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3월 임명동의투표를 앞둔 때부터 “KBS는 한국 저널리즘의 최후의 보루”라 강조해왔다. 무언가를 강조하는 건 그만큼 그로 인한 위기감을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3일 인터뷰에서도 김 국장은 “공영방송이 저널리즘 위기의 시대에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KBS 뉴스룸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무엇인지, 저널리즘 원칙이란 이상을 어떻게 구현하려 하는지 들어봤다.

-임기 시작한 지 한 달여간 어떻게 보냈나.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게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 시대라 하는데, 공영방송이 그 위기의 시대에 저널리즘의 모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다. 데스크들 교육도 내일(17일) 한다. 부장, 팀장들 상대로 세 시간 정도. KBS가 어떻게 살아남고 공영방송이 저널리즘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논의하고 있다.”

-데스크부터 교육하는 이유는.

“뉴스를 만드는 판단의 기초 단계가 데스크이기 때문에 ‘신뢰의 저널리즘’이라는 기본 원칙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 먼저 데스크들 교육을 시키고 일반 기자들 교육도 마련하려 한다.”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국장. 사진=본인 제공

-왜 위기 의식을 느꼈나.

“정파적인 게 점점 심해진다. 미디어를 비평하고 평가하는 쪽조차도 정파화됐다고 할 정도이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토론하는 장으로서의 저널리즘이 아니라 편을 들어주느냐로 언론을 평가하는 것이 만연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그런 것들이 더욱 심해지고 위기의 강도가 강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KBS는 지배구조 영향도 있을 텐데, 정권이 바뀌면 그에 맞춰갈 거란 시선이 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여지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보도가 그랬냐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파적 목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 그런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도 분명 있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정확한 사실을 정확한 맥락에 넣어 보도하는 것이 우리가 갖춰야 할 최고의 원칙이다. 지난 ‘검언유착’ 오보 사건도 대표적으로 사실 확인에 실패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그 사건 하나 터지면서 우리가 많은 정치적인 오해, 특정 집단을 위해서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 ‘KBS가 얘기한 건 틀리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KBS 검증 보도들 정말 엄정하게 했다고 생각을 한다. 남들이 다 보도한다고 따라가지 않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보도의 경우 아들·딸 (편입 전형 평가) 채점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보도가 하루 늦었는데, 실제 채점지까지 입수를 하고 보도를 하자고 해서 다음날 단독으로 채점지 전체 분석을 올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 보도에 대해 문제가 제기돼 정정한 적 없다.”

-당장 사실관계가 명쾌하게 떨어지는 경우만 있지는 않다.

“진실이나 진리라는 게 100%가 사실은 없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실이라고 충분히 믿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K저널리즘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이용자 관여팀’이라고 KBS에 대한 수용자 반응을 분석하는 팀이 있고, ‘체크앤체크’팀이라고 시니어 기자들이 기사를 보면서 문제될 만한 것이나 저널리즘 원칙에 위배된 것 등을 검토하는 팀이 있다. 여기에 교육을 담당하는 팀을 묶어서 ‘K저널리즘센터’를 만들어 보려고 회사와 직제개편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 번에 ‘단독’ 기준을 만들었는데, 이제 ‘속보’ 기준도 만들려 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공영방송으로서 차별화할 지점으로 앞서 말한 ‘철저한 사실 검증’ 뿐 아니라, ‘지역 의제 공론장’과 ‘국제 뉴스 취재 시스템’을 강조했다. 지역 관련은 잘 안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부분이다.

“네트워크팀을 통해 지역의 의제들을 전국화할 수 있는지 하나의 모범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 선거 끝나고 본격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제뉴스 강화는 인력 증원도 회사와 이야기하고 있고, 국제·경제가 융합하는 영역을 묶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걸 만들어보려고 한다. 박종훈 기자가 국제, 경제를 잘 해서 이런 전문기자의 ‘9시뉴스’ 출연을 논의하고 있다. 지방선거 끝나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출연하는 특화된 코너를 만들려 한다.”

-시청자층 분석은 꾸준히 하고 있나.

“고정 시청자 층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TV) 뉴스 시청률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디지털 도달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체적 영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의미 있는 보도를 하면 140만, 150만 조회수가 금방 나온다. ‘9시 뉴스’ 경쟁력이 아니라 각각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시기가 됐다.”

-뉴스룸 운영 방식도 변화가 있을까.

“‘디지털 퍼스트’ 주장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진행을 하다 보면 또 관성이 생긴다. ‘9시뉴스’ 중심주의를 어떻게 뺄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9시뉴스’에서 몇 번째로 했네, KBS가 뭘 중요하게 보네 이런 것을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서 어렵긴 하다.”

-디지털 경쟁력을 위해선 무엇부터 하려 하나.

“일단은 유튜브 경쟁력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안 해도 다른 데서 충분히 공급되는 것,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을 조정해보기 위해서 전반적으로 점검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디지털주간이 그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대선 때 방송사 선거방송 성비가 지적됐다. KBS는 진행자는 여성이 과반인데, 패널은 남성이 절대적이었다. 이번엔 균형을 맞출 건가.

“개입을 안 하고 있는데 (선거방송기획단이) 노력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전체 경쟁력, 품질도 생각해야 하니 두루두루 고민을 할 것 같다.”

▲지난 3월 KBS 대선 개표방송 진행자 및 패널 ⓒKBS

-항상 성비 하면 BBC의 ‘50:50 프로젝트’가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KBS도 이런 계획이 있나.

“검토하고 있다.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있었고, 이용자관여팀이 실태조사부터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패널이나 인터뷰이 선정에 있어서 남녀 비율을 맞추고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뉴스룸 내부의 비정규직 규모는 파악하고 있나.

“숫자는 파악을 못하고 있는데 보도본부는 제작본부에 비해서는 적다. 주로 AD, FD들이다. 기존에는 띠자막 뽑는 작가가 있었는데 요즘엔 기자들이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그렇게 근무하는 건 안 된다고 검토가 된 것으로 안다.”

-방송사 뉴스에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는 왜 잘 다루지 않나.

“우리 문제이기에 회피하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워낙 한국 사회에 뉴스가 많아서 아이템으로 못 들어가는 상황일 수도 있고, 두 가지가 다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관심을 덜 가져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요소도 없지 않다고는 생각을 하는데, 의도적으로 다루지 말자고 한 적은 없다.”

-이번 인터뷰는 창간호를 기념해서 하게 됐다. 미디어오늘에 하고 싶은 말은.

“미디어오늘이 추구하는 가치나 이상이 제가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에도 저널리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관심끌기용인지 생각이 드는 기사들도 있다. 이상에 충실하게 비평해주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참고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글은 2022년 05월 19일(목)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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