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수감]

다시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20회 송건호언론상 수상에 감사드리며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청암 송건호 선생 언론상을 영광스럽게도 수상했다.

올해는 청암 선생께서 별세하신 지 20주기가 되는 해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이 나라 언론발전에 재대로 기여도 하지 못한 채 이처럼 큰 상을 받게 된 것을 더욱 노력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

한국의 언론 상황이 과연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주저되는 혼돈 자체다.

이른바 주류를 자처하는 대형 전통 미디어들은 이미 강화되어 있는 자신들의 기득권 확대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ABC 부수조작과 대통령 선거의 보수후보 지지를 위한 막무가내 편파 왜곡 보도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40위 정도, 아시아에서는 최고의 언론자유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의 언론자유를 누리는 수준이 미국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신뢰 수준에서는 세계에서는 물론 아시아서도 꼴찌 수준이다.

언론자유 수준의 최고가 왜 언론 신뢰 수준에서는 최하가 될까, 거기에는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언론을 대표한다는 가장 오래된 조선 동아 두 미디어는 언론으로서는 세 가지 큰 치명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 첫째, 민족지 운운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 일제에 부역한 뚜렷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둘째, 민족과 국토가 분단되는 과정에서 분단과 증오에 앞장섰다. 셋째, 군사독재 기간 동안 자유언론에 앞장선 기자들을 군사독재와 야합하여 강제해직시킨 뒤 복직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동아와 조선의 해직기자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 47년을 넘기면서도 조선-동아의 원죄에 대해 바로 잡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 생애를 건 한국언론의 장대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고 미래의 과제로 이어질 것이다.

이들과 함께해온 정신적 지주가 청암 송건호 선생이시다. 청암 정신은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통해 한국언론의 정신적 주류로 자리 잡아왔다. 그 운동의 견인차 자유언론실천재단에게 청암언론상이 수여되었다. 자유언론의 노병들이 ‘다시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청암 선생의 다그침이 담겨 있으리라.

2021년 12월 13일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이 부 영

이부영 이사장이 제20회 송건호언론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한겨레 신소영 기자)

[선정 이유]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제20회 수상자로 ‘재단법인 자유언론실천재단(이하 실천재단)’을 선정했습니다.

실천재단은 1970년대부터 이어온 자유언론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2014년 여러 언론인과 단체가 뜻을 모아 설립한 구심체입니다.

오늘날 정보통신의 발달로 새로운 매체와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미디어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언론의 영역이 해체되면서 언론과 언론인 대한 정의도 더는 통용되지 않고, 그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매체, 유튜브, SNS 등이 기존 언론을 점점 대체하면서, 뉴스와 정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거짓과 분노와 증오가 난무하며, 재미와 화젯거리를 찾는데 몰두하여 정작 가치 있고 중요한 뉴스는 외면 받고 있습니다. 전통 매체들도 생존을 위하여 정도를 벗어나 이러한 흐름에 일정 부분 편승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과거 지식인으로 불리며 신뢰를 받던 언론인들이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나아가 기자가 이권과 불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인이 각자의 양식과 판단에 따라 보도하기는 어려워지고, 무한경쟁 아래서 기능인이자 조직원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언론 개혁과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도 거뒀습니다만 최근에는 활발하지 못합니다. 언론은 정보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이를 바르게 육성하고 지지하는 데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관심이 낮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출범한 실천재단은 ‘바른 언론 공동체 건설’과 ‘언론 바로세우기’를 목표로 천명했습니다.

실천재단은 설립 이후, 사회와 언론 분야의 현안에 대하여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공론의 장을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논평과 기사를 생성하여 하나의 매체로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굴곡과 영욕의 한국언론사를 성실히 기록하고 특히 언론운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왔습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 <자유언론실천TV>를 개설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언론사와 언론인은 많으나 정도와 책무를 고민하는 움직임은 보기 힘든 이 시대에, 실천재단은 자유언론 운동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천재단의 활동은 언론의 독립과 언론인의 지사적 자세를 역설했던 송 선생의 뜻과 부합합니다.

실천재단을 격려하고, 그 활동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송건호 선생의 20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제20회 송건호언론상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유언론실천의 깃발을 지켜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청암 선생의 별세 1년 뒤에 제정한 송건호언론상이 올해로 20회를 맞이했습니다. 이 상은 언론인과 매체, 지식인, 현대사학자를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습니다. 이 상을 통하여 송 선생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2021년 11월 26일
제20회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 이해동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
심사위원  김태진 도서출판 다섯수레 대표
          김삼웅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
          방정배 성균관대 명예교수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박용규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교육부총장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