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당선으로 끝난 가운데 언론단체들이 윤 당선인의 언론관과 언론 정책을 비판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공동대표 김서중·이진순)은 10일 논평에서 “이번 대선은 ‘미디어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며 “언론 개혁을 주창해온 더불어민주당은 ‘득표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철학 자체가 결여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거대 양당은 선거일을 앞둔 2월 말에 미디어 정책을 내놨고,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많았다”며 “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핵심 전제인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고, 언론 피해 구제 강화나 미디어 기본권 보장 등 시민을 위한 정책 자리엔 미디어 산업과 언론 사업자를 위한 공약이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당선자 공약에서는 ‘미디어 정책을 담당할 거대 부처 신설’과 ‘규제 완화’만 보였다”며 “윤 당선자 공약 중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다른 후보들이 방송 독립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중립성’을 강조했다. 공영방송 근간을 또다시 뒤흔드는 참사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민언련은 특히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을 두고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한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기간 토론회 등에서 ‘강력한 사법 절차’를 말하고, 공약집에서는 ‘자율규제 찬성’을 명시한 것에 대해 “말바꾸기는 윤 당선자의 언론 철학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대선 후보자 중 가장 언론 정책이 부실했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미디어 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시민을 위한 미디어 정책은 없이 자기 편 챙기는 정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민언련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 시작까지는 2개월이 남아 있으니 그 사이만이라도 스스로의 언론관을 되돌아보고, ‘국민 통합’ 가치에 걸맞게 미디어 기본권 보장을 포함한 미디어 정책 방향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민언련은 더불어민주당에도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데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이 약속한 미디어 개혁을 포함한 각종 개혁 후퇴가 자리 잡고 있다”며 “비록 정권이 교체됐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압도적 다수당이다.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활동 시한도 남아 있으니 제대로 된 미디어 개혁의 씨앗을 남겨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언론연대 “언론 향한 적개심을 버리고 소통 나서야”

같은 날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도 논평을 통해 “후보 시절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과 편향된 언론관을 드러내며 우려를 자아냈다”며 윤 당선인을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윤 당선인은 ‘기사 하나로 언론사 전체가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는데 언론 책임성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언론 자유를 무시한 처벌만능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국민의힘이 KBS의 김건희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에 공세를 펼치며 언론의 검증 기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 △고발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뉴스버스’를 폄훼한 점 △기자협회와 JTBC를 두고 ‘좌편향됐다’고 발언하고 ‘친여매체’, ‘정권의 하수인’ 등 언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점 △언론노조에 대해 “못된 짓 첨병”, “집권여당 친위대”, “해산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 점 등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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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현업 6단체가 지난 7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집권도 하기 전에 비판언론을 말살하겠다는 오만한 협박을 일삼는 자는 민주공화국 대통령 후보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언론연대는 “차기 윤석열 정부의 언론·미디어 정책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라며 “윤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와 1%도 되지 않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돼 젠더와 노동, 언론 이슈에서 배제와 혐오를 쏟아내며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으로 정권심판 여론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승리했지만, 과정과 내용에선 패배했다는 지적을 당선인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언론을 향한 적개심을 버리고 소통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과거 국민의힘 정권처럼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혐오와 차별에 기대는 낡은 정치로 퇴행한다면 윤 정부 역시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글은 2022년 03월 10일(목)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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