CBS 취재 내용을 보면 통일교의 해명성 기자회견이나 기존 언론보도와 달리, 암살범이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었고 암살범의 모친이 단지 월1회 출석한 게 아니라 꽤 많은 헌금으로 재산을 잃었다는 이야기 등이 자세하게 나온다.

또한 암살범이 통일교 지도자를 암살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언급에 대해 “야마가미상이 한국에 온 적이 있다”며 여기서 통일교 지도자는 한국에 있는 통일교 지도자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했다. 즉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가 아닌 한국에서 암살시도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다수 매체를 통해 암살범이 원한을 품은 종교가 통일교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사건 초 일본 내에선 통일교를 밝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1일 한국일보는 “어느 종교인지에 대해 일본 주요 언론들은 함구했다”며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 여론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요미우리가 “해외에서 시작된 종교이며 A단체가 설립한 민간단체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보낸 영상 메시지가 인터넷에 올라와있다”고 보도했고 통일교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후 통일교 측에서 암살범의 어머니가 과거 통일교회 신자였지만 지금은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러나 CBS는 한겨레가 언급한 일본국제승공연합이 ‘공산주의 승리’, 한국에서 익숙한 말로 ‘반공’을 기치로 일본 우익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배경을 소개한다. 한 예로 일본 통일교에서 신도 100명 이상이 일본 자민당 의원 비서로 활동하며 이들을 ‘공설비서’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 교주 문선명을 ‘세계의 왕’으로 세우려 했다는 증언도 전했다. 일본 언론에선 속보로 기시노부스케와 문선명의 사진이 방송에 나오고 오랜 유착관계가 하나씩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이글은 2022년 07월 13일(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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