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작가가 간첩? MB 국정원 대공 차원 내사 문건 파장

▲8일 방송된 MBC PD수첩 '국정원과 언론장악'편의 한 장면.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 ‘PD수첩’ 탄압과정에서 정재홍 작가를 상대로 “대공 차원 내사가 필요하다”는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간첩 조작’을 고려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사찰문건을 요청하고 보고받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8일 방송된 ‘PD수첩-국정원과 언론장악’편에 의하면 국정원이 2012년 8월7일 작성한 ‘PD수첩 정재홍 작가 물의행태 대공차원 검토 필요’ 문건에는 “1995년 사회변혁이라는 이념 실현을 목적으로 MBC 작가로 들어가 2000년부터 PD수첩 작가로 기용된 이후 사회갈등 유발과 종북좌파 이념 전파에 집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국정원은 정 작가를 가리켜 “종북이념에 심취해왔으며 이념편향 방송 제작을 주도하는 등 사회 혼란 야기를 지속하고 있는바 대공 차원의 내사가 필요(하다)”고 썼다.

그해 7월 정재홍 작가를 비롯한 PD수첩 작가 6명은 전원 해고통보를 받았다. 당시 작가 교체도 국정원의 ‘큰 그림’이었다. 17년간 MBC에서 일했던 정 작가는 그 후 5년간 MBC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정재홍 작가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국정원이 나를 간첩으로 몰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엄청나게 쇼크를 받았다”며 복잡한 감정에 눈물을 훔쳤다.

김남주 변호사(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법률팀장)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발표한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 공개된 50여명의 문건 중에 (대공 내사 대목은) 최초”라고 지적한 뒤 “문건을 보면 구체적으로 대공 혐의가 없다. 옛날에 운동권이었다는 얘기밖에 없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8일 방송된 MBC PD수첩 '국정원과 언론장악'편의 한 장면.

PD수첩은 언론인들이 국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문건 152건을 확보해 3개월간의 취재를 거쳐 이날 언론사 사찰문건을 집중보도했다. 모두 ‘언론장악’의 증거다. 사찰 중심에는 PD수첩이 있었다. 제작진은 2008년부터 약 5년간 PD수첩 관련 문건만 80여건을 확보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소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경고한 방송 이후 임기 첫해 한 자릿수 지지율까지 추락하며 침몰 직전까지 갔다.

2010년 국정원 문건에 의하면 MBC 시사교양국은 ‘좌빨 해방구’로 묘사되어 있었다. PD수첩의 상징과 같았던 최승호PD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한 대목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최PD는 그해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을 연출했다. 문건에는 최PD를 PD수첩에서 내쫓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담겨 있었다. 최PD는 당시를 회상하며 “실제로 김재철 사장이 어떤 기구의 간부로 보내줄 테니 가지 않겠냐고 제안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PD는 PD수첩에서 2011년 3월 퇴출됐고, 이는 국정원 담당 부서의 핵심성과였다는 설명이다.

▲8일 방송된 MBC PD수첩 '국정원과 언론장악'편의 한 장면.

손석희 ‘100분토론’ 퇴출도 국정원 작품, 김태호PD는 ‘좌편향’ 분류

국정원이 정리한 ‘방송사별 문제 진행자 현황’에 빠지지 않던 인물은 손석희였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100분토론’은 집중 관리 대상이었고, 결국 2009년 11월 손석희는 ‘100분토론’ 진행자를 그만뒀다. 2009년 9월22일 ‘100분토론 등 문제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지시’ 국정원 문건에는 ‘○○○은 9.21 임원회의 시 11월로 예정된 가을 프로그램 개편 시 손석희를 TV ’100분토론‘에서 빼고, 김미화도 교체하라고 지시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건에는 “손석희는 ‘100분토론’에서는 무조건 빼고, ‘시선집중’은 일단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연예인) 제거에 따른 논란이 진행되는 것을 보아가며 탄력적으로 대응”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2010년 3월4일 국정원 문건에는 ‘손석희 반드시 교체’, ‘김종배 등 고정패널도 일소’라는 대목이 있었다. ‘100분토론’ 다음은 ‘시선집중’이었다. 손석희는 2013년 5월까지 힘겹게 버티다 ‘시선집중’을 떠났다.

정부비판적 연예인에 대한 압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윤도현 김구라 김제동 등 좌편향 아이콘 연예인은 개전의 정이 없으므로 조기 퇴출’, ‘연예기획사들로 하여금 좌파 연예인과 함께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과 같은 대목이 문건에 존재했다. 김제동이 ‘무한도전’에 여러차레 출연한 것을 두고 ‘김제동이 MBC 주요 오락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라도 자주 출연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적은 대목도 있었다. 2011년 1월10일자 ‘MBC 내 좌편향 인물 활동 실태’ 국정원 문건에 김태호PD는 좌편향PD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 같은 문건은 대부분 청와대에 보고됐다.

▲8일 방송된 MBC PD수첩 '국정원과 언론장악'편의 한 장면.

2009년 9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이 같은 언론사 사찰문건을 국정원에 요청하고 보고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이동관씨는 PD수첩에 “현재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현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이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아주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문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관계자들, 그리고 국정원과 공모한 것으로 짐작되는 MBC 전 경영진은 ‘언론장악’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받았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서 “저희가 확보한 국정원 문건들이 일찍 밝혀져 재판에 참고가 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다”고 밝힌 뒤 “오늘 저희가 공개한 문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언론에 대한 부당한 탄압기록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22년 02월 09일(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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