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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주자들의 개탄스러운 언론관···20대 대선은 언론파괴 경쟁인가?9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명
  • 관리자
  • 승인 2021.09.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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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월망지(見月忘指). 손가락은 잊고 달을 보라 했다. 그동안 손가락 물어뜯어 달빛을 흐리거나 달을 잊게 하려는 자가 많았으니까. 한데 지난 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관련 회견에선 자꾸 손가락이 보였다.

그는 손가락을 스물일곱 번쯤 곧추세웠다. 주로 왼손 검지를 썼고 중지를 곁들이기도 했다. 자신의 의지를 강조할 때마다 ‘윤석열 손가락’은 쉴 새 없이 허공을 가르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전 검찰총장이, 특히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곧추세운 손가락 끝. 그 끝은 난데없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겨냥했다. “정치 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인터넷 매체나 재소자” 말고 “아는 (메이저) 언론으로” 찾아가라는 말에는 뿌리 깊은 차별과 특권의 악취가 진동하는 것 같아 어지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위협으로 들렸다. 그가 인터넷 매체’쯤’은 간단히 힘으로 으르고 협박하려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대선 후보 윤석열이 “아는 언론”은 일단 몸집부터 커야 하나. 1980년 전두환 쿠데타 정권의 언론 통폐합 망령을 보는 듯하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언론자유 파괴 경쟁으로 극우보수진영의 환심을 사는 데 정신이 팔린 모양새다.

기세 좋게 여론조사에서 치고 나온 홍준표 후보는 이전에도 언론 관련 망언을 일삼은 전력이 돋보인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내가 집권하면 SBS 8시 뉴스 싹 없애겠다”라는 둥 “종편은 내가 민주당하고 싸우면서 만들어 줬던 것”이라는 둥 망언을 일삼다가 혀를 차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미디어 공공성 실종에 대한 우려를 조롱하듯 공영방송 민영화하자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내뱉고 있다. 이러니 우리가 어찌 언론중재법 개악에 반대한다며 언론자유를 말하는 국민의힘과 그 당 대권주자들의 진심을 믿을 수 있겠는가.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을 문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제 인권 기준 위반과 언론자유 파괴 우려를 뒤로하고 여전히 누더기 언론중재법 개악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 대부분은 강성지지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언론혐오에 기반한 위험한 역주행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을 문제 삼으려면 취약한 인터넷 매체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엉터리 언론중재법 처리를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앞뒤가 맞는 일 아니겠는가.

윤석열 후보가 거친 생각과 불안한 언론관을 토해내던 날, 오랜 기간 노동자와 양심적 언론인들을 도와왔던 한 법조계 인사는 이렇게 일갈했다.

“가짜뉴스 잡는다고 가짜법률 만들면 안 됩니다. 엉터리 법률들이에요. 그걸 놓고 서로 싸우는 것 자체가 대통령 선거 앞두고 선거 국면을 틈탄 ‘정치 쇼’라고 봅니다.”

언론혐오를 통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는 데 급급해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자유의 뿌리를 위협하는 대권주자들과 거대 양당의 행태. 20대 대선 이후 펼쳐질 역사적 퇴행의 예고편인 것 같아 걱정을 거둘 수가 없다.

나라와 국민을 지킬 민주사회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라면 지난 수십 년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가 피 흘리며 지켜온 언론-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가벼이 다뤄져도 되는 것인지 성찰과 반성부터 하기 바란다.

2021년 9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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