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B대전방송에서 파견으로 4년 일하다 기간제로 전환된 뒤 계약이 일방 해지된 MD가 대법원에서 사실상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방송사 MD가 부당해고 사건으로 받아낸 첫 대법원 판결이자, 대법원이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진 사업주에 대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첫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대전방송 MD(master director) 최아무개씨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가 2016년 9월 소송을 시작한 지 5년 4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최씨는 2010~2016년 6년 동안 대전방송에서 MD로 일했다. MD는 방송사 주조정실에서 각 프로그램과 광고가 시간표대로 송출되도록 실시간으로 기술감독에 송출 신호를 보내는 업무로, 방송사 필수 업무다.

▲방송사 MD가 일하는 주조정실 자료사진.

대전방송은 2010년 7월~2014년 7월까지 4년 간 최씨를 인터프로셀 소속으로 파견 계약을 맺고 일하도록 했다. 파견법상 회사는 2년 넘게 일한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지지만 대전방송은 4년 동안 최씨를 파견으로 쓴 것이다. 대전방송은 이후 최씨와 직접 계약하면서도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고용이 아닌 ‘1년 기간제’로 두 번 더 쓰다 2016년 7월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최씨는 그해 9월 대전방송의 계약 종료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는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전방송은 최씨를 2년을 초과한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로 사용해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원고를 직접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대전방송으로선 최씨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했어야 하고, 그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정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아무런 심리도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근로계약은 갱신거절에 따라 기간만료로 종료했다고 판단했다”며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앞서 ‘계약갱신 기대권’을 주요 잣대 삼은 1·2심 판결 취지와도 차별화된다. 1심 대전지법은 대전방송이 최씨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최씨가 6년 간 같은 일을 한 점 △MD가 필수업무인 점 △최씨 외 나머지 기간제 MD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을 이유로 들어서다.

반면 2심 대전고법은 이를 뒤집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파견직 2년 후 회사에게 직접고용 의무가 생긴다고 이것이 곧 최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신뢰를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계약서에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자동해지된다’고 적혀 있고, MD는 고도의 전문성이나 특별한 자격을 요하지 않는 업무라는 등의 이유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의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논하기 앞서 대전방송이 최씨에 대해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접고용 의무를 진다고 판단했다. 최씨를 대리한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대법원은 원심이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명시하고 사건을 환송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개정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진 사업자가 특별한 사정 없이 기간제 채용하는 것은 파견법 강행규정 위반이라고 본 첫 대법원 판결로, 파견법상 직접고용의 의무가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쟁점”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4월 CJB청주방송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한 방송 송출 담당 MD의 업무가 근로자파견 대상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고 청주방송에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 이글은 2022년 02월 03일(목)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