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벽보를 살펴보는 선거관리위원회.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사퇴. ⓒ연합뉴스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1월17일부터 2월13일까지 28일간 네이버 랭킹뉴스에서 ‘언론사별 많이 본 상위 5개 기사’ 중 대선 관련 기사 1934건을 수집‧분석한 결과 정책기사 비율은 7.75%였다. 반면 후보 배우자와 관련된 ‘후보 관계자 논란’ 분류 기사는 32%였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 분포에서 안철수 후보(11.4%) 비중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10.4%) 비중이 유사했다. 2월 한 달간 지상파3사‧종편4사 메인뉴스 선거 보도 1248건 중 정책검증 보도는 51건이었다. 이번에도 사생활 중심의 폭로성 보도는 넘쳤고, 의미있는 정책 보도는 있었지만 찾기 어려웠다. 언론은 이번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명명했지만, 이를 부추기고 확산시킨 주체도 언론이었다.

1월1일부터 2월28일까지 두 달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0대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283건이다. 2017년 3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두 달간 19대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174건이었다.

여론조사가 늘어난 만큼 관련 기사량도 늘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에서 두 달 간 △여론조사 △이재명 △윤석열이 모두 포함된 기사는 4323건(54개 주요 언론사)이었다. 5년 전 같은 기간 △여론조사 △문재인 △홍준표가 모두 포함된 기사는 2680건(53개 주요 언론사)이었다. 포털에 쏟아졌던 인터넷신문 기사까지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대선이었다.

언론은 특정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만 보도하거나, 오차범위를 무시하고 주관적 의미부여에 나서는 식으로 여론을 왜곡했다. 유권자를 취재해야 할 언론이 정작 유권자는 만나지 않고 지나치게 숫자에만 매몰돼 경마식 중계를 벌였다.

선거는 정책과 가치에 대한 선택인데 언론은 이를 승패 관점에서만 바라보며 당락을 점치는데 몰두했다. 더불어 검증을 가장한 선정적 의혹 보도, 네거티브 공방 위주 보도가 더해지며 유권자의 정치 혐오와 냉소를 유도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후보들은 자신이야말로 ‘불공정 언론’의 피해자라며 비판 언론과 날을 세우고, 진영에 유리한 보도라면 어제 싸웠던 비판 언론의 보도를 공유했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2월18일 발표한 “김혜경 의혹 172분 VS 김건희 의혹 17분, 종편 ‘10배 차이’”란 제목의 모니터 보고서를 두고서는 정치권이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이 “이 정도 편향이면 노골적 대선개입”, “칼 같은 잣대면 재승인 탈락 대상”이라고 경고하자,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위원장은 MBC와 TBS의 재허가 여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두 방송사의 ‘민주당 편향’을 주장했다. MBC는 소위 ‘김건희 녹취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부실한 방송내용으로 질타를 받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올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단골’이었다.

언론의 정파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재명 후보에게, 윤석열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주장만 보도했다는 이유로 각종 심의위원회에서 조치를 받아도 그뿐이었다. 조선일보가 3월4일 ‘尹 결단과 安 용단으로 단일화, 정권 교체 여론 따른 순리다’라는 사설에서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유권자들의 대세가 정권 교체”라고 주장한 당일, 조선투위는 “보수언론이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편파 보도를 거리낌 없이 계속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조선일보”라면서 “언론사가 정치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월2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파성 극복은 ‘언론의 정치 병행성’이 심각한 한국언론의 영원한 숙제처럼 보인다. 때문에 아예 미국처럼 언론사가 후보를 공개지지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역시 21세기 한국 언론의 오래된 화두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어차피 정파적일 바에야 후보를 지지하게 하자, 속내를 드러내게 하자는 방식으로는 언론이 나아질 게 없다”며 “언론의 후보 공개 지지의 궁극적 목적은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후보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언론사가 사실 왜곡을 안 한다는 최소한의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한 변화”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공평하게 공격적인’ 대선후보 검증 인터뷰 역시 부족했다. 대선 후보 메시지는 명확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 하는데, 언론은 후보의 발언에 대해 캐묻고 진위를 묻는 대신 전달하고 해석하는 데 그쳤다. 지난 대선에서 손석희가 보여준 ‘압박 면접’ 같은 장면도 이번 대선에선 찾기 어려웠다. 소위 레거시미디어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진 가운데 후보들은 ‘리스크’가 큰 생방송 인터뷰 대신 유튜브에 출연해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연출했다. 이번 대선에선 삼프로TV 정도만 유일한 후보 검증 인터뷰로 꼽혔다.

대선후보 TV토론도 사회자가 기계적 시간 분배와 무미건조한 진행에 머무르며 존재감이 없었다. 19대 대선 당시 20대 대선 보도 과제로 지적되었던 후보 발언에 대한 실시간 팩트체크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3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이제는 올드미디어에 매달려 공정 선거 보도 촉구하며 애걸복걸하고 호소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 우리가 각자의 미디어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과 체념적 태도는 유 전 이사장만의 관점은 아니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1월27일부터 2월14일까지 국민의힘 지지성향 주요 유튜브 10개, 더불어민주당 지지성향 주요 유튜브 10개를 분석한 결과 전자의 누적 조회 수는 약 6억 건, 후자는 1억9000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영상 업로드는 각각 5786건과 3366건을 보였다. 사실보다는 자극적 썸네일이 붙은 의견의 홍수가 대부분이지만 ‘각자의 미디어’는 확장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언론이 보여준 ‘습관’은 점점 고치기가 어렵고, 유권자들은 언론계에 더욱 복잡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 이글은 2022년 03월 09일(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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