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열 신임 EBS 사장이 지상파 방송의 문법을 벗어나겠다면서 해외에서의 콘텐츠 자본 유치 및 공동제작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신임 사장은 10일 경기도 고양시 EBS 일산 사옥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에는 양영복·이준용 EBS 이사, 김동규 E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박충서 한국교육신문 사장, 허주민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회장, 송호용 한국독립PD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의 공세는 한말(韓末)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파고를 연상케 한다”며 “지상파 방송의 위기라고 말하면서 과거 지상파 방송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23조 원의 매출 가운데 20조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는 국내 어느 미디어도 절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EBS는 공영방송 중 공영방송, 공익방송 중 공익방송”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BS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로는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은 “EBS의 콘텐츠는 국내를 넘어 세계와 경쟁할 것이다. 올해 2월부터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했다”며 “글로벌 OTT와 콘텐츠의 공세에 수비만 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단순히 수출하는 것을 넘어서 글로벌 콘텐츠 제작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해외 콘텐츠 자본을 유치하고 공동제작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유열 EBS 사장 ⓒEBS

국내 교육시스템과 관련해선 “EBS가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코로나19 이후 벌어진 학력격차와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비상 상황에서 학교교육 중단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초·중·고 학년별 전문학습채널을 운영할 때도 EBS 구성원들은 열정과 헌신으로 똘똘 뭉쳤다”며 “사장으로서 EBS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 이러한 전통을 살려 통합과 상생의 경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주제작업체 등과의 상생도 약속했다. 김 사장은 “이미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EBS의 다양한 콘텐츠가 외부와의 협력 속에 제작, 서비스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허주민 회장님, 한국독립PD협회 송호용 회장님을 특별히 모셨다. 지난해부터 EBS는 한국 방송사로서는 가장 전향적인 외주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올해도 한층 더 발전한 상생의 영상제작문화를 만들기 위해 두 협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BS의 공적 재원 문제도 취임사에 언급됐다. EBS는 현행 공영방송 수신료(월 2500원) 가운데 3%인 70원을 할당 받고 있다. EBS는 지난해 KBS의 수신료 인상안 마련을 앞두고 자사 할당 금액을 월 700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사장은 “EBS가 KBS로부터 독립한 다음 해인 1991년, EBS의 1년 재정은 177억 원에 불과했다. 2021년에는 3475억 원으로 불과 30년 사이에 EBS의 재정이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공적 재원의 비중이 비록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의 성장을 이룩해온 것”이라며 “EBS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의 최강자가 되었고 교육 다큐멘터리의 명가가 되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날 취임식을 기점으로 EBS 사장으로서의 업무를 본격화했다. 자사 출신 첫 사장을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앞서 3일 “신임 사장이 진정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한 노동조합은 적극적인 협조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나 행여 이를 망각하고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더욱 강력한 응징 또한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디 우리의 기대를 증명하는 첫 사장으로 EBS 역사에 남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 이글은 2022년 03월 10일(목)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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