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사가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76일간 이어진 무단협 사태가 끝났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6일 무단협 사태 해결과 경영진 임명동의제 사수를 위한 파업을 예고했으나 사측과 막판 협상 끝에 ‘파국’을 막았다.

새 단협은 임명동의 대상에서 SBS사장을 제외했다. 사측이 가장 원했던 대목이다. 역시 임명동의 대상이었던 보도본부장, 시사교양본부장, 편성본부장의 경우도 보도본부장, 시사교양국장, 편성국장으로 달라졌다. 보도본부장은 구성원의 50%, 시교‧편성국장은 구성원의 60%가 반대하면 임명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단협 43조에 담겼다.

SBS A&T의 경우 A&T 사장을 임명동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A&T 보도영상본부장 중간평가제를 도입했다. 또한 보도·시사교양·편성본부장과 A&T 보도영상본부장에 대한 긴급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보도본부장만 긴급평가제 대상이었으나 이를 다른 부문 본부장까지 확대한 것으로, 단협 46조에 담겼다.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7일 ‘2021 노사 합의문’에 서명한 모습. ⓒSBS

정형택 SBS본부장은 20일자 노조 특보에서 “새 단체협약에서 임명동의제가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임을 명확히 했고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권리이자, 방송사업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기존 단협에서 보장받았던 노동자의 권리와 자주적 조합 활동도 그대로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새 단협 44조 1항에선 ‘보도‧시사교양‧편성 부문 책임자들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해 방송공정성을 저해하는 부당한 청탁과 간섭, 압력으로부터 방송독립을 지키고, 종사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있으며, 회사는 그 권한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2항에는 ‘시사교양, 편성 부문에 있어 1항 관련 공정방송 분야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해당 국장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노조 입장에선 사장 임명동의제를 잃었지만 위와 같은 보완을 통해 내부 공정방송 장치를 명확히했다고 자평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사교양‧편성 부문에서의 ‘후퇴’는 숙제로 남았다. SBS노조는 특보에서 “공정방송 영역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실제 현장에서 국장의 권한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 모호한 부분도 있다”면서 “추가 협의를 거쳐 별도 지침 또는 운영세칙 등으로 정리할 예정”이라 밝혔다.

앞서 사장 임명동의제는 2017년 보수 정부 시절 보도 지침과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 논란이 불거진 국면에서 ‘10‧13 노사합의’로 탄생했다. 하지만 사측이 올해 초부터 각종 이유를 들어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요구했고, 노조가 반발하자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사장 임명 동의 절차는 도입 이후 2번 시행됐으며, 2번 모두 임명 동의가 이뤄졌다.

SBS노조는 특보를 통해 “31년사 초유의 무단협이 종식됐고 노사합의도 이뤘지만, 이번 사태를 노사 모두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신뢰가 존재 가치인 언론사에 있어 무단협은 우리의 근간을 허무는 자해와 다를 바 없다”면서 “SBS의 미래와 이익을 위해서라도 무단협이 SBS 역사에 재차 등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21년 12월 21일(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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