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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정치냐, 소신의 정치냐국보법, 한미동맹의 공간에 갇힌 정치 구조속의 막장 정치드라마
[기고]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ㆍ언론사회학 박사
  • 관리자
  • 승인 2022.02.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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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시작되면서 눈에 띄는 정치적 현상의 하나가 여당인 민주당 소속 정당인이나 집권세력인 문재인 정권에 의해 고위직으로 발탁되었던 사람들이 대거 제1 야당 국민의힘으로 옮겨간 것이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한때 정권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들이 대거 등을 돌리는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배신자인가 아니면 정치철학이나 소신 등으로 의식화된 내부 고발자인가? 이런 정치현상을 유발한 원인은 현 집권세력인가 아니면 해당 인물들인가? 누가 원인을 더 제공한 것인가?

‘적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2분법적 정치논리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권에서 목격되었다. 정당인이 자기가 소속했던 당을 맹비난하면서 정치적 라이벌 이었던 상대 당으로 이적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는데 이번의 경우는 다수 발생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민주당 진영에 속했던 인물이 대거 야당으로 몰려가 현 정권을 비판하면서 정권교체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런 인물들은 살피면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경제부총리 출신 김동연, 총리비서실장 등이다. 문재인 정부 군 지휘부 5인방(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 해병대사령관) 장성들도 최근 대거 국민의힘으로 가서 대북 정책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군 지휘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그 밖에 민주당이나 그 계열에 소속되어 있었거나 노무현 정부 등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인물들로 윤 후보 캠프로 간 인물은 김한길, 김병준 씨 등이다.

▲ 지난해 9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들이 서울 중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후보. 사진=민중의소리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에 대해 자신을 발탁해주었고 그래서 특정 조직의 최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었던 정권에 대해 비판과 청산의 목소리만을 주로 외친다는 점이다. 문 정권과 자신들과 주고받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고마움이나 일말의 미안한 감 같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분노하면서 맹렬히 자신이 몸담았던 과거의 진영에 대해 비난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매우 당당할 뿐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 잘못된 정치,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래서 그 잘못이 아지 방치되어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집권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신을 고위직으로 발탁했던 집권정부와 각을 세우고 비판하면서 정권 심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한국에서 정당이나 정치적 소신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까? 특정 정당이 집권하는 동안 집권세력에게 발탁되었던 사람이 종래의 정치진영과 소신 등을 버리거나, 집권세력과 다투고 있는 다른 정치진영에 투신하거나 정치적 소신을 바꾸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치적 신발을 바꿔 신는 것과 같은 이런 모습을 정치적 막장드라마 속의 배신자라고 일축,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뒤늦게나마 소신을 펼치는 내부 고발자와 같은 부류로 미화하는 목소리도 있다. 둘 가운데 어느 것이 정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분명히 할 것은 대한민국 헌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 정치적 집단이나 집권세력과의 계약관계를 바꾸는 것에 도덕적 논리이상의 규범을 적용하기 어렵다.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언제든 철학이나 가치관 소신 등을 변경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 이라하겠다.

진영을 바꾼 인물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어제까지의 진영을 헐뜯거나 현 정권을 나무라는 방식을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통사람 같으면 공인의 입장에서 잘못 처신한 것에 대해 반성하면서 자숙하겠다고 밝혀야 당연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 국면이 시작된 뒤 당적이나 진영을 바꾼 인물들이 해당 분야 최고위직 이었고 다수라는 점에서 인사권을 행사한 집권세력의 인사철학과 정책에 대한 논란 또한 피할 수 없다.

당사자들은 현직에 있을 때 선구자적이거나 혁신에 앞장섰던 인물로 분류되기는 어려웠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고치거나 해결하기 보다는 직을 떠난 다음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통적인 행동을 보이는 인물을 다수 기용한 현 정권의 인사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촛불로 들어선 정부가 이른바 강남좌파의 처세철학에 휘둘려 개혁적인 인물을 제켜두고 기회주의적 속성이 강한 인물들을 기용했던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을 자초한다.

그러면 정치적 신발을 바꿔 신은 인사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들이 과거에 몸담았던 당이나 집권세력과 새로 옮겨간 정당은 그들이 배신자라는 이름을 감수해야 할 만큼 차이가 있을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여당인 민주당이나 제1 야당 국민의힘은 이름만 진보, 보수라고 서로를 부르고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만 그들의 정강정책 등은 대동소이하다. 국가보안법과 한미동맹의 분야에서는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그 구조의 틀을 인정하고 지속시키려 한다는 지향성도 큰 차이가 없다.

두 거대 정당은 정치적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상과 표현의 통제나 안보, 국가 정체성이나 자주권 등의 문제에 대해 엇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국가보안법에 의해 제한된 좁은 정치적 공간에서 갇혀 있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구조화된 자주권의 상실 등에 대해서도 침묵, 감수하고 있다. 국보법과 한미동맹이 정치적 철학과 자유 그리고 이념, 안보, 외교 등을 제약하지만 그것을 문제로 제기하지 않은 채 정치활동을 하고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보법은 북한 주민전체를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과 소통, 연락, 왕래 등을 할 경우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 국가의 허락이 없이는 어느 개인도 북한 주민과의 교류협력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동일한 처지일 뿐이다. 한미동맹의 경우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 대부분이 미국의 반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미국과 북한을 대하는 두 정당의 모습 역시 엇비슷하다.

이처럼 분단과 동맹이라는 큰 주제에서 동일한 논리와 방법론을 택하고 있는 두 정당이 다른 부분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대부분 도토리 키 재기이거나 대동소이하다는 것으로  말 할 수 있다. 두 정당 모두 선거 승리를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고 있고 유권자나 국민 모두 국보법과 한미동맹에 대해 두 정당과 동일한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 세력이 반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국보법 개정에 대해 국민 수십 만 명이 청원을 해도 두 정당은 선거 유불리만을 따지면서 손을 놓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민주사회에서 제도화된 불평등을 제거해야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법이고 국보법은 진보에게 필수적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차단하고 축소하는 악법이다. 국내 거대 두 정당의 한심한 모습은 서구에서 보는 식의 진보와 보수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정치적 이념이나 그 지향성에서 큰 차이가 없고 선심경쟁 등에서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경쟁에 몰두하는 공통적인 경향만이 자심하다.

두 거대 정당의 구조적 한계를 살펴보았다는데 그렇다면 외관상 정치적 철새가 된 인사들이 정치 진영이나 정당을 바꾼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설득력이 없다. 배신자, 내부 고발자 논란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도 그 이후 노력할 수 있는 정치적 영역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가 현실 정치에 뛰어든 윤석열 후보의 경우에서 여실히 들어나고 있다.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던 윤석열 후보의 경우 오늘날 정치초년생으로 보여주는 언행을 보면 과연 공정과 원칙, 정의의 실천자였을까를 의심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를 ‘국민이 키워준 인물’이라고 내세우지만 실제 현 정권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그는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이라고 일컬어졌지만 정치 현장에서 그가 보여주는 언행은 검찰 출신다운 법치로 무장된 그것과는 거리가 멀고 흔히 보아왔던 평균적 정치인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그는 검찰 출신다운 전문성과 판단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채 TV 공개토론에서조차 카더라만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흔했던 그런 부류의 법 전문 기술자로 보일 뿐이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선제타격, 한미동맹 강화, 공산주의 수법 비판과 같이 분단현실과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소신을 바꾸면서 진영을 달리한 인물들이 내세운 새 정치를 국민의힘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 분명하다면 그곳으로 달려간 인사들은 변절자라는 손가락질을 면키 어렵다. 정치적 신발을 거꾸로 신는 목적이 단순히 개인의 영달이나 권력 기구에의 동참을 의미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배신이라는 두 글자만 선명해지고 소신에 의한 새로운 선택이라는 주장이 설 자리가 없다면 과거와 자신의 현재가 국민에게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정치적 철학과 윤리에 눈을 감은 채 행동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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